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눌러 쓴 모자, 칭칭 감은 목도리, 여기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부랴부랴 들어온 임시완은 "공항에서 막 왔다"며 인사를 건넸다. 직전까지 매달렸던 tvN 금토드라마 <미생>을 마치고, 출연진과 스태프가 함께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다녀온 참이었다. 

4박 5일간의 일정을 두고 극중 등장했던 보들레르의 시 '취하라'를 인용해 농담 섞어 "그 시의 내용을 철저하게 지켰다. 술을 마시면서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술이나…술이라든지…술과…술에…취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한 임시완은 확연히 홀가분해 보였다.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미생>이 끝나는 순간 장그래를 벗어던지겠다"고도 말했던 그는 "이젠 (취재진의) 타이핑 소리가 익숙하다"며 활짝 웃었다. 

"연예계 데뷔할 때의 나, '장그래'와 같았다"

- <미생> 현장공개 당시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가.
"그때보다는 많이 편해졌다. 그땐…뭔가 내가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회사원을 데려다 놓고 플래시가 터지니까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이 타이핑 소리가 익숙하다. (웃음)"

- 그만큼 장그래에게 몰입했던 것 같다. 임시완에게 장그래란 어떤 존재였나.
"처음 나는 내가 완전한 장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극중에서) 내가 행동하는 것에 내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가 생기더라. 내가 장그래라 공감을 이끌어냈던 게 아니라, 이걸 보는 절대다수의 시청자가 장그래였기 때문에 공감을 얻었던 거다. 그래서 이젠 감히 '내가 장그래다'라는 말을 드리기가…실제 장그래인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나보다는 이 드라마를 보고 공감하셨던 모든 시청자가 장그래였지 않았나 싶다."

- '처음엔 내가 완전한 장그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떤 점이 닮았다고 생각했나.
"제작발표회 때 말했던 건데 처음 프로의 세계(연예계)에 입문했을 땐 바둑으로 치면 필요하지 않은 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내가 있어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고. 그런 점이 장그래와 나의 흡사한 지점 같더라. '이 경험을 십분 살려 장그래에 공감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고, 그 기억들이 꽤나 (장그래의 과거와) 맞닿아 있어서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나보단 시청자의 공감대가 더 강하다는 걸 깨달았다."

- 그런 점에서 스스로가 생각하는 장그래와의 싱크로율을 점수로 매겨 본다면.
"처음엔 싱크로율이 100%에 가깝다 생각했는데 이젠 감히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근 4개월을, 프리퀄을 포함하면 5개월을 장그래로 살아왔던 만큼 거기에 후한 점수를 주자면…(< 슈퍼스타K > 속 심사위원의 말투를 따라하며) '제 점수는요', 그래도 80점 정도는 주고 싶다. (웃음)"

- 그러고 보니 <미생 프리퀄>에서도 장그래였고, <미생>에서도 장그래였다. 이렇게 장그래 역할에 애착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스스로 장그래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미생>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의무감이랄까, 안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거다. 작품의 성공의 척도가 시청률이나 관객수만은 아니겠지만, 그런 부분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시청률이 잘 안 나오고, 성공하지 못했다 해도 장그래를 표현했다는 것에 있어서 만족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 캐스팅 당시 오상식 역을 맡게 된 배우 이성민은 '장그래는 착한 배우가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왜 장그래 역을 맡을 배우는 착한 사람이어야 했을까.
"'착해야 한다'는 기준에 적합한 사람이 나였다는 이성민 선배님의 말씀에는 '감사하다'는 말밖엔 드릴 게 없다. 실력이나 외적인 부분을 다 떠나, 적어도 인성적인 부분으로 선배님께 인정받았다는 부분에 감사드리고 싶다. <미생>은 철저히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그러려면 (배우도) 사람다워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착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를 원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 본인이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라 생각하나. 극중에서도 평범한 계약직 신입사원이라 보기엔 비현실적으로…예…예뻐 보일 때가 있었지 않나. (웃음) 
"(웃음) 그건 나랑 술을 안 마셔봐서 하는 이야기다. 나를 실제로 보고 느끼는 많은 분들은 (나를) 연예인으로 생각 안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사람 같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그건 앞으로 노력하겠다. (웃음)"

"직장인 친구들, '내가 오 차장이다'라는 상사 때문에 힘들다고"


- 직장 생활을 해보지는 않았겠지만, <미생> 속 원인터내셔널의 에피소드를 촬영하며 새롭게 느낀 것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연습생 때 장그래처럼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느 사회생활이 그렇듯 열심히만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 때로는 정의를 외면하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었고, 눈치를 봐 가며 일해야 할 때도 있었고…. <미생> 속 직장 생활도 그런 모습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예전엔 '만약 전공을 살려 직장으로 돌아가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다. 지금 주어진 이 상황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웃음)"

- 그러면서 실제 '미생'들의 삶에도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버지나 친구들이 직장인이지만, 실제로 그걸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니 어렴풋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미생>을 통해 그 애환들이 가시화되고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면서 '정말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도 감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 임시완에게 장그래의 오 차장 같은 분은 없었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오 차장의 존재 자체가 판타지다'라는. (웃음) 휴대폰 메신저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이 있는데, <미생> 때문에 가장 힘든 건 상사들이 다 스스로 '내가 오 차장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는 점이라더라.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너무 힘들단다. (웃음) 사실 오 차장은 실재하기 힘든 존재 같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분이 있다면 이성민 선배님이나 김원석 PD님, 그리고 <변호인> 감독님이나 송강호 선배님 같은 분들이지 않나 싶다. 이 분들이 지금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분들인 것도 사실이고."

- 포상휴가 이야길 안 할 뻔했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웃은 순간은 언제였나. 
"나에겐 포상휴가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고, 다른 분들도 포상휴가를 여러 번 다녀왔다는 분이 없어서 그런지 가는 것 자체로 기분이 들떠 있었다. 단체로 스케줄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놀러간다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다. 

가서는 보들레르의 '취하라'는 시의 내용을 철저하게 지켰다. (다 같이) 술을 마실 때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술이나…술이라든지…술과…술에…취해 있어야 한다'면서 많이 마셨다. (웃음) 그 시에 가장 감명 받은 분은 '하짱' 전석호 선배님(하대리 역)이 아니었나 싶다. 그 시를 굉장히 감명 깊게 읽으신 것 같더라. (웃음) 또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였다. 여자 스태프에게도 인기가 많았고, 잘 노셨다. 보헤미안 같은 분이다. 가장 먼저 현지화될 정도로 적응력이 있었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 확실히 <미생> 배우들 사이에 끈끈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신입 4인방도 그렇고. 따로 대화하는 창구가 있나. 
"일단 하늘이(장백기 역)랑 요한이 형(한석율 역)은 서로 장난을 치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재밌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들이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이유가, 연기적인 부분으로 얘기를 많이 해서다. 개그를 칠 때도…나는 그쪽(연기) 지식이 없어 잘 따라가지 못하는데, '이럴 때 이 배우와 비슷하지 않나'라며 그걸 따라하고 있더라. '이 사람들이 평상시에도 이렇게 연기에 대해 고민하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휴대폰 메신저에 신입들의 단체 대화방도 있다. 그런데 막 그렇게 원활하진 않다.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지.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잠시라도 만나 이야기하고, 그렇게 자주 만났다. 영업 3팀의 경우…이성민 선배님이 그 메신저를 안 쓰신다. 그래서 자연히 영업 3팀만의 단체 대화방은 없었다. 다만 문자와 전화가 많았고, 같이 지내는 시간도 많았다."

임시완은 지난달 열린 <미생> 현장공개 겸 기자간담회에서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에게 접대를 강요하는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 '나는 내가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지만 너는 남이 마시고 싶을 때 마셔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6화의 한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은 바 있다. <미생> 종영 후 만난 임시완은 또 다시 그 장면을 언급했다. 다만 그때의 임시완이 그 장면을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면, 이번엔 아버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 말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가슴 아프게 들렸다"는 임시완은 "밤마다 술이 취해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며 "어렸을 땐 그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 대사에 문득 '그때 아빠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자연히 <미생>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흘렀다. 논란이 됐던 부분부터 시즌 2에 대한 생각까지, 임시완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액션 히어로'된 장그래? 시청자에게 주는 판타지적 선물"

- 논란이 됐던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상식 차장이 회사를 나가고, 최 전무(이경영 분)가 좌천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장그래가 '민폐'가 됐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원작 속 장그래가 정말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를 벌인 것이었다면 드라마 속 장그래는 차장님을 너무 간절하게 생각하고 원했던 상태에서 뭐라도 해 보려다 실수한 거였다. 원작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이건 피해갈 수 없는 에피소드였다. 그래서 작가님과 PD님도 많이 고민한 부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본 의도는 어찌됐건 (극중) 장그래가 실수를 했고 그게 너무 컸기 때문에, 용서를 받기엔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나와야 다음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장그래가 밉상이 됐다고 해서 큰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 이야기는 풀려야 하는 상황인 거고, 그 자체가 장그래였고…. 장그래가 모든 분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 20회 요르단에서의 에피소드도 논란이 됐다. '장그래가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주는 판타지적인 선물이라 생각했다. 사실 극중 가장 비현실적이고 가장 드라마적인 부분이 요르단 에피소드다. 그동안의 <미생>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리고 상식적으로 장그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부분을 요르단에서 하잖나. 그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차에 치어도 막 일어나서 뛰어다니고 상처도 안 나고…. (웃음) 

다만 그런 부분으로 시청자가 눈이 즐거울 수 있게, 아니면 카타르시스까진 아니어도 대리만족 정도는 줄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힘들고 좌절하는 모습에 안타깝게 느껴졌던 장그래가 현실에서 벗어나 멋있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건 실제 장그래인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르단에서 촬영할 때 비현실적으로 멋있는 부분을 더 담으려 노력했던 거고." 

- 그렇게 이해한다 해도 이질감이 컸던 건 사실이다. 장그래가 막바지에 반드시 슈퍼맨이 되어야만 했을까.
"물론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꼭 그래야(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넣은 장면도 아니었을 거다. 다만 초반에 드라마나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숨쉴 틈이 없지 않냐'는 고민이 (제작진 사이에) 많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작가님과 PD님이 '요르단에서는 숨통을 틔게 해 주자'는 의도로 해결책으로서 요르단에서의 추가적인 에피소드를 만드신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대본보고 열심히 연기하는 입장이라 그걸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제작진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요르단에서의 모습이) 장그래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 생각한다. (장그래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봐도 되는 것 같고. 정말 선물로서, 장그래를 떠나보내는 분들에게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었을까."

"'미생'으로 인정받았다기보다...밑천 드러났다는 생각 든다"


- 이번에 <미생>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한 것이 있다면.
"종방연 때 말했던 건데 <미생> 촬영현장은 배우도 그렇지만 PD님부터 모든 스태프가 연기에 미쳐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나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뛰어넘는 열정, 또 그 열정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 속에서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엔 나와 비슷한 장그래를 표현하고 그 캐릭터로 살아간다는 것에 즐기는 입장이 컸는데, 점점 '잘 해야겠다' '책임지고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무게감이 커졌다. 그러면서 즐긴다기보단 버티는 촬영의 연속이 됐다. 그동안 드라마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 현장은 공기가 달랐다.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든 현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까지 열정 이상의 것을 갖고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따라가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

- 그러면서 연기자로서 스스로도 '미생'이라 느낀 순간도 있었을 법하다.
"<미생>으로 인정받았다기보단 연기적 밑천이 드러났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반쯤부턴 더더욱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밑천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으려 아등바등했던 것 같다. 내 한계를 느꼈던 만큼 앞으로 더 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즐기면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단순하게 다가가선 안 되는 작품이었구나' 싶고. 그러면서 '연기적으로는 나도 미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연극이나 독립영화 등의 경력이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며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인턴 시절 홀로 검정고시 출신이라 소외감을 느끼는 장그래와도 겹치는 지점이기도 하고.
"오히려 처음엔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장그래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활용해 즐기면서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런데 연기적으로 보여주는 게 많은 분들과 함께 촬영하다 보니, 시청자가 거기(연기)에 대해 더 기대감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 그걸 내가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점점 들면서 부담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버틴다'는 표현을 했던 거다."

- 특히 한계를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되게 많았다. 심지어 내레이션을 할 때도 그랬다. 끝을 내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다음 촬영 시간도 다가오는데 또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 하니까. 마인드 콘트롤도 연륜이고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내가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했고…. 점점 시간에 쫓기니 마음도 급해지고, 제대로 못하겠더라. 그러니까 더 시간이 걸리고. 이번 신을 찍고 나면 바로 다음 신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사는 길고, 준비할 시간이 없지만 또 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마인드 콘트롤 하기가 어려웠다."

- 영업 3팀 멤버들이 다시 새 회사에서 뭉치면서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즌 2에 출연한다면, 어떤 장그래의 모습으로 등장하길 원하나.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싶다. 시즌 3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지만, 시즌 3이 나온다면 그때도 '또 얼마나 성장했을까'라는 기대감을 주는 장그래가 됐으면 한다. '완생이 됐다'기보다는 '완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임시완의 2013년과 2014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은 그를 스크린의 신성으로 떠오르게 했고, tvN <미생>은 연기돌로서의 임시완의 위치를 누구보다 공고히 만들었다. 덕분에 그의 주변은 늘 들썩들썩하다. 하지만 정작 임시완은 덤덤하다. 지난달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도 "벌써 축배를 드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던 그다.
 
조금은 취해도, 조금은 욕심을 부려도 크게 나무랄 이가 없으련만 임시완은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끝'을 계산에 넣고 있다. 이것은 애써 기쁨을 감추려는 그만의 방법일까, 아니면 막연한 불안감이거나 기우일까, 그것도 아니면 뜨겁기보다 차가움에 가까웠다던 그의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일종의 생활 습관일까. 쉽게 답을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연기자' 임시완은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빛은, 확실히 더욱 반짝일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턴가 새해 계획을 세우진 않고 있어요. 다가오는 걸 열심히 하려 할 뿐이죠. 제가 어떤 큰 욕심을 부려서…과분하게 많이 받아온 게 아니듯이, 그냥 다가오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긍하면서 묵묵히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래서 새해 소원을 물어 보시면 '2014년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답해요. 2014년 같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요. (웃음) 내년에도 그냥 별다른 의미 없이, 흘러가듯 무사히 잘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필요하지 않은 때 오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 <변호인> 촬영 당시 배우 송강호에게 조언을 많이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미생>을 보고는 별다른 평가가 없었나.
"송강호 선배님께서 말씀 많이 해 주셨다. <변호인> 팀과는 아직까지 자주 연락하고 있다. 최근에도 연락이 왔는데 내가 세부에 있어서 뵙질 못했다. 송강호 선배님은 말할 것도 없고, 곽도원 선배님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 김영애 선배님도 연기적인 부분을 많이 칭찬해 주셨다. '<변호인>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의 연기를 해서 좋은 것 같다. 지금 그 느낌 잃지 말고, 그런 모습을 추구하면서 연기해라'라면서 나보다 더 좋아해 주셨다."
 
- <변호인>도 그렇고, <미생>도 그렇고 반듯한 느낌의 역할을 많이 맡은 것 같다. 그 외에 다른 이미지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민 선배님께서 '생긴 대로 살라'고 하시더라. (웃음) 어느 정도 (역할의) 제약은 없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그릇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들어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대로 수긍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이 틀을 깨 보기 위해 노력은 할 거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이 인식하는 나와 아주 이질적이고 싶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서서히 변화하고 싶다."
 
- 그런 점에서 '나와는 다른 연기인데, 이런 부분에서 좋더라' 싶었던 연기가 있나.
"가깝게는 요한이 형, 대명이 형(김동식 대리 역)의 연기가 나에겐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그 영향을 받아 연기했던 장면도 있다. <미생> 15화 속 술을 마시고 양말을 파는 신이다. 물론 김원석 PD님의 디렉팅이 컸지만, 기존에 내가 했던 연기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 같다."
 

- 스스로 장그래에 많이 감정이 이입됐다고 했고, 장그래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많다고 했다. 바둑에 비유해 묻겠다. 이제는 스스로 이곳에서 '필요한 돌'이라 생각하나.
"지금도 내가 '필요한 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는 다행이라 생각하는 게, '그래도 내가 있는 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게 생겼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겼다는 거다.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고. 스스로 '필요한 돌'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행여나 다시 또 이곳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때가 오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있다.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어떻게 보면 '끝'을 항상 생각하는 게 신기하다. 조금은 지금을 즐겨도 좋지 않나.
"이것도 나의 즐기는 방식인 것 같다. (웃음) 요즘 고민하고 있는 건데…젊음을 이야기할 때 '뜨겁다'는 표현을 많이 하잖나. 그런데 나를 돌이켜 보면 차가운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언젠가는 들끓어보고도 싶지만, 스스로 그렇게는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뜨겁게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런 것들을 배우고 추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다시 바둑에 비유한 질문이다. 언젠가 이곳에서 필요한 돌이 된다면, 어디에 쓰이는 돌이 되고 싶나.
"(이 질문에 임시완은 한참 말을 골랐다-기자 주) 그냥,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분야에 필요한 돌이 됐으면 싶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욕심을 내면 안될 것 같다. 언제라도 나는… 바둑돌은 그냥 바둑판에 놓여 있는 거지만, 바둑돌과 내가 다른 점은 나는 어찌됐든 소비된다는 거잖나. 그 돌이 깎고 깎여서 언젠간 없어질 수도 있고, 변형될 수도 있고, 아니면 쓰일 만큼 쓰여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덤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고, 더 욕심을 내지 않고 싶다."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CWLSw6DMAxET2OWyCSBkAWLls+qu54gwq5AFYEG2orb11DJ0rx5I7/eHPcK2hpcC6U5oLyCq0/jxCTbvnAV+LsmT96rXnnM2WmTe4OkkUrLhfKUk2P2PSVD5Ec1bNsC+gKqkzt+0+A/HNN+nkRMfgwSkT2lYQigu2kmBt3c7g2oYhpJeOVeeB0pk5JhIWU+BzRW2P8ZUaG1Fs0PHWpj4sgAAAA=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067400&CMPT_CD=A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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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2 추천 '미생' 오민석 "'변호인'서 인상깊던 임시완, 잘할거라 확신" 1 1115 14.11.29
1031 추천 '미생' 윤태호 작가 "임시완 이성민 등 '미생' 배우들 지금도 교류" 1 1088 16.02.02
1030 추천 '미생' 이성민-김대명-임시완, 직장인인가 연기자인가 1062 14.11.08
1029 추천 '미생' 이성민-임시완, '청룡영화상' 듀엣 시상자 발탁 935 14.12.16
» 추천 '미생' 임시완 "나는 아직도 '필요한 바둑돌'은 아니다" 1044 14.12.29
1027 추천 '미생' 임시완 "버티는 과정의 연속…역시 나도 '미생'"(종합) 895 14.12.29
1026 추천 '미생' 임시완 "선택권 없이 살아온 우리 아버지 생각했다" 926 14.11.05
1025 추천 '미생' 임시완 "세상 모든 장그래에게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 887 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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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si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