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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 캐릭터·소재 부담에도 ‘불한당’ 선택 이유 “정말 재밌는 영화” [인터뷰①]

by news posted May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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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저도 몰랐던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더 재밌었죠”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된 영화 ‘불한당’ 라운드 인터뷰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배우 임시완은 가벼운 표정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영화 개봉을 앞둔 그의 얼굴은 긴장감 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도소에서 만난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가 함께 조직을 제패하는 과정을 담은 ‘불한당’은 겉으로는 두 남자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수의 심적 변화가 극을 이끌어나간다. 때문에 무엇보다 작품 속 임시완의 역할이 중요했을 터. 특히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임시완이 해 온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과 색깔을 띠고 있는 만큼 그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이 영화에 제가 어울릴지 아닐지는 제가 할 걱정은 아니고 감독님과 저를 캐스팅 해주신 분들의 걱정거리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 보다는 내가 현수의 정서를 이해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논지였다. 단면적으로 착한 모습에서 나쁜 모습으로 넘어가는 점 보다는 상대적으로 나보다 더 성숙한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현수의 나이를 저보다 높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 선택할 때 망설여지기는 했었다. 이 작품이 몇 년 뒤에 나한테 왔으면 선택을 하기가 쉬웠을 텐데 싶었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언더커버’라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한 점 역시 고민의 대상이었다. ‘불한당’의 많은 배우들이 그랬듯 영화의 차별성에 의문을 던진 임시완은 변성현 감독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점차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감독님께 ‘소재만 봤을 때는 대중에게 색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는데 감독님도 그 부분에서는 생각이 비슷했다. 본인도 소재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화라고 어필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편해졌다. 캐릭터도 저는 애초에 현수가 끝부분이 정말 어둡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작부터 어두운 면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제안을 드렸는데 감독님은 되려 어리게 가자고 하셨다. 어리게 갔다가 특정 사건 이후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자고 말씀해주시니까 편안하게 느껴졌다”

 

의심을 지우고 나니 연기에 있어서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극 중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현수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인물이다. 임시완은 다소 복잡해 보이는 캐릭터를 단순하게 이해하려 노력했다. 

 

“연기하는 데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오히려 현수는 이제까지 맡았던 캐릭터들에 비해 지극히 일차원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보이는 모습은 입체적이지만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서 현수에게 살짝 자극을 주면 ‘아’ 하고, 크게 자극을 주면 더 크게 ‘아!’하고 반응이 나온다. 그런 자극에 따라서 변화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수의 정서를 파악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교도소에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그동안의 임시완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늘상 차분한 얼굴과 목소리로 연기 하던 임시완은 이번 작품에서 얼굴 근육을 한껏 사용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그런 표정을 연습하고 계산을 해서 연기를 한 게 아니라 그냥 하고 보니 그렇게 나왔던 거다. 일부러 ‘원라인’때부터 새로운 저의 모습을 찾으려고 연습을 했었다. 그 전까지는 제가 다음날 촬영이 있으면 그전에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할지 계산이 돼 있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프로패셔널 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걱정이 돼서 잠을 못 잤다. 그러다보니 연기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이번에는 그걸 좀 탈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원라인’때 부터는 ‘밑그림만 그리고 현장에서 부딪혀보자’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원라인’때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불한당’때도 그렇게 했는데 그러다보니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보게 되고 거기서 기대감도 생기고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엔딩 신에서 저의 새로운 얼굴을 봤던 것 같다”

 

임시완은 케이블TV tvN 드라마 ‘미생’의 이성민, 영화 ‘변호인’의 송강호 곽도원 등 유독 나이차가 많은 선배 배우들과의 만남이 잦았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그는 20살 차이가 나는 설경구와 ‘브로맨스’를 그려야 했다. 어린 배우로서 선배들과의 만남이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임시완은 오히려 설경구와의 만남에 편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선배님과 저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제가 어떤 것을 해도 다 받아주실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뭘 해봐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극 중 현수가 재호한테 ‘나도 이참에 형이랑 같이 일할까봐’라고 툭 던지는 신이 있다. 그랬을 때 재호가 표정이 확 바뀐다. 원래는 그 이후에 대사가 없는데 제가 ‘장난이야’라고 반응을 하게 됐다” 

 

설경구 역시 후배인 임시완을 위해 연기적으로 많은 배려를 베풀었다. 임시완은 감정 신을 찍는데 설경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저는 감정이 휘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똑같은 감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만약에 제가 먼저 찍는다 하면 설경구 선배님은 다음에 본인이 찍을 걸 대비해서 감정을 아껴놓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님은 제 감정이 올라오는 걸 돕기 위해 똑같은 에너지를 저한테 주셨다. 그게 감사했다” 

 

그가 이처럼 설경구와 스스럼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데는 변성현 감독의 영향이 컸다. 변 감독은 친구같은 재호와 현수의 사이를 그리기 위해 임시완에게 ‘설경구에게 말을 놓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임시완은 설경구의 허락 하에 그를 ‘형’이라고 부르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절대 말을 막 놓은 건 아니다.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이후에 말을 놨다. 일단 감독님이 제안을 하셨고 저는 ‘정말 그렇게 해도 되냐’고 물었다. 저는 괜찮지만 받아들이는 선배님 입장에서는 껄끄러우실 수도 있다. 괜찮다고 하신 것도 형식적으로 괜찮다고 하신건지 아닌지도 의문스러웠다. 결국 작품에는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도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불한당’은 분명 임시완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착하고 바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과감하게 느와르 작품을 선택한 그는 그만큼 힘든 여정이 되리라 예상했다.

 

“‘불한당’을 하기 전에는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에 정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일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가장 스트레스도 안 받고 힘들지 않게 즐겁게 찍은 작품이다. 그게 제일 색다르게 느껴졌다. 일단 감독님이 테이크를 많이 안 가셨다. 본인의 머릿속에 콘티가 확실하셔서 그런지 불필요한 컷들은 최대한 안 찍으시더라. 그러다보니 저는 여러 신을 찍어도 에너지가 남았다. 그래서 ‘감독님 이번에는 다르게 해 볼까요?’이런 식으로 제안도 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았다. 교도소에서 오열하는 신도 한 테이크로만 갔다. 그 당시에 감독님이 한 번 더 가면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냐고 물어보셔서 못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부분은 돌이켜보니 좀 아쉽다. 혹시나 있을 가능성의 문을 제가 스스로 닫은게 아닌가 해서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 결과였을까, ‘불한당’은 임시완에게 연기돌 최초 칸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는 수많은 의심에도 불구하고 ‘불한당’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칸 초청’이라는 뜻밖의 영예를 안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간결한 답을 전했다.

 

“이 작품은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는 재미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기술적인 면은 모르겠지만 현재 칸에도 초청이 되고 하는걸 보니 분명 다른 영화와는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미처 제가 알지 못했던 색다른 시도가 인정받은 것 같다”

 



원문출처 : http://chicnews.mk.co.kr/article.php?aid=149456336314252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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