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 위더스필름 제작)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초반 불거진 각종 논란과 테러들이 무색할 정도로 파죽지세, 스크린을 점령했다. 이처럼 많은 관객이 '변호인'에 환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목은 흐트러짐 없는 배우들의 호연이다.

지난해 '변호인'을 포함해 '설국열차'(봉준호 감독) '관상'(한재림 감독)으로 2000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를 주축으로 김영애, 곽도원, 오달수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이성민, 송영창, 조민기, 정원중, 이항나가 감칠맛 나는 양념을 더해 영화 속 돼지국밥처럼 뽀얀 진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임시완(26)은 돼지국밥 속 부추처럼 싱싱하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다.

송강호, 곽도원, 김영애는 어딜 가도 풋내기 임시완 칭찬에 여념이 없다. 매사에 최선을 다했던 그의 태도부터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게다가 첫 스크린 도전임에도 고난의 진우 역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점이 귀염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예쁨만 받았다고 하기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사실 송강호는 촬영 내내 임시완을 혼내기 바빴다고. 영화 개봉을 하고 나서야 "대견했다"며 아낌없이 토닥였지만 촬영장에서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자신을 열심히 혼냈던 송강호가 과거를 잊고 인제 와서 칭찬 일색이니, 어쩌면 임시완은 억울한 마음이 생길 법도 하다.

임시완을 만나 다짜고짜 송강호와 에피소드부터 물었다. 그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준 변호인 같은 존재'라며 환하게 웃었다. "선배들의 칭찬을 많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죄송했다"는 임시완에게 "솔직해지자"라고 농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솔직하게 최고의 송강호다"라는 싱거운 말 뿐이었다.

임시완은 제일 먼저 송강호의 첫 대면을 떠올렸다. 당시 송강호와 첫 회동을 떠올리면 생각보다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현장답사를 위해 간 '변호인' 촬영장은 처음 영화 촬영장에 간다는 부담감과 엄청난 선배들과 첫 대면에 잔뜩 긴장감을 안겼다. 전날 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렇게 뜬눈으로 간 촬영장에 도착한 후 스태프들에게 정신없이 인사를 드리기 시작한 그는 드디어 송강호와 맞닥뜨렸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었다.

"송강호 선배에게 '안녕하세요. 임시완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니 송강호 선배는 미소와 함께 먼저 악수를 청해주셨어요. 그리고 '시완아, 일단 사진부터 좀 찍어두자'며 휴대전화 카메라 어플을 키셨죠. 생각지도 못한 인증샷 부탁에 얼떨떨했고 이상하게 그 점이 더 심장이 바짝 쪼그라들게 하더라고요. 하하."

얼떨떨한 첫 만남이 그렇게 다정히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갔다. 그의 첫 촬영은 야학 촬영으로 못 배운 불우한 학생들과 함께 독서를 하며 지식을 배우는 진우의 모습을 담은 장면이다. 사건의 시작이 된 부분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난히 촬영을 마쳤다. 문제는 이후 두 번째 촬영인 면회 장면이었다. 송강호의 숨겨둔 발톱이 드러난 시점이다.

면회 신은 촬영 초반 진행됐다. 임시완은 영화 속 전개처럼 촬영도 진행됐다면 감정을 이끌어 내기가 좀 더 수월했을 테지만 촬영 스케줄 상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신인이기에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다. 상상 속에서 고문을 당해야 했던 임시완은 멘붕 그 자체였다.

"어떤 감정으로 진우를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던 그때 촬영이 들어갔고 결국 NG가 났어요. 송강호 선배의 '호출'이 있었죠(웃음). 선배는 정말 귀신같았어요. 그 날카로운 눈빛이 저를 향하는데, 제 본심을 숨길 수 없었어요. 그때 좀 혼났죠. 어떻게 보면 영화 속에서 사건이 시작되는 중요한 장면인데 그 장면을 제가 망치고 있었으니 당연히 혼나야 했죠." 

임시완은 당시의 송강호에 대해 '귀신'이라 표현했다. 자신을 쳐다보는 '이글아이'가 굉장히 무서웠다는 것. 감정을 끌어내지 못한 자신의 상태를 귀신처럼 알아봤다며 엄지를 추켜들었다. 정확히 꿰뚫은 송강호는 "아프면 아파야지. 지금 네가 하는 건 안 아프지 않나. 거짓말 아니냐? 연기는 거짓말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임시완은 심기일전해 다시 촬영에 들어갔고 결국 임시완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송강호의 따끔한 채찍은 그로부터 계속됐지만 알려진 대로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나기만 한 건 아니란다.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할 줄 알았던 송강호도 불호령을 내린 다음 날에는 반드시 "미안했다"라며 사과했다고. 임시완을 혼낸 날엔 내내 마음에 걸려있었다는 것. 배우 송강호에서 선배 송강호가 된 순간이었고 그 미묘한 간극은 임시완만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누구보다 송강호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야단은 더이상 야단이 아니었다.

"'변호인' 홍보를 위해 다시 만난 송강호 선배는 요즘엔 연기 지적보다 노래 지적이 더 늘었어요(웃음). 무대 인사에서 팬들을 위해 무반주로 제국의아이들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는데 그게 화근이었죠. 송강호 선배는 '가수가 돼서 노래, 춤을 너무 못한다. 그냥 연기나 해라'고 하던데요? 하하. 그 핀잔이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애정표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B2LSw6DMAwFT2OWKCSBJossWj6r7nqCKHYFqhJooK24fQ2WJc8b670/lHcHfQu2B6MPMDew7Wksm2LbF3KJfmvxot0F6UVNVunaa4FKoLlQIz3WaIl8wGLM9HTjti2griAH3qNbJv+lXIY5soh+SnwyeSzTmEANcUYC1d0fHcgmTsi8UmBeJ6w4VKLhMJ8PWSlmf7Lg0dLoi/gDf+8a2cg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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