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 임시완이 이번에는 군복을 입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tvN '미생'(2014) 이후 그가 택한 작품은 '오빠생각'(감독 이한·21일 개봉).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작품에서 임시완은 어린이 합창단을 이끄는 한상렬 소위 역을 맡았다. 

 

바른 생활 청년인 한 소위는 끔찍한 전장에서 아이들을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모범적인 모습은 평소 진중하고 반듯한 이미지의 임시완과 잘 어울린다.

 

'오빠생각'의 '오빠'는 임시완인 아닌 극 중 순이(이레)의 오빠 동구(정준원)이다. '미생' 이후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을 그가 아역 배우들이 중심인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1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생각하는 것만큼 캐스팅 제안이 많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떤 뒤 "내 캐릭터보다 영화 자체가 좋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오빠생각'은 평범한 전쟁영화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소재를 내세웠다.

 

영화에는 '고향의 봄', '대니보이-애니로리', '즐거운 나의 집-친구와 함께', '나물 캐는 처녀', '오빠생각'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 나온다.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화음에 귀가 즐겁다. 특유의 감성과 순수한, 따뜻한 마음은 관객의 심장을 건드린다.

 

임시완도 이 부분에 끌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 아이들이 합창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잔상은 계속 남았고 임시완은 '이 작품은 해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은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고 배우는 말했다.

 

영화엔 총 30여명의 아역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 감독과 제작진은 총 네 차례의 오디션 과정을 걸쳐 가창력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아역 배우들을 선발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진성 창법으로 넉 달간 합창곡을 연습했다. 

 

처음엔 부족했던 아이들이 차츰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뿌듯했고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아이들이 자라는 게 느껴졌고 그 모습이 영화에 담긴 것 같아 좋습니다. 아역 배우들이 노래하는 순간순간이 명장면이에요.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어린 친구들이 제게 먼저 다가와 주곤 했는데 정말 화기애애한 현장이었습니다(웃음)."

 

아역 배우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을 법도 한데 이 반듯한 청년은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가 달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아이들의 노래는 진심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역 배우들로부터 배운 점도 있다. 영화에서 정준원과 이레는 성인 배우 뺨치는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표현력도 깊고 훌륭하다. 임시완은 "'프로'였다"고 말한 뒤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며 "아역 배우들이 필요 이상으로 어른스러운 건 아닌가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임시완은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지휘 실력을 보여준다. 가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예전부터 소질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임시완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피아노와 지휘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4~5개월 연습했고 지휘는 영상을 참고하지 않고 홀로 배웠다. 피아노는 전문 강사와 함께 연습했다. 이 감독은 완벽한 연주 실력을 뽐낸 임시완이 "대단하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임시완은 이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제가 뭘 해도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하하. 전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감독님은 좋다고만 하시고...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인 듯합니다. 상황을 즐기시는 순수한 감독님이죠. 감독님을 뵙기 전에는 예술을 하는 분들은 손끝부터 발끝까지 예민하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은 그런 편견을 깨준 사람입니다."

 

임시완은 맡은 한 소위는 전쟁 속에 사랑하는 가족, 동료를 잃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경험하지 않은 캐릭터와 배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임시완은 "배우는 경험하지 않은 연기를 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녔다"며 "모두의 숙제이기 때문에 전쟁영화가 어렵진 않았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어려웠던 건 한 소위의 '어른스러움'이었다고. 나이는 비슷한데 진짜 어른이라고 한 소위를 정의한 그는 "어른의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캐릭터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으면서 연기했다"고 토로했다.

 

"연기할 때 거짓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몇몇 장면에선 제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제가 진심으로 '진짜 연기를 했을까' 고민했습니다."

 

힘든 점은 또 있었다. 바로 '금주'. 군인 역을 위해 다부진 몸을 만든 임시완은 "술을 끊는 게 괴로워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웃은 뒤 "촬영 끝나고 원 없이 마셨다"고 미소 지었다.

 

임시완은 이번 영화를 찍고 자작곡 '오빠생각'을 손수 만들었다.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은 그는 "'미생' 이후 작품을 할 때마다 작품의 정서를 담은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미생' 때 처음 만들고 난 후 이번에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무언가 남겨 놓는 게 의미가 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오빠생각'은 총 제작비 100억원이 든 대작이다. 주연으로선 부담감이 클 듯한데 임시완은 "처음부터 부담감은 없었다"며 "캐릭터가 아닌 작품을 보고 참여했고 '오빠생각'의 오빠는 동구라서 그렇다"고 웃었다. 

 

제국의 아이들 출신인 그는 영화 '변호인'(2013), tvN '미생'(2014)를 연달하 히트시키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정확한 발음, 맑은 목소리, 특유의 아련한 눈빛에 반기를 들 이도, 임시완의 연기력에 토를 달 사람도 없다.

 

많은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요즘, 임시완은 가장 성공한 연기돌로 평가받는다. 임시완은 "가수, 배우 중 한 마리 토끼라도 잡고 싶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내가 가진 것보다 그 이상의 사랑을 받아서 큰 욕심과 목표는 없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고심 끝에 고른 '오빠생각'이 그에게 주는 의미가 궁금해졌다. 똑 부러지는 답변이 이어졌다. "영화를 보고 관객 한 명이라고 순순해졌으면 해요. 전 순수한 척 하려고 노력했어요. 흐흐. 순수한 분들은 순수한 마음을 확신했으면 하고요."

 

임시완은 그간 작품에서 이렇다 할 멜로 신을 소화한 적이 없다.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1초 만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멜로 욕심 있어요! 다음엔 로맨스를 꼭 해보고 싶답니다(웃음)."



원문출처 : http://www.dailian.co.kr/news/view/549871/?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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