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편함을 끼쳤나? (웃음)” 세트장 안으로 순간 ‘어둠’이 걸어 들어오는 줄 알았다. 이동욱을 연상케 하는 해맑은 이미지를 걷어낸 냉혈한 같은 외모에 놀라자, 오히려 그는 예상했다는 듯 여유롭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 서문조를 맡은 이동욱은 원작 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궁금증의 대상이다. 지적이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소위 모든 걸 다 갖춘 치과의사 서문조가 보여줄 공포야말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세계를 압축하는 키워드다. 분량과 별개의 강한 존재감.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로 또 다른 시도를 하는 배우 이동욱을 만났다.

 

-첫 리딩 때 고기를 앞에 두고도 먹지 못했다고 들었다. 정말 살이 많이 빠졌다. 날선 외형의 서문조가 있다면, 딱 이 모습이겠다.

 

=그래도 살 만큼은 먹고 있다. 살도 5kg 정도 빼고, 헤어나 메이크업도 거의 손을 안 댄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웃음) ‘재수없어 보인다’고 할 때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요즘은 나조차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너무 얄미워 보인다. 드라마가 빨리 끝나야 할 것 같다. (웃음)

 

-서문조는 원작의 인물들을 토대로 새롭게 발전시킨 캐릭터다.

 

=핵심은 같다. 종우(임시완)를 나처럼 만들고 싶어 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희열을 느끼는 인물이란 점에선 같다고 봤다.

 

-JTBC 드라마 <라이프>의 예진우 역으로 의사 가운은 익숙하다. 이번엔 사람을 살리는 대신 괴롭힐 목적으로 의술을 쓴다.

 

=그냥 나쁜 놈이다. 내 편 네 편 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리는 인물이다. 치대를 간 것도 더 신나게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그래서 서문조가 궁극적으로 원하는게 뭘까를 고민해봤는데, 선뜻 정의가 안 내려지더라. 본능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계획적이기도 하고 여유도 있고 냉소적이기도 하다. 하도 복합적인 인물이라 마음대로 하고 있다. (웃음) 감독님도 대본에 있는 것보다 열어두고 여유를 주셔서. 흔히들 말하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의 전형을 따라가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지능적인 악인인 데다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 앞에서 카프카의 <변신>의 한 구절을 읊는 허세도 보여준다. 리얼함을 벗어나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한마디로 꼴값 떠는 거다. (웃음) 대본을 쭉 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얜 언제 자?’ 출근해서 치과에서 근무하고 퇴근하고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얼마나 바쁜가. 그래서 메이크업도 안 하고 눈도 퀭하게 하고, 머리도 스타일링 안 하고 내가 감고 말리고 있다. 외모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 같더라.

 

-장르적 재미 면에서는 악당도 미화될 측면이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본 받을 때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인물은 나쁜 인물로 묘사돼야 한다고 봤다. 과거에 학대받아서 이런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동정이나 정당성을 부여받으면 안 되고, 용인되어선 안 되는 캐릭터로 그리려고 했다. 미쳐가는, 미친 인물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갔다.

 

-폐쇄된 공간에서 여름 동안 촬영하고 있는데, 세트가 주는 압박감에 에너지를 받을 것 같다.

 

=좁고 낯선 공간에서 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키가 커서 더한 것 같기도 하고. 세트만 오면 예민하고 날이 선다. 그래서 연기하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정은 누나도 비슷한 경험을 말하더라. 요즘 누가 말을 걸면 곱게 안 들릴 때가 있다고.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캐스팅 제안을 하는 쪽에서 분량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했는데, 선뜻 응했다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계신 거다. (웃음) 분량을 떠나 강렬한 캐릭터기도 하고, 사실 배우한테 분량은 큰 의미가 없다. 배우로서 그런 거에 연연할 연차는 아니다. 자유롭고 편하게 하고 싶은 역할에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다. 이 작품은 장르물이라는 매력도 컸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배우 생활을 평생 할 거지만 이런 캐릭터는 자주 올 것 같지 않았다. 이번 작품이 나한테는 신선하고 재밌는 도전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범아시아적인 성공 이후 이동욱 배우의 방향을 생각해보게 된다. 비슷한 역할이나 장르로 제안이 많았을 텐데, 지금의 선택은 종횡무진, 종잡을 수 없다.

 

=중구난방이다. (웃음) 한 거 또 하면 재미없지 않나. 안주하는 걸 싫어하고 못 견딘다. <도깨비> 끝나고 판타지 장르, 사극 왕 역할이 정말 많이 들어왔는데 거절했다.

 

-브이앱으로 팬들과 소통도 활발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깨비> 끝나고 팬들 사랑을 받는데 내 마음을 전할 통로가 없더라. 그때부터 브이앱으로 소통했다. 지금은 배우들도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유튜브 활동도 많이 하는데, 시작은 내가 빨랐다. (웃음) 그런 것에 경계가 없는 편이다.

 

-브이앱을 보면 상당히 길게, 스스럼없이 한다. (웃음)

 

=질문을 계속 해주시는데 끊기가 뭐하더라. (웃음) 팬들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이동욱, 자연인 이동욱, 지금의 내 상태가 만족스럽다. 이 나이에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할 수 있는 것도 고맙고, 또 이렇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서 하고 있는 것도 즐겁다.

 

● 임시완이 말하는 이동욱

 

“배우 이동욱을 보면서 감탄이 나왔다. 서문조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하나의 행동만으로도 장면을 곧바로 압도한다. 그 소리만으로도 공포감이 조성되더라. 그 순간 캐릭터 자체가 되었다고 할까. 연기할 때의 카리스마와 달리 평소에는 형으로서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 상대를 칭찬해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 좋은 사람이다.”



원문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3737&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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