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실로 불한당의 계절이다. 악과 악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5월 17일 개봉, 변성현 감독, 이하 ‘불한당’)이 초여름을 뜨겁게 열어젖힌다. 범죄 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한재호(설경구)와 패기로 똘똘 뭉친 언더커버 형사 조현수(임시완)는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린다. 출소 후 함께 조직을 장악하기로 하지만, 서로 숨겨왔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한당’의 핵심은 재호와 현수의 끈끈한, 아니 끈적끈적한 관계다. 변성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린 만큼 둘은 인연과 악연 사이를 오가며 영화 내내 아찔한 ‘밀당’을 선보인다. ‘감각적인 누아르’를 표방하는 이 영화 속에서 사랑과 증오로 엉켜있었던 두 불한당을 만났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임시완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말갛고 고운 얼굴에 묘하게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다. 최근 스크린 속 임시완(29)을 보며 든 인상이다. 돌이켜보면 그의 얼굴은 선(善)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 마음으로 격려하고 싶던 TV 드라마 ‘미생’(2014, tvN)의 장그래, 타인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바꿀 만큼 강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던 영화 ‘변호인’(2013, 양우석 감독)의 대학생 진우…. 대중은 그의 얼굴에서 맑고 여리지만 굳은 심지가 있는 청년을 보았다. 달라진 건 ‘원라인’(3월 29일 개봉, 양경모 감독)의 김민재 부터다. 똘똘하고 수완 좋은 대출 사기꾼 민재가 남을 속이며 짓던 표정에선 오만함까지 느껴졌다. ‘불한당’의 현수는 여기서 더 나아간 캐릭터다. 출신도, 속내도 알 수 없는 곱상한 남자. 교도소에서 겁도 없이 덩치와 싸울 땐 재호 말대로 “혁신적인 또라이” 같다가도, 재호 일당을 능수능란하게 속일 땐 명석함이 엿보인다. 비밀스런 현수는 이 영화를 따라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연기하기 어렵진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본래 고민도 생각도 많은 임시완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는 “이 영화만큼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Q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출연을 쉽게 결정했나요.
A :

“그건 아니에요. 현수는 저보다 나이 많고 성숙한 사람 같았거든요. 액션 장면도 많았고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기우였어요. 변성현 감독님이 제 연기를 온전히 믿어주셨거든요. 어떤 연기를 해도 ‘다 좋아요’ 라면서. 감독님이 내 연기를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니 그렇게 편할 수 없었어요. 촬영 전에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온전히 재미와 쾌감을 위한 영화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요.”

 


Q : 전에는 작품의 주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나 봐요.
A :

“그랬죠. 그러다 문득 제가 혼자 술 마실 때 보는 영화를 생각해보니, 장르 영화가 많더라고요. 작품 선택의 폭을 더 넓히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불한당’ 시나리오를 읽게 된 거죠.”

 


Q : 이번엔 설경구라는 관록 있는 선배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요.
A :

“설경구 선배님은 나이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생각 자체가 젊은 분이셨어요. 게다가 정말 성실하셔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줄넘기를 하시는 걸 보고 놀랐죠. 한 번도 같이 하진 않았지만(웃음).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절 보며 ‘그 때 내가 너를 죽였어야 하는데’ 라고 말하는데, 극중 재호의 모든 복잡한 감정이 정확히 느껴졌어요.”

 


Q : 언더커버 형사인 현수와 진짜 폭력배인 재호는 우정과 사랑, 불신과 미움이 뒤섞인 관계죠.
A :

“초반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극중 현수가 재호에게 자신의 약점을 털어 놓은 대목이 있어요. 현수가 대체 왜 그러는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어느 순간 논리적으로 따지고 싶지 않아졌어요. 합당한 이유가 생겨야 타인을 믿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만, 그 장면에서 ‘현수가 재호를 아주 많이 믿고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심했어요.”

 


Q : 둘이 함께한 대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A :

“흘러가는 장면인데, 교도소에서 만난 재호와 현수가 알까기 내기를 하며 장난치는 대목이 있어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임에도 마음에 많이 남아요.”

 


Q : 이 영화에선 임시완이 누군가를 때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신선했어요.
A :

“그죠. 예전엔 맞기만 했는데(웃음). ‘불한당’의 액션 콘셉트는 ‘만화처럼 경쾌하게’ 였어요. 다치지 않으려 걱정하며 열심히 했는데, 지금 보면 좀 아쉬워요. 연기도, 액션도 끝나면 늘 아쉽죠.”

 


Q : ‘불한당’은 확실히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눈에 띕니다.
A :

“보면 볼수록 만화 같은 느낌이에요. 원작이 없는 데도, 꼭 원작 만화를 실사로 옮긴 것 같달까요. 폐공장, 교도소 등을 한국에 없을 듯한 이국적 공간으로 꾸미기도 했거든요. ‘제가 관객이라면 만원을 투자해 볼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임시완은 배우로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빠른 속도로 확장해왔다. 아이돌 그룹 ZE:A의 멤버였던 그는 연기 경력이 전무했지만 ‘해를 품은 달’(2012, MBC)의 어린 허염 역에 캐스팅 됐다. 똑똑하고 다정한 수재 허염은 임시완을 본격적인 ‘연기돌’의 길로 이끌었다. 눈여겨 볼 것은 그의 집중력이었다. 영화 뿐 아니라 촬영 호흡이 빠른 TV 드라마에서도 그는 밀도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마치 배우라는 옷이 훨씬 더 잘 맞는다는 듯이. 찬찬히 단어를 골라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 “진중한 성격이냐”고 물었다. “별 생각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봐주시니 제가 그런 성격이긴 한가 봐요. ‘평소에 일기를 쓰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글이랑 거리가 멀어요. 사색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
 


Q : 인간 임시완의 성정이 연기와 잘 맞았나요.
A :

“그런 것 같아요. 하나에 꽂히면 완전히 몰두하는 성격이거든요. 한 역할이 주어지면, 그 생각만 하고 살아요. 대신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못해요. 단순한 거죠. 지금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7월 방영 예정, MBC)를 촬영 중인데, ‘불한당’ 스케줄도 함께 하고 있잖아요. 자아가 분열되고 있습니다(웃음). 인터뷰 하면서도 예전 기억이 헷갈리기도 하고. 지나간 일은 모조리 잊어버려요. 큰 문제예요(웃음).”

 


Q :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자신과 닮았던 캐릭터가 있었나요.
A :

“‘미생’의 장그래를 연기할 때 저랑 참 닮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제 안에도 수많은 인격체가 있다는 거예요. 차분한 모습, 활발한 모습 등 다 제 안에 있어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성품이 더 많이 드러나느냐가 중요하겠죠. 20대 내내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며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정말 소극적이었거든요. 아이돌 그룹 활동할 땐 늘 ‘말 안하는 멤버’였어요.”

 


Q : 가수 활동을 한 게 연기에 도움이 되었나요.
A :

“네. 지난 7년 동안 강렬하고 특별한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가슴이 벅차오르게 행복했던 순간, 너무 힘든 순간 모두 겪었으니까.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 기회였죠. 지금까지 제 경험을 영감 삼아, 재료 삼아 연기했어요. 저만의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아서 연기가 도드라지는 영화 보는 걸 피하기도 했어요.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게 불편했거든요. 훌륭한 연기를 보면 ‘나는 언제쯤 저렇게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드니까.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지려고 해요.”

 


Q : 군 입대를 앞둔 시점에서 임시완의 20대를 돌이켜 보면 어떤가요.
A :

“신기해요. 나중에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 아이들에게 ‘아빠가 젊을 때 아이돌 멤버였어’ 라고 말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과거 영상 보여주면서(웃음). 아마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한 시기라고 기억하겠죠. 당분간 팬들을 만나기 어려울 테니 팬미팅을 두루 열고 인사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될지 모르겠어요.”




원문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olink/21188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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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2017.05.23 00:11
    이 기사 인터뷰를 보니 가끔 시완이가 했던 말 또하기도 하고 허당끼가 보였던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 성격 때문에 멋진 연기도 나오는 것이겠죠.
    넘 귀엽고 이해도 되고 멋진 사람 같아요.ㅎㅎ

    그런 것 같아요. 하나에 꽂히면 완전히 몰두하는 성격이거든요. 한 역할이 주어지면, 그 생각만 하고 살아요. 대신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못해요. 단순한 거죠. 지금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7월 방영 예정, MBC)를 촬영 중인데, ‘불한당’ 스케줄도 함께 하고 있잖아요. 자아가 분열되고 있습니다(웃음). 인터뷰 하면서도 예전 기억이 헷갈리기도 하고. 지나간 일은 모조리 잊어버려요. 큰 문제예요(웃음).”

    [출처: 중앙일보] 말갛고 고운 얼굴의 배신...'불한당'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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