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장그래役 임시완

열연으로 최고 시청률 견인

"가장 좋은 연기 나올 때까지 스스로를 많이 괴롭혀요… 촬영장 선배들이 제겐 스승"

오늘도 대취했다. 상사의 서류 가방을 'X자'로 메고, 접대 손님을 부축해 호텔 앞까지 왔다. "(계약) 잘 부탁드립니다!" 호텔 키를 쥐여주며 과장이 갑(甲)에게 허리를 100도 이상 굽힌다. 갑이 떠났는데도, 허리는 올라올 줄 모른다. 그는 과장의 등을 오래 바라본다. 이윽고 과장에게 그가 허리 굽혀 인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

29일 서울 수송동 촬영장 앞에서 tvN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임시완(26)을 만났다. "진짜 직장 다니는 기분이에요." 취직 경험은 없다. 부산대 기계공학부 1학년 여름방학, 정비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잠깐 기계 수리를 도왔던 게 직장 생활(?)의 전부다. 회사원 연기를 위해 직장인 친구들에게 전화도 여럿 걸었다. "직장 상사 욕부터, 세상 살기 쉽지 않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고 했다. "연기 조언보다는 그냥 친구들 사는 얘길 들었어요. 회사원이라면 느낄 법한 보편적인 감성을 읽고 싶었거든요." "사람의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배우"라는 원작 만화가 윤태호의 극찬처럼, 임시완의 열연에 힘입어 드라마는 매회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4.7%·TNms·1일)하고 있다.

프로 바둑 입문을 지망했던 장그래처럼, 임시완도 초등학교 때 바둑을 배운 적이 있다. "지금은 바둑판도 희미하고 수도 다 까먹었다"며 웃는다. 지금 그의 기보(棋譜)는 대본이다. 그는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즉흥 연기보다는 대본도 여러 번 보고,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이에요.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면을 떠올리느라 스트레스가 심하죠." 촬영 전에도 그는 한참이나 제자리에서 뱅뱅 맴돌고 있었다. 만취 연기를 위해서였다. 배우 생활 3년 차, 연기 수업은 따로 받은 적이 없다. "촬영장 선배들이 모두 스승"이라고 했다. 영화 '변호인'에서는 송강호, 이번엔 이성민(오상식 과장)이다. 공짜 과외 덕에 그는 무섭게 성장했다. 이날도 그는 이성민을 언급하며 "매 장면이 배울 점으로 가득하다. 운이 좋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시청률 40%를 넘긴 데뷔작 MBC '해를 품은 달'부터 지난해 관객 수 1100만을 넘긴 영화 데뷔작 '변호인'까지 대박 행진을 이었다. 그는 "원체 찍은 게 몇 개 안 된다"며 수줍어하면서도 "운이 좋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 '미생'을 전부 챙겨봤다는 그가 드라마 2회에 나온 "기회에도 자격이 있다"는 대사를 읊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임시완은 "장그래에게서 옛날 내 모습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2010년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폭발력은 없었다. "데뷔하고 나서 더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데뷔만 하면 다 끝일 줄 알았는데, 시작이더라고요." 모든 게 낯설었던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며, 그는 드라마 초반 본인의 원래 상의보다 두 사이즈 큰 양복을 입었다. 허리 27인치(69㎝), 체중 57㎏의 신체에 걸친 105 사이즈. "세 벌 중에 하나를 제가 직접 골랐어요. 아버지가 입고 다니던 거랑 비슷한 걸로요." 덩치보다 큰 옷을 입고, 장그래는 사회라는 거대한 강을 처음 마주한다.

본명은 임웅재, 시완은 그가 좋아하는 스완(swan·백조)에서 따온 예명이다.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듯, 인턴 장그래는 결국 계약직 사원이 됐다. 오후 9시 30분, 녹화가 끝나기 무섭게 그는 앨범 후시 녹음을 위해 곧장 녹음장으로 향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 발을 굴렀다.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CWLyw6CMBBFv2ZYktoHtosulMfKnV/QdMZADAULavh7B0wmueeem3m9KW8e2hpcC1bvYK/g6sM4NsW6zeQTfZfiSZuPMghDTmkTtEAl0J6pkgENOqIQsegzPXy/rjOoC8iOb/8tU/hQLuM0shjDkDgyBSxTn0B144QEqrndG5DVOCDzQpF5GfDERQjNZToGIRVz+LMQ0hqtTPUD95uiVsgAAAA=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조회 수 날짜
1084 추천 "결혼, 연애, 미래…" 스물일곱 청년 <b>임시완</b> A to Z [인터뷰] 3221 14.01.20
1083 추천 "그래! 참 보기 드문 청년일세" 967 14.12.18
1082 추천 "우리 덕분에 완생"…미생vs나쁜, 보이지 않는 손? (인터뷰) 1000 14.12.13
1081 추천 "필요없는 돌이었기에"…임시완, 취할 수 없는 이유 8 (인터뷰) 1000 15.01.04
» 추천 "회사원 감성 알고싶어 직장인 친구에 전화도 걸었죠" 1086 14.11.03
1079 추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임시완 “변수를 즐겨보자” 1068 17.05.26
1078 추천 <원라인> 임시완 “착한 이미지에 책임감 느낀다” 1063 17.03.28
1077 추천 <타인은 지옥이다> 배우 이동욱, “서문조는 욕망을 위해 달리는 인물이다 ” 946 19.08.26
1076 추천 <타인은 지옥이다> 배우 임시완, “윤종우는 장그래와 다른 청년이다” 1085 19.08.26
1075 추천 <타인은 지옥이다> 이창희 감독, “결말의 해석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는 작품” 930 19.08.26
1074 추천 "난 근본이 없던 상태에서 시작했다" 임시완이 말하는 '밑져야 본전' 정신 2 1047 16.01.16
1073 추천 "대륙이 심쿵" 임시완, 中 웹드라마 캐릭터 공개 1140 16.06.28
1072 추천 "멜로 눈빛에 치인다"..'런온' 임시완의 성공적인 변주 1087 20.12.18
1071 추천 "성숙하고 의지 강한 한 소위를 이해하는 게 어려웠죠" 951 16.01.21
1070 추천 "의미심장한 분위기"…'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 티저 포스터 공개 1006 19.07.18
1069 추천 "이런 사람, 공감할까" 임시완 고민에 빠지게 한 상황 2 1117 21.02.10
1068 추천 "임시완 밥투정 아이도 밥먹게한 마성의 배우"(인터뷰) 762 16.01.12
1067 추천 '1000만돌' <b>임시완</b> "변호인' 물고문 장면, 정말 괴로웠다" 1702 14.01.20
1066 '故노무현' 그린 송강호 영화 '변호인', 12월 19일 개봉 1067 13.10.30
1065 추천 '갑동이' 이준 vs '트라이앵글' <b>임시완</b>, 업치락 뒤치락 '운명의 연기돌' 1520 14.04.2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5 Next
/ 55
sweetsi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