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 가수가 연기에 도전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실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도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아이돌 가수의 연기 도전에는 '발연기'라는 연기력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을 보면 연기가 뛰어난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신인 연기자로서 큰 역할이 아닌, 작은 역할부터 도전하는 이들도 많아졌고, 처음부터 연기에 마음을 두다가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사이에 대표적인 연기돌로 꼽히는 이는 제국의 아이들 멤버 임시완이다. 임시완은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이준혁의 아역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이후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허염으로 등장, 엄친아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영화 '변호인'에 등장했다. '변호인'에서 임시완은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대학생 진우 역을 맡았다.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일명 빨갱이로 지목되면서 견디기 힘든 고문을 당하게 된다.

'변호인'에는 배우 송강호와 김영애, 곽도원 오달수 등 소위 말해 연기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임시완의 입장에서는 쳐다보기도 힘든 대선배이자 동경의 대상일 터. 이들 사이에서 임시완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정말 떨렸다. '변호인'의 진우 역할도 버거웠고, 같이 연기하는 선배님들도 버거운 존재였다. 바짝 얼어서 촬영을 했다. 촬영 중에는 칭찬을 해주지 않았지만, 끝난 뒤엔 칭찬을 해 주시더라. 날 후배 배우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참 기쁘고 즐거웠다."

누가 봐도 '변호인' 속 진우는 어려운 역할이었다. 평범한 학생부터 힘든 고문을 받은 뒤 변해가는 과정. 특히나 자신이 살아본 적 없는 1980년대 초반을 그린 작품인지라 '경험'에 대한 가능성이 닫혀 있었다. 감당하기 힘든 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내가 감당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오히려 그런 생각 때문에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진우 역할을 잘 해 낸다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대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면 그것만한 학습이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변호인'은 무겁고 어렵다. 물론 영화의 색은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지만, 1980년대 초에 벌어진 부림 사건('부산의 학림 사건'을 뜻하는 명칭 1981년 9월 부산 지역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 고문해 기소한 사건)의 무게감은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작품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한 관점으로 떠올랐다.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오신 선배님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느낌으로 작품에 임했다. 마음가짐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고 진우는 부산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나 역시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까운 선배님들이 이야기 같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88년생인 임시완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다. 영화 속 캐릭터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의 성격에 따라 연기하면 되지만, 진우는 조금 달랐다. 그 당시의 감정이 필요했다.

"사실 진우와 같은 경험은 우리 세대는 전혀 모른다. 그렇다고 그 시대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겪었던 일은 아니다. 그 시대 사람 중에서도 일부만 겪은 일이다. 참고할 것은 지극히 간접적인 경험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어른들에게 그 당시 상황을 듣고 자문에 의존을 했다."

'변호인'에서 진우는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진우는 졸지에 북한을 찬양하는 인물이 됐고, 그로인해 고문을 당했다. 견디기 힘든 고문에 자신이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고문이다. 영화 속 임시완의 비주얼은 그 고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려준다.

"고문신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신이 교도소 접견신이다. 고문신은 아픈 것을 아프다고 표현하면 됐지만, 교도소 접견신은 고문으로 인해 아픈 심리 상황을 표현해야 했다. 누가 봐도 진우가 고문을 심하게 받았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심리 묘사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임시완에 따르면 가장 힘든 신인 교도소 접견신은 가장 공들여 찍은 신이기도 했다. 해당 장면에서 임시완은 혼이 나간 듯 혼자 중얼거리다가 엄마 최순애(김영애)를 발견하고 눈물을 쏟아낸다. 오열하는 엄마를 보고 오열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극에 달한다.

"교도소 접견신은 내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이 발휘했다. 100% 이상의 역량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받으면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하하. 다시 말하면 그 장면은 내가 깨야할 벽이 됐다."

사실 임시완은 처음부터 연기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활동을 하면서 점차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연기에 대한 매력을 뒤늦게 발견했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늦게 깨달은 것에 비해 연기로 얻는 것이 많았다. 좋은 선배님들과 좋은 작품을 만났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운보다 실력적인 부분을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 숙제다."

처음으로 도전한 영화에서 임시완은 1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15일까지 950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은 1천만 관객 동원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 이에 대해 임시완은 "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첫 술에 배부르겠냐고 하지만, 나는 첫 술에 배부르게 생겼다. 하하. 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 흥행이 좋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 스코어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그런 식의 접근 보다는 처음에 높은 관객 수의 작품을 만났으니 즐기고 싶다."

임시완에게 있어서 제국의 아이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아이돌'이라는 꼬리표 역시 버릴 수 없다. 득과 실이 있는 이런 타이틀에 대해 임시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로 인한 페널티는 당연하다. 가수로 활동을 한 덕에 캐스팅이 수월하고, 좋은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런 것이 이기 때문에 반대적인 부분도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연기만 생각하는 연기자 지망생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렇게 때문에 연기를 대하는 마음을 가볍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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