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이후로 3년만이네요”

 

임시완이 배우가 되고서 세 번째로 영화 주연을 맡았다. 2013년 ‘연애를 기대해’(감독 이은진)로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같은 해 ‘변호인’(감독 양우석)으로 두 번째 작품 만에 천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9위의 영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는 ‘오빠생각’(감독 이한)으로 지금껏 가장 큰 주연을 맡게 됐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배우 임시완’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아니, 근래 활동으로 볼 때 어쩌면 가수 임시완보다 더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21일 개봉을 앞두고 ‘오빠생각’에 대한 임시완의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나서 어린이들이 합창하고 공연하는 모습이 바로 그려지더라고요. 머리에 자꾸 잔상이 남는 걸 보고선 ‘해야 되겠다’ 싶었어요. 제가 본 시나리오 중에선 제일 오래 잔상이 남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만 읽고 울지는 않았고요. 제가 눈물이 워낙 없어서요.(웃음)”

 

임시완은 ‘오빠생각’에서 한국전쟁으로 소중한 가족과 동료까지 모두 잃은 국군 소위 한상렬로 분했다. 우연히 전출 받아 머물게 된 부대에서 전쟁 통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박주미(고아성 분)와 함께 합창단으로 한 데 모은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비극 속에서 결코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인물을 임시완 답게, 올곧게 표현해냈다.

 

“전쟁 신을 초반에 촬영했는데, 촬영하면서도 ‘내가 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감정이 지배적이었죠. 처음부터 그런 장면을 찍고 나니 전시의 참혹함을 가장 잘 이해하게 됐어요. 전쟁에 대한 자료도 많이 접했죠. 배우라는 직업에서 평생의 숙제라 생각하는 부분이, 대부분은 경험하지 못한 일을 연기하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그 부분을 이해하려는 과정을 겪을 거라는 거예요.”

 

“한상렬이라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바로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가족도 주변 사람도 다 잃은 상황인데, 그럼에도 꿋꿋이 신념을 잃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그 정서를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아무리 어른이라 해도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면 폭발하는 게 사람 아닌가요? 그럼에도 한상렬은 갈고리(이희준 분)에게 마지막 경고를 하러 갈 때조차 화를 내지 않았죠. 분노의 한계치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았어요. 한상렬은 아마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이에요.”

 

찬찬히 한상렬을 분석하는 임시완이다. 아무리 착한 인물이라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면 ‘아니다’라고 표현할 줄 아는 모습이 솔직하고 대담하다. 오히려 갈고리 캐릭터에 더 공감 간다며 사람 같이 느껴졌단다. “희준 형이 표현해내는 캐릭터가 되게 좋았어요.”라며 이희준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렇게 임시완은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훈훈한 촬영 분위기를 회상했다.

 

“아성이는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동생 같고 친근했어요. 아이들과 있을 때 특히 즐거워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의연하게 잘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아이들과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이들의 연기가 저에겐 센세이션했어요. 어떻게 그 나이에 캐릭터를 이해하고 접근하나 싶었죠. 그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어요. 아이들 에너지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서른 명 이상이 있으니 놀다 지치기도 하고, 촬영이 딜레이가 되기도 했지만 같이 놀면서 촬영했죠. 아이들 컨디션에 맞춰 일찍 퇴근할 수 있었던 게 특히 좋았어요.(웃음)”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 그간 출연한 작품들과는 또 다른 환경 속에서 촬영이 이뤄졌을 터.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터놓았다.

 

“이한 감독님과 함께 작업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떤 걸 해도 좋다고 하셨거든요.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해주셨어요. 사실 제가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치지 못했기 때문에 피아노와 지휘를 4개월 정도 배우고 촬영했어요. 쉽지 않았죠. 알고 보니 제가 연주한 곡이 어려운 곡이라 하시더라고요. 저는 처음 배운 곡이 그 곡이라 어려운 줄도 몰랐죠.(웃음)” 

 

“아무래도 전쟁신을 찍다보니 부상도 있긴 했어요. 리허설 때 30프로의 에너지만 쓰고 촬영하기로 했는데, 막상 몰입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지더라고요. 가짜 칼이긴 했지만 제가 가진 그 칼에 찍혀서 8바늘을 꿰맸어요. 그래도 저 말곤 크게 다친 분이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촬영 초반이라 액땜했다고 생각했죠. 또 한 번은 희준 형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다 희준 형이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숨을 못 쉬고 기절한 적이 있어요. 제가 숨구멍을 마련해놨어야 했는데 요령이 없었던 거죠.”

 

여러 번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임시완은 자신의 고통보다는 주위를 먼저 배려했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 환경임에도 배우로 변신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긍정적으로 젖어들고 있는 중이다. ‘해를 품은 달’ 허염, ‘미생’ 장그래, ‘변호인’ 진우 캐릭터는 실제 임시완의 성격과 상당부분 닮아있었다.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이 있긴 한데, 감독님들께서 그런 부분을 과장해서 끌어내 주셨던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희준이 형이나 아성이가 들으면 웃겠죠?”라고 너스레도 떠는 여유가 매력을 더한다.

 

사실 임시완은 가수든 배우든 가리지 않고 ‘연예인’ 자체가 되고 싶어 했다.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1학년으로 입학하고선 이과 수업이 연장된 기분이었고, 고등학교 4학년으로 이어진 느낌마저 들어 공부가 질리게 됐다. 방황의 시간을 거친 후 혼자 가요제에 지원했고, 덜컥 현재 소속사에 입사하고선 ‘제국의 아이들’이 됐다.

 

“원래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대학 가면 다 잘된다는 어른들의 말에 속아서 공부했죠. 배우가 제 적성에는 맞는 것 같아요. 역할에 접근하는 과정이 재밌거든요. 배우로서나 사람으로서나 보기에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처음 봤는데도 오래 전부터 봐온 듯한 느낌 있잖아요.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싶어요. 제가 가진 능력보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목표치는 충분히 넘은 것 같아요.”


원문출처 :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29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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