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아이돌로 보든, 연기자로 보든, 그게 중요하지 않아요. 연기했을 때 진짜처럼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28)의 연기 철학은 확고했다. 심지가 단단한 이 청년은 아이돌 데뷔 후 연기자로 전향할 즈음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자로 전향 후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게 된 그는 '내가 여기에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닌 건가' 싶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점차 연기의 매력을 느꼈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꽉 붙잡았다. 흔들리는 마음은 '더 해볼 수 있겠다', '연기자가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확신과 흥미로 바뀌었다. 

아이돌 활동보다 연기가 더 적성에 맞다는 임시완을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홍보 인터뷰차 만났다.  

임시완은 '변호인'(2013), '미생'(2014), '트라이앵글'(2014), '오빠생각'(2015), '원라인'(2016)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그는 바르고 착한 청년 이미지를 지녔다.

 

이번 '불한당'에서는 그간 고수해온 순수한 이미지를 벗고 거친 남자로 변신했다. '불한당'은 모든 것을 잃고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설경구)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임시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임시완은 현수로 분해 껄렁껄렁한 모습, 액션, 슬픔을 겨누지 못하는 장면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맑은 눈에서 나오는 특유의 눈물은 묘하게 가슴을 건드린다.

앞서 임시완은 "이렇게 기대된 작품은 처음"이라며 "결과가 잘 나올 듯하다"고 자신한 바 있다.

설경구보다 먼저 캐스팅된 임시완은 "작품을 선택할 때 망설이긴 했다"며 "몇 년 뒤 이 역할이 나한테 왔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그래도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고, 무조건 볼 것 같은 확신이 들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불한당'은 그간 한국 영화에서 많이 봐온 남자 배우 투톱을 내세운 범죄 액션물이다. 임시완이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시완은 "캐릭터에 어울리냐, 어울리지 않느냐보다는 내가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면서 "처음엔 걱정도 했는데 현수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연기하는 게 편해졌다"고 말했다.

 

영화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임시완은 "일단 재밌는 영화라서 마음에 든다"며 "다른 영화와는 차별점이 있기 때문에 칸 영화제에 초청되지 않았겠냐. 색다른 시도가 담긴 만화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불한당'은 언더커버 영화다. 인물의 흔들리는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엄청난 과제를 떠안은 임시완의 입에선 의외의 말이 나왔다.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에 비하면 자극에 바로 반응하는 일차원적인 캐릭터거든요. 영화 기술적인면은 잘 몰라요. 그냥 상황에 충실해서 감정을 표출했을 뿐입니다." 

그는 항상 주연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한다고 했다. '불한당'을 통해 스스로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됐다고. "예전엔 촬영 전날 철저하게 계산해서 연기했어요. 걱정이 돼서 잠을 안 잘 정도로 하니깐 연기가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그러다 '원라인' 때 연기 방식을 바꿨어요. 현장에서 부딪혀보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기대도 되더라고요. 그래도 빈틈이 많아서 여전히 아쉽답니다(웃음)." 

임시완은 또 "촬영 전에는 제일 힘든 작품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재밌게 찍었다"며 "테이크를 길게 간 장면이 많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스무 살 이나 차이 나는 설경구와의 호흡도 화제였다. 임시완은 "선배님을 대할 땐 '내가 뭘해도 받아주시겠지'하는 믿음이 있다"며 "선배님의 연기에 따라 대본에 없었던 반응이 나올 때도 있었다. 편하게 호흡 맞추며 촬영했다"고 했다. 

 

설경구는 '불한당'을 '현수의 성장담이자 임시완의 성장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작품 하나 마칠 때마다 무언가 쌓이긴 해요.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연기 방식을 배우기도 하고요. 정서적으로나 연기적으로 한층 성장하는 듯해요." 

설경구는 촬영장에 임시완이 감정을 잡은 공간인 '시완 존'이 있다고 장난스레 얘기하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자 임시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감정신이 있을 때 집중하려고 떨어져 있었거든요. 감정신 접할 때마다 부담이 커요. 슬픈 영화, 예능을 보면서 감정을 잡아요. 근데 신기하게도 매일매일 감정이 달라요. 생각을 한정 짓지 않고 최대한 현장 분위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임시완은 캐릭터를 위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을 만들었다는 그는 몇 달 동안 술을 끊고 식단조절을 했단다. 금주하다 보니 사람도 끊어야 해서 괴로웠단다. 몸이 드러나는 장면을 찍고 감독에게 이렇게 촬영은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몸만들기에 치중하는 것보단 연기 연구에 더 치중하겠다고 했다. "몸 만드신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4개월 동안 몸을 만들었는데 금주가 가장 힘들었어요. 군대에서 몸을 만들려고요." 

 

거친 액션신을 소화한 그는 "이번엔 부상 없이 잘 촬영했다"며 "'오빠생각' 때 손가락을 다쳤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보더라. 모두를 위해서 다치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촬영했다"고 했다.

'불한당'은 두 남자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믿음'이 어떻게 쌓이는지, 어렵사리 다진 믿음이 어떻게, 와르르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임시완은 사람을 잘 믿는 편일까. "글쎄요. 믿기 전까지는 거리를 두다가도 믿기 시작하면 한없이 믿는 스타일입니다. 상황을 믿느냐, 사람을 믿느냐의 문제는 그때그때 다를 듯하고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임시완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임시완은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방에 혼자 자주 간다고 했다. 좋아하는 장르는 발라드. 드라마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와 팬미팅 무대에서 노래를 들려주고 싶단다. 

노래방 '18번 묶음'이 있다는 얘기에 바로 물어봤다. 유명 발라드곡이 술술 나왔다.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김광석 '거리에서', 임재범 '너를 위해', 바비킴 '사랑 그놈', 임창정 '오랜만이야' 등이에요. 노래방에서 끝도 없이 불러요. 재밌거든요. 스트레스도 풀고(웃음)."


원문출처 : http://www.dailian.co.kr/news/view/632589/?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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