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비중이 작은 역이거니 했다. 아이돌 배우가 하면 얼마나 할까. 그저 '변호인'에서 송강호, 오달수, 곽도원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역이려니 했다. 틀림없이 비주얼이 필요했으리라. 헉. 영화가 끝나고 문을 나서는데 문득 "아 참, 고문받던 애가 누구였지?"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걔, 임시완이었어. 분명 임시완인줄 알고 봤는데, 임시완인줄 잊어먹다니. 그렇게 임시완에게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반갑다. 작품 끝나고, 살이 좀 쪘나보다.

▶ 총 4개월 정도를 찌웠다 뺐다를 반복했다. 영화를 순서대로 찍지 않다보니 그게 조금 힘들더라.

-우선 '변호인'이라는 작품이 800만을 넘었다.(인터뷰 당시 9일) 대선배들과 같이 출연했는데 어땠나.

▶감사한 일이다.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먼저 봤는데, 작품만 봐도 출연하고 싶었다. 그러다 송강호 선배님이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더 출연하고 싶더라. 안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됐다.대 선배님들의 연기를 본 느낌은 신세계였고, 정말 깊이 있는 연기를 봄으로써 그것보다 더 좋은 연기 공부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 흐린다고, 쟁쟁한 선배님들 옆에서 혹여라도 작품을 흐릴까봐 제일 겁이 나더라. 그래서 긴장을 많이 했다.

-한 숨 돌려도 되겠다. 호평을 많이 받고 있지 않나. 그래서 인터뷰도 하는 게 아닌가.

▶ 그렇다. 사실 개봉 전까지도 감독님한테 말했었다. 관객분들이 보고, 그 분들이 칭찬해주기 전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고 말이다. 진우라는 캐릭터가 송우석(송강호)이 속물 세법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화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했다. 좋게 봤다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을 덜었다.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가 있었을텐데.

▶진우 자체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했다. 본인이 학생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다. 그런 아이가 용공조작사건에 휘말려서 고문을 받고, 피폐해져가는 모습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다.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다. 그때를 이해하기위해 했던 방법이 있었나. 

▶자문을 많이 구했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 부모님, 사장님, 부사장님, 감독님 등.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고, 영화 '남영동 1985'도 참고했다. 

-고문씬이 화제가 많이 됐더라. 중점을 뒀던 게 있다면. 

▶고문이라는 게 자의적인 게 아니라 타의적인 고통이더라. 그런 것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춰서 내가 원하지 않은 고통을 당할 때 그것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받을 때 어떤 느낌일지 생각을 하고 임했다. 혼자서 욕조에 물을 받아서 연습도 했었다. 긍정적인 기분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고문씬 힘들지 않았을까. 곽도원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더라.

▶물 고문씬이 기억이 난다. 숨을 참는데 원래 사인을 맞추기로 했는데, 맞지 않았다. 죽을 뻔 했다. 그 장면은 정말 리얼이었다. NG도 안났다. 사실 곽도원 선배가 많이 힘들어했다. 실제로 그런 분이 전혀 아니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였고, 무대 인사도 재밌게 해주셨다. 나는 고문을 당하면 그뿐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을 하면 됐다. 하지만 곽도원 선배는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역할이라 힘들어하시더라. 내게 폭력을 가하면서도 심적인 부담이 큰 게 보이더라. 촬영 중간중간에 혼자 구석에 가서 담배 피면서 한 숨 푹푹 쉬고, 힘들어하셨다. 

-작품을 하면서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순간을 돌아본다면. 

▶선배님들과 무대인사를 같이 도는 장면이다. 어느순간 수많은 연예인 선배님들 앞에서 내가 나온 영화를 소개하고 있더라. 인생에서 잊지못할 장면인 것 같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나. 다시 이 역을 연기해보고 싶단 아쉬움이 있을까.

▶최선을 다했고, 내 능력의 100% 이상을 발휘한 연기다. 그래서 다시 이 역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2012년에 연기자 데뷔해 2년동안 성과가 컸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이 더 많고, 가야할 길도 많긴한데, 약 2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말이 안되는 거다. 그것때문에 작년부터 새해 소망이 없다. 내 능력에 비해서 이미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운이라고 밖에. 

-여전히 '변호인'의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인터뷰 하는 내내 눈이 반짝인다. 온전히 진우에 빠져 살았나보다. 

▶촬영 당시에 나에게는 진우가 지배적이었다. 

-진우가 봤던 서적도 읽었나?

▶ 하. 그건 못봤다. 책이랑 별로 친한 편은 아니다. 책'역사란 무엇인가' 생각난다. 읽었으면 연기에 도움이 됐겠다.

-진우와 실제 임시완 성격과 닮은 점이 있나?

▶야학 선생님을 할 때 좀 부끄러워하는데, 실제로도 좀 낯을 가리는 편이다. 그런 부분이 좀 닮았다.

-임시완하면 스마트한 모범생, 부모님 말 잘듣는 선한 학생 이미지가 있다. 

▶아무래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미지가 크다. 

-'국민 남동생' 이승기와 쌍벽 아니냐. 

▶아직 아니다. 승기 형을 평소에도 많이 존경한다. 

-이승기와 윤아 연애가 올 초 화제였다. 이승기처럼 공개 연애도 할 수 있나?

▶필요하다면 저도. 

-그렇다면 이승기의 '꽃보다 누나' 짐꾼처럼 예능도 할 수 있을까?

▶예능은 못하지만 '꽃보다 누나'는 좋다.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혼자서 여행 다니고 이런 것 좋아한다. 

-마지막 여행은. 

▶지난 가을에 라스베가스 갔다가 홍콩에도 들렀는데, 좋은 사람도 만나고, 너무 좋았다. 매번 소속사의 보살핌을 받다가 혼자 가니까 자유롭더라.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계속 가지려고 한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어디서 묵었나. 무엇을 주로 했었나. 

▶코스모폴리탄에 있었다. 도박도 즐겼냐고 하는데, 그런 것은 흥미가 안생기더라. 쇼를 봤는데 정말 멋지더라. '오쇼'가 넘버원이라고 하더라.

-여행을 좋아해서 '정글'도 다녀왔나보다. (임시완은 최근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느라 정글을 다녀왔다)

▶너무 좋더라. 힘들긴 하지만 그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지 않나. 최소한의 것으로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컸다. 

-마지막으로 요즘 눈에 들어오는 역할 있을까. 하고 싶은 역이 있다면. 

▶ 임창정 선배님의 영화 '창수'의 창수에 꽂히더라. 선배님의 연기력도 대단했지만 나도 그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의 연기를 해보고싶다. 

-그러기에는 너무 귀공자처럼 생겼다.

▶ 역을 위해서 10킬로그램을 찌우고 뺐는데, 할 수 있다. 원하는 역을 할 수 있다면 외모는 그렇게 맞출 수 있다. 

-임시완이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인터뷰를 마치고보니 좀 무섭다. 배우로서 욕망이 가슴에 이글이글하다. 

▶내 나이 만 25에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그게 바로 '변호인'이었고, 나에게 선물같은 작품이다. '변호인'을 만나서 연예인으로서 끼가 없어 고민하던 내가 연예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 스포츠조선이 갑오년 새해를 맞아 선플달기운동에 나섭니다. 선플 확산의 중요성에 공감해주시는 연예인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선플을 달아주세요. 악플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선플 확산에 앞장서고픈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악플에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선플은 선물입니다' 인터뷰, 이제 여러분들이 나눠줄 차례입니다. 임시완에게 '베스트' 선플을 남겨주시는 한 분께, 임시완의 매일 아침을 깨워 준 손때 묻은 알람시계를 보내드립니다. 더불어 임시완이 직접 사인도 남겼네요.보너스 인터뷰로 [이니셜토크]가 이어집니다. [이니셜토크]에서는 임시완이 작품을 함께 하면서 호감이 생긴 여자 스타와 무서웠던 선배 등이 이니셜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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