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 성장한 기분이다.” ‘원라인 작업 대출’로 한순간에 부를 거머쥔 사기꾼 민 대리가 된 임시완이 <원라인>(3월 29일 개봉)에서 단정함을 벗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맡은 역할뿐만 아니라 자신을 책임질 줄 아는 배우 임시완의 성장에 아직 한계는 없다.

 

<오빠생각>(2016) 때 너무 착한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냐는 질문에  “일부러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미지 고착에 대한 두려움, 이미지 변화에 대한 갈증을 제가 먼저 느끼지 전에 <원라인> 양경모 감독님을 비롯해 다른 감독님들이 먼저 저의 이미지를 바꿔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원라인>을 통해 제 연기의 다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매사에 진중하고 깊이 고민하는 임시완의 성격으로 봤을 때, 능청맞고 코믹한 사기꾼 <원라인>의 민 대리(민재) 캐릭터를 놓고 고심했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칭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나리오에 공감했습니다. <원라인>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돈이라는 소재의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흥미를 줄 것 같았습니다.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믿고 민 대리 캐릭터를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기꾼 민 대리 캐릭터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나요?

 

보통 사기꾼이라고 하면 화려한 언변과 다정다감한 친화력으로 사람을 대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착하고 단정한 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민 대리의 사기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런 이미지는 실제 민 대리의 성격이 아니고 사기를 위한 연기였다는 의도였어요.

 

민 대리는 작업 대출의 세계에 발을 딛는 영화 초반에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작업 대출로 큰 성공을 맛본 후, 민 대리의 표정과 행동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는데, 의도적으로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한 것인가요?

 

영화는 민 대리가 작업 대출의 세계에 빠져든 2004년과 ‘원라인 작업 대출’로 성공을 경험한 200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돈의 맛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민 대리의 감정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 민 대리가 부모님과 함께 판자촌에서 지낸 장면에서 민 대리의 감정은 정말 무미건조했거든요. 그 장면에서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민 대리의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임시완은 민 대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다.

 


민 대리의 오른팔인 건달 기태 역을 맡은 배우 박종환과 함께한 코믹한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종환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보통 상대 배우의 대본을 봤을 때, 상대 배우가 어떻게 대사를 하고 감정을 드러낼지 감이 옵니다. (박)종환 형은 그런 상식을 깨뜨리는 연기를 했습니다. 도대체 이 형은 평소에 어떤 생각, 행동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대사의 톤을 새롭게 가져갔습니다. 종환 형과 촬영할 때 웃음이 나와서  NG를 많이 내기도 했습니다.

 

<원라인>은 작업 대출이란 소재가 신선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이 자주 접하기도 하는데 작업 대출이란 소재의 이야기를 보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예나 지금이나 사기는 성행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민 대리 캐릭터를 연기하고 연구하면서 사기를 당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민 대리 역을 소화하면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원라인>을 찍기 전까지 작품마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마냥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연기를 준비하는 스타일이 철저하게 캐릭터를 분석하고 모든 걸 완벽히 해서 촬영 현장에 가는 것이거든요. 현장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희열을 느끼지만, 그전까지 과정은 솔직히 제 살을 갉아먹는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연기 하면 오래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모든 준비 과정을 생략하고 연기 스케치만 준비하고 현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순발력 있게 현장에서 스케치에 색칠하는 연기를 하려고 했죠. 이런 방법으로 연기하니까 재미있고 한 단계가 아닌 몇 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원라인>을 찍으면서 기억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민 대리가 사기 치려는 한 남성에게 접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본에 ‘민 대리가 접대와 상담을 해준다’ 정도만 쓰여 있었는데 상대 배우와 연기하다 보니 긴 시간동안 촬영하게 됐습니다. 연기를 갓 시작했을 때 저였다면 대본 길이보다 긴 촬영 시간에 당황했을 겁니다. 편집돼서 영화에 10초 정도 짧게 나왔지만, 제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연기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준비. 임시완에게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연기를 즐기는 진정한 방법이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감독의 의도를 존중하는 스타일인가요?

 

저는 항상 어떤 이유가 있어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유가 없으면 몸으로, 표정으로 연기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앵글 때문에 제가 앉아 있던 의자 옆자리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실제로 나는 여기 옮겨 앉을 이유가 없는데 왜 옮겨야 하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저에게는 의자가 부러져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 캐릭터가 처한 상황 등 이야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들께 제가 왜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중히 구체적으로 여쭸습니다.

 

가수로 데뷔하고 연기와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연기와 노래 중 어떤 것에 더 집중하고 있나요?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는 비중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노래는 제가 처음부터 좋아했고 오랫동안 가져가고 싶습니다. 연예계 데뷔를 노래로 했다는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제가 진심으로 노래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노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굳이 노래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면 깔끔히 포기하는 게 현명했겠죠. 저는 노래가 정말 좋아요. 혼자 노래방을 자주 갈 정도로 말이죠.

 

착하고 단정한 이미지, 똑똑한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이미지를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일부러 큐브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어요. <뇌섹시대 – 문제적 남자>(tvn) PD님이 작년 여름에 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하셨는데, 죄송하지만, 그 프로그램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똑똑한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깨질 것 같아서요.(웃음) 그리고 착한 이미지 때문에 도덕적인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는 착한 사람 아니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라고 생각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제가 착한 사람이 아니어도 팬들의 환상을 깨는 행동을 최소화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기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임시완. 그는 초심을 늘 잃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극복하고 싶은 것은 있나요?

 

연기를 시작할 때의 초심은 물론, 예전 연기 스타일을 조금씩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제가 한 방향으로만 연기를 하는 일이 생기겠죠. 그런 점은 조심하고 싶습니다.

 

이제 아이돌보다 배우라는 호칭에 더 익숙해졌을 것 같습니다. ‘배우 임시완’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을 받나요?

 

연기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적 바라던 가수, 배우의 꿈이 점점 하나씩 이뤄지고 명확해지면서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 정도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미래에 연기 이외의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씩 닫혀가지만, 앞으로도 연기를 하고 싶고, 연기를 하는 지금이 좋습니다.

 

<원라인>은 임시완의 사기꾼 연기로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이전과 다른 캐릭터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첫 시도가 있었기에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앞으로 새로운 것에 부딪혀야 더 큰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관객이 <원라인>에서 제 연기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새로운 도전은 꼭 필요했습니다. <원라인>은 도전정신을 발휘했다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영화입니다.



원문출처 : http://news.maxmovie.com/30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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