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에서 얼굴 뒤 후광이 비치는 CG를 배경으로 등장한 '꽃미남'이 있었다. 고운 얼굴 선과 맑은 눈망울 그리고 낮은 음색으로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임시완(26)의 등장은 새로웠다. 넘쳐나는 아이돌 홍수에서 2년동안 눈에 띄지 않던 그는 '해품달'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연기돌'이라는 단어로 그를 정의했다. 그러나 임시완은 '해품달'의 꽃선비가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적도의 남자' 장일로 돌아왔다. 그 선하고 아름다운 얼굴 뒤에 숨겨진 어둠은 임시완의 이면을 보게 했다. 그리고 그는 '연기돌'이라는 좁은 굴레를 스스로 넓히고 있다. 허염에서 장일로, 다시 장일에서 '변호인'의 진우로, 임시완은 '벽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만나자 '아이돌 최초의 천만배우'라는 말을 건넸다. 쑥쓰러운 듯 겸손해하던 그는 "그냥 마냥 좋아요"라고 말한다. 

"영화를 처음 해서 관객수의 개념이나, 관객수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서도 감이 없었어요. 앞으로 영화를 몇 작품 더 하고나면 (이 기록을) 더 강하게 느낄 것 같아요. 드라마를 몇 작품 하다 보니까 '해품달' 시청률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 처럼요."

개봉 전까지 긴장감에 파묻혀있던 임시완, 하루에 50만명이 자신의 연기를 봤다. 부담감 그리고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부담감도 없지 않죠. 관객수도 많지만 주변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해주시거든요. 제국의 아이들 활동때문에 시상식을 가도 선후배들이 잘 봤다고 많이 이야기해줘서 고마웠죠. 저 개봉 전에는 엄청 걱정했어요. 4개월을 긴장상태로 보냈고, 저에게는 버겁고 어려운 역할이었죠. 감독님이 '수고했다. 괜찮다'고 위로의 말을 해주셨음에도 그 걱정이 가시지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좋은 평가를 들어서 한 시름 놓고 안도한 것도 있어요."

'욕만 먹지 말자'는 것이 '변호인'에 임하는 임시완의 자세였다. "욕 안 먹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이다보니까 욕 먹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이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했고요. 성공했다고요? 그런가요. 그럼 저 성공한 걸로 생각해도 되겠죠. 저. (웃음)"

그가 꼽은 진우의 장면은 접견실에서 어머니(김영애)와 변호사 송우석(송강호)를 만날 때였다. "가장 고생을 많이 했던 장면이에요. 긴장감이 엄청났고 초반에 찍은 것이라 더 어려웠거든요. 영화를 찍으면서 '아 이런 것이 연기구나' '이게 영화구나'라고 감 잡은 것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아직도 배우는 중이에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도 못 쉴만큼의 긴장감이 팽팽하던 촬영장'이었다. 특히 송우석과 차동영(곽도원)이 대립하던 공판 장면 역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귀로 듣고 필기를 하면서 배우는 공부가 아니었다. 감정이 담긴 공기가 있는 현장에서 피부로 체득하는 연기의 경험이었다. 

"송강호 선배님에게 혼이 난 것이 많이 이야기가 됐죠. 저는 정말 감사드려요. 지적을 받으면 '어떤 것이 부족한 것일까' 스스로 찾아보게 되거든요. 오히려 저를 혼내지 않고 그저 다들 말 못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 됐다면 더 불편하고 죄송했겠죠. 그리고 저에게 연기로 지적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 대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임시완은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말했다. 촬영이 끝난 뒤 무대인사에서도 송강호의 장난 어린 지적을 받았다고. "송강호 선배님은 정말 좋은게 혼내더라도 다음날 꼭 '미안했다'고 말해주세요. 전화 주시고 신경써주세요. 개봉하고 무대인사를 할 때 제가 춤추고 노래도 부른 적이 있는데 '노래랑 춤을 잘 못 한다'고 또 혼내셨어요. (웃음) 그리고 다음날도 전화주시고. 선배님 애정표현인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저는."

그리고 '변호인'의 흥행과 임시완의 호평이 계속될 때 부모님에게 받은 메시지 역시 기억에 남았다. "'선배님 말씀을 귀담아 듣고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주셨어요. 저는 항상 선배들 뒤꽁무니만 따라다녔는데 후배에게 귀감이 되라는 말을 들으니까 책임감이 확 느껴지더라고요. 제 앞가림 하기도 힘든데, 문자 받고 생각이 많아졌죠. 아직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제가 받은 것만큼 후배들에게 베풀어 주는 선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임시완이 꼽는 스스로의 단점은 경험과 경력이 적다는 것이었고, 장점은 '운'이었다. 스스로 인복이 많다고 또 한 번 감사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는 "이번 영화를 하면서 만났던 모든 분들이 감사하고 제게는 복이었어요. 저는 연기 연습할 때는 주로 혼자서 몰입하는데 그러다가 잘 안 풀리면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의 머릿 속에 그려져있는 캐릭터가 있으니 그 캐릭터를 따라가려고 많이 노력했죠. 도움이 많이 됐어요"라며 '변호인'을 통해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임시완은 '변호인' 이후 한 줄 쌓인 필모그래피만큼 또 하나 벽을 깨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변호인'은 연기로 봤을 때 제가 가진 역량 이상을 했던 영화예요. 또 한 번 제가 깨야할 벽이 된 것이죠. 제 요즘 고민도 바로 그것이에요. 진우 역할을 하면서 정말 정신없이 제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했던 작품이기때문에 지금 다시 '변호인'을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 어려웠어요. 영화에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통통할 수는 없으니까 (웃음) 외모적으로 살을 빼는 노력은 했는데, 잘 생기게 보이려던지, 제 비주얼을 고민할 틈도 없었어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연기 걱정이 너무 컸거든요."

그의 걱정이 안도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 영화 '변호인'은 천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흥행이 얼마나 더 갈 것 같냐'는 말에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요"라며 웃는다. 그는 "이왕이면 그래도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것이 좋겠죠.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지금 흥행 1위가 '아바타'라고 하던데 한국영화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 기세를 몰아서 '변호인'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변호인' 이후에 대해서 임시완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확정한 작품은 없지만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모습. "대본은 보고 있는데요, 한정된 역할로 편향되고 싶지는 않아서 고민이 많아요. 작품 선택은 소속사와 제 선택이 7대 3? 8대 2 정도 되겠네요. 아직 작품을 보는 눈이랄까요? 그런 개념이 정확하지 않고 저의 경험보다는 회사의 노하우도 믿고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느와르요? 저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사람들에게 '착해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런 이미지에서 완전 뒤통수를 후려치는 (웃음) 반전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최근에 봤던 작품 중에서는 '창수'의 임창정 선배님 역할과 '아저씨'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인터뷰 말미, 앞으로 또 다른 변신을 보여주기 전 '변호인'의 진우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물었다. '영화 속 진우는 재판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라는 말에 임시완은 조금은 깊게 고민했다. "진우도 송우석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똑같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요. 자기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요. 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 같아요."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B3IQQ6CMBBA0dMMy2boAHYWXSjCPRpmDASVWqumtxdN/uLnPV6aioehBx7ANb9xJ+D+L7xLlUtUf9fPs1q1+MkGbJWpaUODQijuoJ0N0gqrhkmqOenFzzlHoCPYcS+/JSzXYm6rmTazpp2SBjFxjgQ0hkWAzjU5ZkK0tiOmukZ0X+GHqsybAAAA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조회 수 날짜
1024 추천 ‘뮤직뱅크’ 제국의아이들, 활동 빠진 임시완 위해 ‘숨소리’ 개사 ‘폭소’ 1617 14.06.21
1023 추천 박정아 “<b>임시완</b>, 똑똑한 연기자..천만배우 돼 기뻐” 1605 14.01.22
1022 추천 [한복인터뷰]<b>임시완</b> "스물일곱,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요" 1582 14.01.29
1021 추천 ‘변호인’ <b>임시완</b> “통닭구이 고문때 50kg, 일부러 다이어트”(인터뷰) 1581 14.01.15
1020 추천 <b>임시완</b> "새해에는 지난 해 못 이룬 것 다 이루세요!" 1534 14.01.31
1019 추천 <b>임시완</b> "김재중 첫인상, 고등어정식 먹는 모습에 충격"(트라이앵글) 1533 14.04.30
1018 추천 [선플은 선물입니다②] 임시완 "곽도원 선배,관객을 속이다니요" 1530 14.01.13
1017 추천 ‘변호인’ <b>임시완</b>, 송강호가 혼내도 행복했던 이유(인터뷰) 1521 14.01.15
1016 추천 '갑동이' 이준 vs '트라이앵글' <b>임시완</b>, 업치락 뒤치락 '운명의 연기돌' 1520 14.04.29
1015 추천 [ESI] ‘변호인’ 네티즌 선정 역대 최고의 천만영화 1518 14.01.27
1014 추천 <b>임시완</b> “19금 베드신도 대본만 좋다면 출연고려”(인터뷰) 1508 14.01.17
1013 추천 2014 최고의 영화상 | <변호인> 수상자 GV ① 송강호 “지금도 눈물이 핑 돈다” 1505 14.03.04
1012 추천 한선화·이준·임시완, 아이돌 연기자 ‘진화’를 보여주다 1501 14.05.19
1011 추천 <b>임시완</b> “설날 집에 가면 슈퍼스타 대접 받는다”(인터뷰) 1499 14.01.30
1010 추천 '연기돌'이 달라졌어요… 임시완 vs 이준 1498 14.05.05
1009 추천 <b>임시완</b> "송강호 선배에게 '볼매'라고 첫 칭찬받았어요" (한복인터뷰①) 1498 14.01.29
1008 추천 <b>임시완</b> "'변호인' 좋은 기억 묻고 '트라이앵글'에 정성" 1493 14.04.30
1007 추천 [스타인터뷰]<b>임시완</b> “‘변호인’, 최초의 ‘욕심’” 1492 14.01.14
1006 추천 [연기돌 4인방] <b>임시완</b> “롤모델 송강호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 1484 14.01.29
1005 추천 <b>임시완</b>, 직접 만나보니..화려함보다 단정+차분함 '인상적' 1476 14.01.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5 Next
/ 55
sweetsi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