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배려가 때론 분노를 몰고 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젠 배려 없이 자신을 좀 더 돌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12월 30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연출 이재훈)5회에서는 기선겸(임시완 분)과 오미주(신세경 분)가 서로에게 완벽히 스며들었다.

 

기선겸이 지켜주고 싶었던 후배의 꿈이 무너진 사실을 마주하게 되며 무력감에 빗길을 정처 없이 헤맸다. 비에 흠뻑 젖은 그가 결국 찾은 건 오미주였다. 상처와 고통에 익숙한 기선겸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물기 어린 눈과 비에 흠뻑 젖은 몸이 아픔과 슬픔을 드러냈다. 오미주는 담백한 말 한마디와 함께 그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오미주는 기선겸이 늘 신경 쓰였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기선겸 인생에 대한 동정이었을까. 그의 인생은 굴러도 안 굴러도 불안한 건 똑같았다. 기선겸이 유일하게 자의로 선택한 달리기 인생도 그리 순탄치 않았기에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복잡했다. 그가 더는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더불어 후배 폭행 사건으로 그가 부당한 시선까지 그저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은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이들로부터 그의 진심이 오해받으니 속에서 열불이 나기 충분했다. 차라리 그가 달리기를 그만두고 새 출발을 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 기선겸에게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가 자기검열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이 처한 자리와 입장을 돌보아야 했다.

 

한편 오미주가 그런 기선겸을 바꿨다. 오미주에게는 자기 자신의 핵심을 지킬 줄 알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꿰뚫는 관찰력이 있었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기도 안쓰러웠던 기선겸에게 오미주는 좋은 외부 자극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자신을 아껴주는 오미주의 낯선 감각에 눈을 뜨게 됐다. 그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걸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젠 천천히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게 되는 듯했다.

 

참고 버티면서 이어가는 삶에는 그 어떤 의미가 없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모습. 자신의 안위는 언제든 양보할 준비가 돼 있던 기선겸이 외면했던 자신의 내면 목소리를 듣게 됐다. 부모보다 쓸모 있는 가르침을 주는 건 고작 몇 번의 만남이 전부인 오미주였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던 그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오미주를 찾아간 기선겸의 엔딩은 사랑보다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엔딩과 함께 예고에서 기선겸이 달리는 일상을 중단한 모습이 그려지며 달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오미주의 간섭이 통한 듯했다. 시청자들은 기선겸을 향한 간섭이 반가웠다. 자기 자신도 모른 채 남을 위한 배려밖에 모르는 기선겸이 더는 아파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 이제 막 인생 차선을 바꾼 기선겸의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됐다. 달리지 않는 기선겸의 미래가 기대됐고 더욱 응원하게 됐다.



원문출처 :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01231074854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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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 2020.12.31 15:27

    오늘 뜨는 기사들이 다 정말 좋네요ㅠㅠㅠ 잘 읽고 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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