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영화 <변호인>이 2014년 새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지난 12월 18일, 관객과 만난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뤘다는 점 외에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는 '믿고 보는 배우'인 송강호와 김영애, 곽도원 등도 있었지만, 대학생 진우로 분한 임시완도 있었다.

처음 출연한 영화에서 어느덧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임시완. 그와 '처음'의 인연은 <변호인>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콕 찍어 연기자를 꿈꾸지 않았던 임시완은 지난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출연했고, 이 드라마 역시 시청률 40%를 넘는 등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해를 품은 달>을 향한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비로소 체감했듯이, 임시완에게는 <변호인>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천만이라는 숫자가 실감 나지 않는다. 실감 나려면 몇 작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아예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감도 없는 것 같다. 주위에서 '천만 배우'라고 부르기도 하더라. 들을 때마다 되게 오글거리고, 부담스럽다.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흥행은 생각도, 기대도 못 했다. 그냥 '이걸 잘 봐주실까. 욕만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노심초사했는데 그저 얼떨떨하다. 주변에서 '지금을 즐기라'고 하시더라. 충분히 즐기려고 한다."

얼굴에 쏟아지던 라면 국물, 그에게는 다른 의미의 '고문'이었다

<변호인>에서 임시완은 부림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하고, 재판을 받는 대학생 진우를 연기했다. 임시완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진우라는 인물에 유독 애착이 갔다"면서 "동질감이 느껴져서 더욱 강하게 끌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부산 출신, 게다가 부산대학교에 다녔다는 점 등이 진우와 임시완의 교집합이었다. 오디션을 통과해서 끝내 진우가 된 임시완은 그때부터 온전히 이 인물에 빠지기 시작했다.

"가수(제아파이브) 활동과 촬영을 병행했다. 감성적으로는 진우가 지배적이었는데, 무대에서는 그 감정을 속여야 하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스케줄이 없으면 웬만해서는 밖에 나가지 않고, 최대한 시나리오에 빠지려고 했다. 고문 신을 앞두고는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이건 타의적인 거다'고 최면을 걸고는 스스로 욕조에 머리를 박아보기도 했다. 실제와 달랐느냐고? 현장이 더 심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찍었다."


▲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주)

<변호인>을 본 많은 이들은 고문 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임시완이 고생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접견실에서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와 함께 찾아온 어머니(김영애 분)와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비교적 초창기에 촬영했다. 황폐해진 진우의 심리 상태를 온전히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고. 임시완은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면서 "나를 온전히 버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문당하는 부분을 촬영하고, 나 역시 트라우마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라면 국물을 얼굴에 붓는 장면은 좀 힘들었다. 이게 좀 다른 이유인데. 눈과 코를 랩으로 가렸는데 입으로는 라면 국물이 들어오더라. 그때 살을 계속 빼느라 라면을 못 먹었는데,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라면을 먹고 싶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밤에 라면을 먹고 잤다."

"송강호와 곽도원의 맞대결...공기마저 팽팽했다"

임시완이 <변호인>에 더 애착을 가졌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송강호와 김영애, 곽도원의 존재감이었다. 대선배들의 존재 자체가 버거울 법도 했지만, 임시완은 '이 역할을 잘 해냈을 때, 내가 얻는 게 정말 크겠다'는 생각을 더 먼저 했다고. 촬영 현장에서 '나만 잘 하면 된다'고 수없이 되뇐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임시완은 "나 때문에 선배님들이 연기하신 것을, 분위기를 흩트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선배님들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초반에는 경외심이 많이 컸다. 지금은 거기서 '외'는 많이 줄었고, 대신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커졌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는 게, 선배님들을 통해 내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의 끝 지점을 미리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멘토이자 롤 모델이 생긴 거다. '선배님들만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꿈을 크게 가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

임시완은 극 중 법정에서 벌어지는 송우석과 차동영(곽도원 분)의 살벌한 맞대결을 두고 "즐거운 긴장감"이라고 표현했다. 스크린으로 한 번 걸러서 보는 관객들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두 사람의 연기를 목격한 임시완은 "공기 자체가 팽팽해서 확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세트장에서, 임시완은 두 사람의 연기를 지켜보며 감탄, 또 감탄했다고.

"영화 속에서 진우는 송우석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그렇듯이 내 인생을 뒤흔든 것을 생각해 보자면 '<변호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변호인>은 연기에 대한 관념과 깊이 같은 것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 같은 작품이다. <변호인>은 내 능력 이상을 발휘한 영화이기도 하다."

아역 연기에서 벗어나기까지..."지금까지 내 능력 이상"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 했던 부산 청년은 지난 2010년 그룹 제국의아이들(ZE:A)로 데뷔해 가수가 되더니,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미 20대였지만 <해를 품은 달>에서도, <적도의 남자>에서도 아역 연기를 한 탓에 혹자는 "그러다가 아역의 틀에서 못 벗어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시완은 <변호인>을 통해 20대로 거듭났다. 아직 27살의 제 나이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처음에 아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했다는 건 또래들보다 어린 역에서 시작했다는 것 아니나. 길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이는 어차피 먹을 거니까.(웃음) 난 지금 그 과정에 있다. 그동안 비교적 운이 잘 따라줬던 것 같다. 드라마, 영화가 사랑받은 것도 모두 내 능력 이상이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난 그냥 내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지난 11월 열린 영화 <변호인>의 제작발표회에서 미소 짓는 임시완
ⓒ 이정민

'진우의 벽을 깨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임시완. 지난 2012년부터 그는 따로 신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자신의 인생이 예상치 이상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제 실력으로 메꿔야 할 시간"이라면서 "여기서 더 바라면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냥 2014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사람 냄새 나는 영화다. 여전히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영화는 영화 자체로 순수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가져야 하는 생각, 불의에 대해 대처하는 사람다운 생각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평소 불의에 어떻게 대처하는 편이냐고? 음...불의가 없길 바라는 편이다"


원문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47&aid=000204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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