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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0 보그(VOGUE) 9월호

by 사랑해 posted Aug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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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0 보그(VOGUE)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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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는 사람 자체를 드러내는 걸 싫어해요. 직업상 제 모습과 실제의 제 모습을 따로 분리시켜놓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해야 제가 나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 때도 큰 박탈감이 없을 것 같아요."

 

 

FACE OF FACE

 

 

<보그> 2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천경우 작가의 퍼포먼스 사진 프로젝트 'Face of Face'에 이 시대의 얼굴이라 할 만한 젊고 재능 있는 배우 여섯 명이 함께했다. 작가는 다른 사람을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그 누구의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배우들은 8분이라는 주어진 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얼굴을 떠올린 후 그 얼굴을 그렸다. 각각의 사진에는 그들이 자신의 얼굴을 상상하고 그린 시간이 모두 담겨 있다. 


임시완은 어떤 역할로 나와도 우리를 배신할 것 같지 않은 믿음을 준다. 덕분에 그는 힘든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역할에 어울린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생긴 대로 사는 거죠. 뭐.(웃음)"

 


촬영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직업상 제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도 눈을 감고 얼굴을 생각하니 머릿속에 그림이 안그려지더라고요. 잘 떠오르지가 않아서 제 특징을 찾아보려고 집중했어요. 눈썹이 반 토막 나 있고 머리가 좀 길고 얼굴에 비해 귀가 큰 걸 생각해냈죠. 

 

특별히 좋아하는 얼굴이 있나요?

송강호 선배님 얼굴이오. 많은 걸 담아내는 얼굴이잖아요. 심지어 <사도>에서는 왕의 얼굴을 담아냈잖아요. 캐릭터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엄청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작품 속 자신의 모습 중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변호인>에서 엄마와 만나는 접견실 신과 <트라이앵글>에서 장례식장 가서 오열하는 신 그리고 <미생>에 나온 양말 판매하는 신이오. 캐릭터 안에 정말 깊숙이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그런 순간은 손에 꼽거든요. 그때는 내가 느끼는 감정과 보는 분들이 느끼는 감정이 맞물리면서 희열을 느껴요. 그래서 그 순간을 기대하게 되고 그게 연기의 목표가 되는 것 같아요. 낚시 같네요. 실제로 낚시도 좋아해요.(웃음)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설명한다면요?

저는 논리적인 것,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을 좋아해요.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선 편으로 완전 공대생 스타일이죠.(웃음) 그래서 전 감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면 좀 부딪쳐요. "내 성격은 원래 그래"하면서 감정적인 부분을 합리화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는 가는데 힘들어요.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걸 좋아해요. 어영부영할 거면 아예 안 해요. 그리고 새로운 곳에 가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싫어하는 것으로 자신을 설명한다면요?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건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걸 싫어해요. 남 탓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무능력함을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서 제가 더 비겁해 보이거든요.

 

최근에 한 경험 중 가장 좋았던 건 뭐였나요?

틈나면 해외여행을 자주 가려고 하는데요, 얼마 전에 뉴욕에서 본 뮤지컬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모르몬경(The Book of Mormon)> 이라고 모르몬교를 디스하는 뮤지컬이었어요. 어떻게 상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데 재밌었어요. <오페라의 유령>도 봤어요. 그런 새로운 경험에서 영감도 얻는 편이에요. 

 

평생 한 가지 감정만 연기해야 한다면 어떤 걸 연기하고 싶나요?

세상을 약간 떨어져서 바라보는 냉소요.

 

내면의 모습 중 가장 드러내기 싫은 건 뭔가요?

저라는 사람 자체를 드러내는 걸 싫어해요. 직업상 제 모습과 실제의 제 모습을 따로 분리시켜놓으려고 노력해요. 공식 일정을 소화할 때는 가상의 인물로 생활하다가 그게 끝나면 본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거죠. 그렇게 해야 제가 나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 때도 큰 박탈감이 없을 것 같아요. 그 스포트라이트를 제가 받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걸 온전히 제 것으로 생각하면 박탈감이 클 것 같아요. 

 

데뷔 전과 후, 같은 사람인가요?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데뷔 전에는 연예인을 환상 속의 인물로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환상이 조금 남아 있어요. 빨리 더 무뎌졌으면 좋겠어요.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어요.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어른이 돼가는 과정 중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간 느낌이에요. 그래도 나쁘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과거의 저에게 지금의 제가 부끄럽진 않아요. 설령 지금이 제 운의 클라이맥스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는 스스로에게 떳떳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요?

인기요. 저는 인기가 욕심나진 않아요. 많은 사람이 저를 알아봐주면 좋겠다는 욕심은 크지 않아요. 소수의 사람이 저를 알아봐주더라도 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져주는 게 훨씬 더 좋아요. 

 

내 얘기 같다고 느낀 노래 가사나 영화가 있나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요. 모든 구절이 천재가 쓴 것 같은 느낌이에요. 머물러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그 얘기가 와 닿아요. 휴가 가는 날도 그렇고 도대체 언제 오나 하면서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 보면 휴가 마지막 날이 되어 있고 그 시간이 지나고 없어져버리잖아요. 그런 순간마다 뭔가 이상한 감정을 느껴요. 엄청나게 그 시간을 기다렸다가도 그 시간이 끝날 때쯤 되면 항상 이런 날일 수는 없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정서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노래 같아요. 기다리던 미래가 결국은 과거가 되는 데서 오는 허무함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영화의 캐릭터로 하루를 살 수 있다면 누구로 살고 싶나요?

아이언맨요! 일단 그 장비가 제일 탐나요. 그간 영웅은 과묵하고 고리타분한 느낌이 강했는데 아이언맨은 자기 인기도 즐기고 생색도 내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제 성격이랑 거리도 멀어서 하루 정도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특별한데요, 자신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존재든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그때 특별함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특별함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