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일어났다. 정겨웠던 아버지는 인민군 앞잡이라며 맞아 죽었다. 14살 오빠는 9살 여동생 손을 이끌고 무작정 남쪽으로 떠났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급급한 남매 앞에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합창단이란 기적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기적은 우연히 주어지는 것일까? 이 기적은 전쟁에 깊이 상처받은 남매를 구원할 수 있을까? '오빠생각'은 기적은 선의의 산물이며, 선의가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깐 '오빠생각'은 무척이나 따뜻한 영화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해군 소년합창단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다. 전쟁으로 소중한 여동생도, 지켜야 할 동료도, 모두 잃은 육군소위 한상렬(임시완). 그는 후방으로 전출돼 전쟁고아들이 모인 보육원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상렬은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지만 자원봉사를 한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 박주미(고아성)가 미덥지 않다. 온 나라가 무덤인데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가, 못내 거슬린다. 

 

아버지를 쫓아 인민군 찬양 노래를 부르던 동구(정준원)와 순이(이레) 남매. 어려서 엄마를 잃고 정겨운 아버지와 노래 부르는 게 마냥 좋았던 남매는, 마을을 다시 국군이 되찾아 하루 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만다. 남으로 흘러 흘러 부산까지 간 남매는 전쟁고아들을 모아 돈벌이를 하고 사는 상이군 갈고리(이희준) 밑에서 고단하게 살아간다. 

 

남매의 아버지가 맞아 죽는 걸 외면했던 한상렬은, 전쟁고아들이 그저 살기 위해 불발탄을 줍다가 죽는 현실마저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부대장에게 건의해 전쟁고아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든다. 부대장은 전쟁고아 합창단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란 말에 솔깃 한다. 부대장과 호형호제하는 갈고리는 이 합창단에 남매를 넣어 군수물자를 빼돌리려 한다.  

 

선의와 욕심이 뒤섞여 만들어진 합창단에는, 자기가 노래해서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는 소녀와, 서로의 아버지 때문에 서로의 가족들이 죽었다고 믿는 아이들, 일찍 갔다 온다고 했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한 아빠를 둔 아이 등 상처투성이 아이들로 가득하다. 

 

과연 한상렬 소위는 노래로 아이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노래로 치유될 수 있을까, 선의가 있다 해도 악의로 가득 찬 전쟁 속에서, 선의가 통할 수 있을까, '오빠생각'은 관객들에게 질문과 답을 차례로 건넨다.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은 '오빠생각'을 어린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은 모든 관객에게 친절하게 전달하려 했던 것 같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소개되는 자막에, 미국과 소련의 영향으로 남북이 대치하게 됐다고 쓰지 않고,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으로 남북이 대치하게 됐다고 썼다.  

 

이한 감독은 "요즘 관객은 소련을 잘 모르고 러시아를 알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썼다"고 했다.  

 

'오빠생각'은 그렇게 친절하다. 이 친절함은 '오빠생각'의 장점이자 한계다. 

 

'오빠생각'은 눈물과 감동이 예고된 영화다. 전쟁고아들이 한데 모여 싸우면서 화음을 맞추는 이야기. 상처와 상처가 부딪히지만,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이야기. 누이 손을 꼭 붙들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소년의 이야기. 자기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던 누이를 인민군에게 잃고 그 손마저 놓친 육군소위가 아이들을 같이 있으며 스스로 치유되는 이야기. 먹고 살려 아이들을 이용하고 부잣집 아들 똥구멍을 핥던 양아치가 노래로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 그래도 전쟁은 그치지 않고 서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눈물샘을 고장 나게 만든다. 흐르는 눈물을 채 훔치지도 못 했는데 새로운 눈물이 흐른다. 아이들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을 부를 때,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를 부를 때, 다투다가 노래로 화음을 맞출 때, 오직 노래로 눈시울을 적신다.  

 

이 빛나는 장면들은, 그러나 이어지는 지나치게 친절한 연출로 종종 빛이 바란다. 수시로 등장하는 슬로우와 과장된 음악은, 눈물샘을 더욱 자극하지만 종종 지나치게 친절하다. 감정의 동어반복이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오빠생각'은 미덕이 분명하다. 악의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선의가 세상을 구한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등장인물들의 상처를 하나하나 따뜻하게 감싼다. 이한 감독은 이념 갈등이 극에 달했던 그 시대마저 정치적인 올바름을 지키려 애썼다. 이 미덕으로 '오빠생각'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동시대성을 얻었다. 

 

간신히 이룩한 합창단의 평화와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면서, 얻은 균형감 역시 '오빠생각'의 큰 미덕이다.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임시완은 매우 좋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초반 전투장면에서의 공허한 눈빛부터 아이들을 하나씩 보듬는 따스한 눈빛까지, 그의 눈은 세상은 선한 사람들의 것이라 믿게 만든다. 이희준은 또래 중에, 이유 있는 악역을 이보다 더 잘해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어린 남매를 맡은 정준원과 이레는 '오빠생각'의 진정한 주인공답다. 
 
'오빠생각'은 울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그래도 세상은 착한 사람들이 많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울다가 잠에서 깨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오빠생각'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영화를 보다가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1월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원문출처 :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6010710134574061&type=1&outlink=1

  • profile
    네넹 2016.01.07 13:09
    줄거리가 이렇게 많이 나와도 되나 싶게 자세히 나와있네요. 시완이 연기 진짜 기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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