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3년. 여느 배우라면 이제 신인티를 벗어날 시기지만 배우 임시완은 차근차근 대한민국 드라마와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드라마 ‘미생’으로 날개를 편 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다.

데뷔작 MBC-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시청률 40%를 넘겼고,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으로는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을 통해 주연으로서 대성공을 일궈냈다. 보통 2%면 준수하다는 케이블 채널 시청률은 10% 가까이 치솟았고, 그의 움츠러든 어깨와 빨개진 귓불에서 사람들은 지금 20대의 희망과 절망 그리고 고난을 엿봤다. 이미 2013년 ‘미생’의 프리퀄(같은 설정의 작품 앞 시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에서 장그래로 출연했던 그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방송 종영 후 50개가 넘는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그에게 쏟아졌다.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다녀온 그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장그래는 나와 닮은꼴
그가 연기한 장그래는 바둑 하나만 바라보고 26년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어린 나이에 천재적인 실력으로 한국 기원의 연구생으로 들어갔지만 스무 살이 훌쩍 넘을 때까지 프로기사로 데뷔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바둑을 포기하고 세상으로 나왔다. 한 기업에 취직했다가 적응에 실패한 그는 도망치듯 군 입대를 선택했고, 전역을 한 이후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다 국내 굴지의 무역회사 원인터내셔널에 취직했다. 4년제 명문대 졸업생들이 포진한 회사, 게다가 높은 학점에 뛰어난 외국어 능력, 스펙이라 불리는 온갖 소양은 다 쌓아온 이들 앞에서 장그래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임시완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스스로 바둑으로 치면 ‘필요하지 않은 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어요. 한때는 굳이 연예계에서 생활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기도 했고요. 장그래는 저와 흡사한면이 굉장히 많은 친구였어요. 아이돌 그룹 연습생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과 맞닿은 지점이 많았거든요. 드라마를 찍으면서 ‘내가 장그래 그 자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그래서 완벽한 공감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장그래에게 저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를을 만나게 된 거예요. 제가 장그래를 연기해서 공감을 얻은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스스로 장그래를 본인에게 이입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이후부터는 어디 가서 ‘제가 장그랩니다’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졌어요.”

임시완은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 전에는 부산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신분이었다.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그는 어느 날 ‘가수가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후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팀 내에서 외모나 키가 빼어난 사람이 아니었으며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지도 않았다. 게다가 재치가 뛰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아니었다. 그는 ‘여럿 중 하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장그래처럼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사회생활은 다르더라고요. 때로는 정의를 외면하고 일해야 할 때도 있었고, 눈치를 봐야할 때도 있었죠. 비록 연기를 통해서였지만 직장생활도 그런 모습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정말 연기를 해보니 직장생활에 자신이 더욱 없어지더라고요. 제 상황에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20대의 얼굴이 되다
연기의 기회는 정말 우연하게 다가왔다. 2012년 ‘해를 품은 달’을 연출한 김도훈 PD가 극 중 이훤(김수현 분)의 아역 시절(여진구 분) 스승인 허염 역으로 새로운 얼굴을 찾던 중 임시완을 발견한 것. 김 PD는 “알고 지내던 연예기획사 사장에게 연기에 소질이 있는 친구 3명 정도를 보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연기가 다 별로였는데 며칠 후 다시 연기를 시켰을 때 눈에 띈 것이 임시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해를 품은 달’의 성공 이후 임시완의 인생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KBS-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극 중 이장일 역을 맡은 이준혁의 아역으로 등장해 욕망 앞에 친구를 배신하는 연기를 했고 이후 시트콤에도 출연했다. 진정성 있는 눈빛과 감정연기는 꽤 준수했지만 결점이 하나 있었다.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하다는 점이었다. 그의 캐스팅을 염두에 뒀던 많은 연출자들은 이 점을 안타까워했다.

“실제 평상시에도 주눅 드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저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죠. 하지만 아이돌 가수는 외향적으로 감정을 많이 드러내야 해요.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신인이 겪는 한계는 너무 빨리 그를 엄습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연기도, 노래도,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신중한 생각 끝에 승부수를 띄웠다. ‘미생’ 속 장그래처럼 말이다. 그는 영화 출연을, 그것도 운동권 학생의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 ‘변호인’ 속 진우는 임시완과 닮은 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제5공화국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그는 실제 부산대 선배였던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당시 악명을 떨쳤던, 손과 발을 묶고 봉에 매달아 구타하는 ‘통닭구이 고문’ 등 각종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다.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영화는 개봉 이후 흥행 열풍을 타고 천만 관객을 모았다. 연기를 통해 또 한 번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2014년 현재 20대의 모습인 장그래와 1980년대 당시 20대의 모습인 진우를 연기하며 임시완은 당대 20대를 보여주는 배우가 됐다. 그 스스로도 이러한 호칭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지만 소신은 분명해 보였다.

“제게는 굉장히 큰 칭찬이죠. 물론 제가 모든 젊음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 칭찬인 것 같아요. 저 혼자 했던 여러 가지 치열한 고민들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그가 또래 배우들과 다른 점은 바로 ‘메시지’가 있는 연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많은 20대 배우들이 겉으로 멋있어 보이거나 시청자에게 매력을 전하는 방식의 연기에 골몰하는 사이, 그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진심이 전달되는 연기 행보를 이어왔다. ‘변호인’ 출연 당시에도 인터뷰를 통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당하면 20대 역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던 그다. 당시 그의 말은 그가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적인 사안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 젊은 배우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타당성 있는 시나리오가 좋아요. ‘미생’을 꼭 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런 것이었어요. 사회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 같아서 꼭 하고 싶었죠. 앞으로도 어떤 작품에 출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남아요. 섣부르지만 지금 결론을 낸 것은, 마냥 시간만 보내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연기에 취하되 인기에 취하지 않을 것
‘미생’을 마친 직후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떠난 그는 함께한 선배 배우들과 샤를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를 연신 외쳤다고 했다. ‘미생’의 실제 대사에 등장하는 시이기도 하다. 지금 그는 무엇에 취해 있을까? 임시완은 ‘미생’을 통해 연기에 취했고, 이성민과 김대명, 전석호, 강하늘 등 배우들을 만나 연기를 하는 재미에도 취했다. 그리고 비록 움츠러든 어깨였지만 지금 20대들에게 많은 위안을 준 작품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취해 있었다. 취해 있어야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깨어 있어야 한다. 그는 또다시 연기를 해나가야 할 20대 배우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인정받았다는 느낌보다는 연기의 밑천이 드러났다는 생각을 해요. 중반 이후부터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단지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따라만 갔던 것 같고요. 처음에는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제 부족함을 견디면서, 버티며 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당연히 저는 ‘미생’이죠. 직장인이었던 아버지도 계시고 친구도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애환이 많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도 앞으로의 연기에 밑거름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차기작을 준비하며 당분간 운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그래를 사랑했던 애청자의 입장에서 그의 작은 체구와 움츠러든 어깨가 지금 20대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갔기에 이 계획이 어떤 생각에서 연유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는 “어떤 배역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몸의 형태를 잡아가는 작업이다”라고 설명했다. 임시완은 이미 장그래를 놓아줄 준비가, 아니 놓아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년 동안 매달려 있던 장그래를 털어내는 그의 모습에선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세부 바닷가의 노을 속에 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던져두고 그는 2015년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수든, 연기든 다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답다. 그것이 20대 배우의 특권이고, 청춘의 의무다. 연기에 취하되 인기에 취하지 않는 것, 그 담백한 모습이 임시완에게 거는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생’이기에, 그는 또 달린다.



원문출처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5&artid=201502031113271&pt=nv
  • profile
    임타민 2015.02.05 21:43
    연기에 취하되 인기에 취하지 않을 것.. 참 똑똑하고 현명한 배우네요
    믿고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집니다^^
  • profile
    일산이모 2015.02.06 00:32
    말하나 행동한번.. 어느것도 버릴수 없는 임시완이네요^^*
  • profile
    시완않이 2015.02.06 12:06
    항상 느끼고 있었지만..참으로 반듯하고 성실하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수밖에 없는 임시완이네용~~^^하루빨리 좋은 작품에서 만나볼수있음 좋겠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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