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에게 공백기에 가장 많이 떠오른 작품을 묻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2016)과 <원라인>(2016)을 꼽는다. “정말 방송을 많이 하더라. 진짜. (웃음)” 근 2년의 시간, 임시완을 향한 갈증을 우리도 그렇게 전작들을 곱씹으며 풀었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임시완의 제대 후 복귀작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작품이다. 에덴 고시원에 막 들어온 작가 지망생 종우는 우리 시대 청년을 대변하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처럼 맑지만은 않은, 가감 없는 현실 캐릭터다. “돌아왔으니 이제 영화, 드라마계를 책임질 차례다”라는 말에 전에는 손사래를 쳤을 테지만, 지금은 “더 말해달라. 지금은 기운이 필요하다”라고 응수한다. 그간 변화한 임시완의 모습을 전한다.

 

-오랜만의 현장인데 적응은 잘되던가.

 

=걱정을 좀 했는데 생각보다는 긴장이 덜했다. 카메라 앞에 서면 되레 긴장이 없어지는 것 같다. 다음 컷이 뭔지 안 봐도 될 정도로 분량이 많지만 촬영하는 내내 재밌었다. (웃음) 지금 거의 막바지 촬영인데도 아직 분량이 충분히 남아 있다. 물론 10부작이라 좀 짧긴 하지만.

 

-복귀작 선택에 고심이 많았을 텐데, 여러 가지 고려사항 중 우선시한 것은 무엇이었나.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기보다 2년여 동안 연기를 안 했으니 적응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배우로서 최대한 감을 잃지 말자 다짐했는데, 그동안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불한당>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이런 시도도 괜찮겠구나, 이런 감을 확장해서 여러 작품을 해봤으면 좋겠다 했는데, 쉬는 동안 그 감각이 닫혀 있을까봐 걱정도 되고 빨리 찾고 싶다는 고민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잊지 않고,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들어온 대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불한당>을 기점으로 배우 임시완이 가진 연기 폭이 한층 확장됐다. 감정의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내는 드라마적인 캐릭터에서, 물리적인 타격감까지 전달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임시완의 가능성을 입증한 연기였고, 이후의 시도들이 더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기분이 좋다. 배우로서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불한당>의 연기도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한 것 같다. 만화적인 요소가 깔려 있지 않다면 설득력이 없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현수는 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상대 배우들과 체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났는데,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불한당> 이후에는 얘기한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좀더 폭넓게 봐주셔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 같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를 첫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원작이 가진 프레임을 아무래도 신경 안 쓸 수는 없다.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원작을 기대하는 암묵적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 원작과의 거리감에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의 균형을 잘 가져가려 했다. 내 연기도 너무 공격적으로, 의욕만 앞서서 열성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맞춰나가려 했다.

 

-종우는 작가 지망생이자 사회 초년생이다. <미생>의 신입사원 장그래가 5천만 청년의 ‘애환’을 감싸안았다면, 종우는 그 불균형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청년이다. 욕설도 거침없이 하는 캐릭터다. (웃음)

 

=맞다. (웃음) 좀 격한 면이 있는데, 원작 팬들은 그런 부분을 충분히 예상할 것 같다. 오히려 순화된다면 실망할 것 같다. 종우는 작가적인 재능은 있지만 당장은 그게 발휘가 안 된다. 그러니 경제적으로도 쪼들려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청년세대가 겪는 열패감에서는 장그래가 연상될 수 있지만 그와는 다른 인물이다. 장그래가 청년세대의 보편적인 아픔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종우는 좀 다르다. 악하지 않지만 착하지만도 않은 인물이다. 잘못했을 때,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종우는 그런 말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다. 주로 남에게 당하는 입장인데, 그렇다고 해서 꼭 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종우의 캐릭터를 그려나갔다.

 

-평범한 작가 지망생에서 에덴 고시원에 들어간 후 변해가는 종우의 어두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촬영 기간 동안 좀 힘들었을 것 같다.

 

=종우가 이 분위기에 잠식되는 인물이니 그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리딩 때 감독님이 우리는 그렇게 찍지 말고 재밌게 찍자고 하시더라. 열심히 하지 말아달라고. (웃음) 그래서 감독님의 디렉팅을 잘 지키고 있다. 각 잡힌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원해서 하신 말씀이었다. 우리 배우들 중 수다를 떨지 않는 배우가 없다. (이)동욱이 형, (박)종환이 형, (이)정은 누나랑 찍으면 너무 재밌다. 정신 못 차리고 수다 떨다가도 ‘슛 들어갈게요’ 하면 다들 눈빛이 달라진다. (웃음)

 

-에덴 고시원이 주 무대다. 70% 이상 세트 촬영을 하는데, 공간에서 느끼는 압박감도 컸겠다.

 

=테스트 촬영 때 처음 왔는데, 미술이 하도 완벽해서 여긴 무슨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래서 테스트 촬영에 너무 익숙해지기보다 촬영 때 이 공간을 습득하려고 일부러 더 오래 머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곳 고시원은 대한민국 사회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 안에서 종우라는 캐릭터가 처한 심리적 위치를 어떻게 봤나.

 

=종우의 대사 중에 “나도 거기서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데”라는 게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 맞추다보니 음침하고, 누군가가 전에 자살했던 공간으로 간다. 종우가 그곳에 간 것은 결국 돈이 없어서,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환경을 택했겠지만, 그 선택의 자유가 없다. 종우가 겪는 그런 지점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최근 플랫폼의 변화를 체감할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감독, 배우, 스탭들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가 그런 면에서 표본 같은 케이스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외적 변화를 생각하진 않았는데 결국은 직접 해보니 강점이 많다. 이 작품이 10부작이라는 점도 이상적이었다. 드라마의 경우 24부작도 해봤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뒷심이 달려 버티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모든 스탭, 배우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배우 임시완의 또 다른 국면이 시작됐다.

 

=앞으로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한다. 당장 9월부터 <보스턴 1947>을 찍는다(1947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승리한 한국 선수들 이야기로, 임시완은 서윤복 선수 역을 맡는다.-편집자). 마라톤을 하는 역이라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 너무 많이 달리지는 않겠지. (웃음)

 

● 이동욱이 말하는 임시완

 

“임시완은 액션과 리액션이 뛰어난 배우다. 그가 던지는 에너지도 강렬하고, 상대가 던지는 에너지를 받는 데도 활짝 열려 있다. 같이 작업해보니 왜 임시완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알 것 같더라.”



원문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373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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