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생’의 장그래는 없다. 보듬어주고 싶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 이미지를 벗은 지 오래다. 그에게서 이제 듬직함이 느껴진다.

 

 

임시완(28)의 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눈빛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영화 ‘오빠생각’의 이한 감독은 이런 이유로 그를 캐스팅했다. 이전까지 영화의 주연 경험이 없던 그이지만 꽤 능숙하게 잘해냈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주연과 조연의 차이를 잘 몰랐어요. 첫 주연작이라고 해서 굳이 다르게 접근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어떻게 해야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했죠.”

 

그가 맡은 역할은 전쟁으로 모든 걸 잃은 군인 한상렬. 전출 명령을 받아 우연히 머물게 된 부대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 그는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 분)와 함께 어린이 합창단을 이끌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한상렬은 진정한 어른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땐 그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려 하고, 불의 앞에선 냉철해지고…. 그래서 그의 정서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는 한참 위에 올라가 있는데, 저는 저 아래에서 뒤꽁무니 따라가느라 힘들었어요.”

 

음악을 전공한 군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수개월 동안 체력 훈련을 했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익혀야 했다.


“지휘는 정형화된 틀이 없어서 피아노보다 더 어려웠어요.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 것부터 막막했죠. 자료도 살펴봤지만 형태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스스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었어요.”

 

검게 그을린 피부에 탄탄해진 그의 몸도 눈에 들어온다. 몸을 만들기 위해 즐겨 마시던 술까지 끊었다. 술 한 잔이 고팠던 어느 날, 동료 배우 이희준에게 연락해 밤새 술을 마신 적도 있긴 하지만.

 

“드라마 ‘미생’ 때 술을 자주 먹어서 술배가 많이 나왔거든요. 힘들게 촬영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마시는 술 한 잔이 얼마나 시원한지는 ‘변호인’을 찍으면서 알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웃음).”

 

이제 기대주를 넘어 어엿한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겸손하다. “어떤 역할을 맡든 늘 주연의 마인드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항상 책임감 갖고 연기에 임하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에 한 겹의 신뢰가 더해진다.



원문출처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5&artid=20160125164707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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