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을 기대하고 작품을 골랐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드라마를 통해 장르의 다양성을 키우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은 조금 낮아도 화제성은 높은 걸 보면 '이게 요즘 풍토인가'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연기적 갈증이 많이 해소된 거 같아요."

 

임시완에게 2019년은 많은 의미가 담긴 해다. 만 30세를 맞이하기도 했고, 국방의 의무를 마친 날이기도 하며, 제대하자마자 바로 배우로서 복귀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시완에게 '타인은 지옥이다'는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였다.

 

임시완은 지난 2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OCN 시네마틱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드라마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한만큼, 스토리의 결말에 궁금증을 갖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인은 지옥이다' 원작자 김용키 작가의 평가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관련 인터뷰에서 "드라마 버전을 시청자로서 아주 재밌게 보고 있다"며 "드라마의 결말은 웹툰과 달리 조금 희망적으로 가도 될 것 같다"며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임시완은 그 소식을 듣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작가님이 원하는 방향대로는 가지 못할 거 같다. 희망은 찾기 힘들다"며 웃었다.(실제로 4일 '타인은 지옥이다' 측은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15세 관람가가 아닌 19세 관람가로 상영하겠다고 밝힌 상태.) 과연 드라마의 결말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될까. 임시완은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드라마의 주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의 제목이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붙여진 이유가, 종우의 관점에서 쓰여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 타인이 지옥이기 때문에, 종우 역시 지옥이 됐고요. 그렇게 되면 종우는 결국 또 다른 누군가에게 타인이고, 지옥이 될 수 있겠죠? 이 드라마는 또 다른 종우가 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우리가 끊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결고리를 만든 가장 큰 책임자가 누구일지 생각해보면서 말이죠."

 

임시완은 극중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윤종우 역을 맡았다. 드라마 초반에는 서울을 막 상경한 부산 투박이 청년이었지만, 점점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들과 부딪히기 시작하며 자신의 내면에 감춰졌던 실체를 드러내는 반전 캐릭터다. 지금껏 해본 적 없는 캐릭터인만큼, 임시완은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분노조절장애를 연기하는 건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사람을 모티브로 잡고 연기를 해야 되는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당장 제 주변만 둘러보더라도 종우처럼 극단적인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이 없거든요. 결국 제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종우는 분노의 단계가 일반인과 달라야 했어요. 일반인들의 경우 분노의 경우가 층층이 쌓여간다면, 종우는 작은 자극에도 1단계에서 10단계로 훅 뛰는 설정으로 잡았어요."

 

하지만 윤종우의 캐릭터 성격을 분노조절장애 하나만 잡기엔 무리가 있었다. 윤종우에게는 그간 임시완이 연기해본 적이 없는 이중성이 있었다.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적이었고,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연기적으로 복잡한 설정이 다분한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임시완은 매 순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차라리 종우가 정말 착한 캐릭터였고, 주변에서 그 착한 아이들을 계속 건드려서 그 아이의 분노를 표출하는 거였다면 연기하기에 조금 더 쉬웠을 거예요. 하지만 종우는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 착하지만은 않은 캐릭터가 지옥같은 상황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과정이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물론 종우가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표현의 정도가 세지만,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속마음이나 환상 장면처럼 종우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낀 거 같아요."

 

임시완은 윤종우의 감정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대학교 선배이자 회사 대표인 신재호(차래형 분)이 종우에게 "너만 힘들게 사는 거 아니다", "너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 많다", "예술이 밥 먹여주냐? 글 쓰는 거 때려 쳐라" 등의 말을 할 때 임시완조차 그 말이 아프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덕분에 종우의 감정선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종우의 분노조절장애 설정은 갑작스러운 건 아니었다. 드라마 초반 등장했던 군대 씬이 그 복선 중 하나였다. 원작을 본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드라마로 작품을 접한 사람들에겐 신선한 반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공교롭게도 임시완의 첫 촬영 날이었다고 한다. 그는 "제대 후 첫 촬영이라 멋도 모르고 찍었다"며 웃었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경우, 대본은 거의 다 나온 상태였어요. 그 대본 중에서 군대 부분만 발췌를 해서 저한테 주셨어요. 저는 당연히 이유도 모르고 찍었죠. 그냥 웹툰 원작이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고 찍었겠지', '이유가 있어서 찍었겠지'라는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굉장히 정신없이 촬영했던 것 같아요."

 

임시완은 군생활 동안 연기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한다. 2년 동안 연예인으로서 공백기를 갖는다는 것은 그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영화 '불한당'이었다는 것은 그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자, 그를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분이 동시에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시완은 "이럴 때일수록 쉽게 생각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민을 해봐도 결론은 하나더라고요.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넣는 순간 연기적으로 더 손해가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냥 감이 떨어지면 떨어진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에 대해 호평을 받던 그 반대의 경우던 그게 저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임시완에게 '타인은 지옥이다'는 상당히 만족감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단순히 '연기를 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만든 작품이었다는 것. 그 이유는 바로 OCN이 내세운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시스템이었다.

 

"이창희 감독님이 오글거리는 걸 상당히 싫어하세요. 저 또한 연기적인 연출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는 편이거든요. 대부분의 드라마를 보면 내 대사를 다 할 때까지 상대방이 기다려주고, 내 말을 다 끝내야 상대방이 대사를 하잖아요. 제가 예민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 부분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오히려 '(대사)기다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디오가 물리는 것에 있어서 해방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래서 그랬을까. 임시완은 '타인은 지옥이다'가 10부작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꼈다. 인터뷰 도중 "아직 더 연기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고 몇 번이고 되뇌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시완은 대부분 20부작에서 24부작을 촬영했고, 2012년 촬영한 MBC 시트콤 '스탠바이'의 경우 무려 113부작까지 갔기 때문. 모두가 아쉬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0부작이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드라마와 다르게 상당히 편안했습니다. 오히려 장르가 장르인 만큼, 감독님이 분위기를 유하게 풀어주신 거 같아요. 또 대본의 경우에도 '이건 레퍼런스 정도로 생각하라'고 해주셨고, 저희가 살을 붙일 수 있도록 많은 여지를 주셨어요. 예를 들면 노트북 위 먼지 장면 같은 건 제 아이디어였어요. 원래는 머리카락이었는데, 리허설을 해봤을 때 머리카락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현장에 있던 먼지를 보고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대사도 전부 바꿨어요. 물론 대본은 수정되지 않고 제가 알아서 '먼지'라고 바꿔서 말했죠. 색다른 경험들이었어요."

 

임시완은 마지막까지 종우라는 인물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우리 주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암시했다. "종우에게 유일하게 지옥을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은 여자친구 지은이었다"며 "물론 지은이 또한 지옥같은 삶을 살기 때문에 종우의 편협된 인간관계로 인한 잘못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 세상의 종우들에게 임시완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세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밝게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렵게 보이겠죠. 종우는 그 세상을 조금 더 어둡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종우의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똑같은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하나쯤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우가 서울로 혼자 상경해서 자취를 하는 것, 기댈 곳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 모두 저 또한 경험해 본 일이니까요. 물론, 종우가 아닌 사람들도 종우를 본다면 관심을 주고, 종우들의 펜스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진짜 살 만한 사회 아닐까요?"

 



원문출처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2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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