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28)이 늠름해졌다.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MBC, 이하 ‘해품달’)의 어린 허염, ‘미생’(2014, tvN)의 장그래, 영화 ‘변호인’(2013, 양우석 감독)의 진우가 한없이 순수하고 바른 소년이었다면, 한국전쟁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극 ‘오빠생각’(1월 21일 개봉, 이한 감독)의 상렬은 훨씬 어른스럽다. 국군 소위로서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군부대 안에 만든 고아원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친다. 더욱이 그의 가슴에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과 시대에 대한 환멸이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다.

‘미생’에서 보여준 장그래의 앳된 얼굴과는 퍽 다르다. 임시완은 ‘오빠생각’의 상렬이 자신보다 훨씬 큰 사람이라 말한다. 그 멋진 인물 뒤에 자신은 숨어 있고 싶다고,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라고 말이다.
 
#시완 생각 1_어리숙한 미생과 든든한 오빠 그리고 임시완의 숨바꼭질

‘오빠생각’은 상렬이 이끄는 부대가 낙동강 인근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상렬은 어린 학도병을 챙긴다. 그 모습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부하를 챙기는 상렬, 아니 임시완의 모습이라니.

‘변호인’과 ‘미생’에서 그가 연기한 진우와 장그래는 너무 올곧고 겸손해서 누군가 나서서 변호하고, 때로는 이끌어줘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오빠생각’에서는 그 역할이 바뀐다. 상렬이 고아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대로부터 그들을 보호한다.

상렬은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응답 :“올바르고 소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진우나 장그래가 몇 단계 성장한 것 같은 인물이다. 전투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강하고, 지도력과 책임감도 뛰어나다. 나보다 높은 사람이라, 상렬을 연기하려면 비슷하게라도 되기 위해 한참 좇아가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나한테 무조건 득이 될 것 같았다(웃음).”
 
질의 :그래서 이 영화에 출연한 건가.
응답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주는 따뜻한 느낌 때문이었다. 잔상이 오래 남더라.”

질의 :연기 데뷔작 ‘해품달’의 어린 허염부터 ‘오빠생각’의 상렬까지 주로 착하고 바른 인물을 연기해 왔다.
응답 :“내가 그런 역에 끌린다기보다 나를 그렇게 봐주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내가 보는 나는 그렇게 순수하지 않다. 그 점을 숨기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게 쉽지만은 않다(웃음).”
 
질의 :상렬 역시 올곧고 바르지만 전쟁에 대한 깊은 회의와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다.
응답 :“그래서 이한 감독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상렬이 아주 반듯한 인물이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그 인물의 모든 모습을 반듯하게만 그리면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전쟁이란 척박한 환경에 처해 있으니 자기도 모르게 폭력적인 모습이 툭툭 튀어나올 때도 있지 않을까요?’
이 감독님의 답은 이랬다. ‘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착해졌으면 좋겠다.’ 그 말씀을 듣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게 이 영화의 근본적인 메시지인 것 같다.”
 
질의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던 상렬은 부산에 내려와 군부대 안의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친다. 아역 배우들을 이끌며 연기해야 했을 텐데.
응답 :“그들도 내겐 어엿한 상대 배우였다. 내가 그들을 이끈다기보다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아역 배우들도 성격과 개성이 다 달라서, 누구는 나를 삼촌이라 부르고, 누구는 오빠·형이라 부르고, 누구는 선배님이라 불렀다. 선배님이란 호칭이 참 불편해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부탁했는데도 참. 하하하.”
 
 
질의 :‘변호인’에서는 송강호, ‘미생’에서는 이성민이라는 대선배와 함께 연기했는데.
응답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무언의 채찍질이 됐다. 내가 제대로 연기하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돌아보게 됐고. ‘오빠생각’에는 나 혼자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그것 때문에 전과 달리 연기가 안일해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질의 :송강호와 이성민 등 선배 배우들이 해준 연기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응답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한 적이 딱히 없다. 실은 ‘변호인’에 캐스팅됐을 때 송강호 선배님께 연기에 대해 여쭤봐야지 생각했다. 기회를 엿보다 조언을 구하려는 찰나, 선배님께 혼났다(웃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억울하게 붙잡힌 진우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어머니(김영애)·변호인(송강호)과 접견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는데, 내가 진우의 감정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깨달았다. 곁에서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걸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자체가 좋은 공부가 된다는 걸.”
 
질의 :극 중 상렬은, 유학생 출신의 자원 봉사자로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는 주미(고아성)와 가까워진다. 그 관계를 우정이나 사랑으로 규정하기 힘들다.
응답 :“‘미생’의 장그래와, 그와 동기인 똑소리 나는 신입 사원 안영이(강소라) 같은 사이다. 처음에 늘 밝기만 한 주미가 못마땅하지만, 점점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사이가 된다.”
 
질의 :그러고 보면 지금껏 진한 멜로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응답 :“그러게.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웃음). 멜로 연기를 격렬히 바라고 있다고 대서특필해 주면 좋겠다(웃음).”

 
임시완이 몰랐던 또 다른 임시완


임시완이 “연기는 순간적으로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지난 출연작을 다시 볼 때마다 스스로 ‘어떻게 저렇게 했지’ 싶은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연기를 잘했다는 게 아니라, 카메라와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런 연기를 하는 게 평소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 그렇다.”
 
영화 ‘변호인’(2013, 양우석 감독)


진우(임시완)가 접견실에서 어머니와 송우석 변호사를 만나는 장면

“송강호 선배님께 혼나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찍는데, 진우의 입장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관객이 그 장면에서 무언가를 느꼈다면, 촬영장에서 내가 느낀 바로 그 감정이 전해졌을 거라 믿는다.”

TV 드라마 ‘트라이앵글’(2014, MBC)


양하(임시완)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숨죽여 우는 장면

“재벌가에 아들로 입양된 양하는 지금껏 연기하면서 감정을 이해하기 가장 어려웠던 인물이다. 그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생모의 장례식장에 가서 소리 죽여 우는 장면을 찍을 때 나도 모르는 어떤 감정이 속에서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래(임시완)가 양말 파는 장면

“대본에 적힌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게 연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그게 괜한 자존심이었다는 걸,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김원석 감독님이 내가 그 깨달음을 얻도록 잘 끌어주셨던 것 같다.”

 
#시완 생각 2_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

임시완은 2010년 아이돌 그룹 ZE:A로 먼저 데뷔했다. 연기를 시작한 건 그로부터 2년 뒤, ‘해품달’을 통해서다. 그때까지 딱히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연기를 배운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성균관 최고의 유생인 허염을 연기하는 그의 또랑또랑한 눈빛은 신기하리만치 믿음직스러웠다.

임시완은 배우로서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준 연기와 그 결과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 눈빛을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듯하다.
 
질의 :데뷔작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응답 :“우연히 오디션 기회가 와 어린 허염 역을 맡게 됐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왜, 재롱 잔치 같은 데 나가서 하나도 안 떨고 공연하는 어린아이들 있지 않나. 그때 내가 그랬다. 촬영장이라는 데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이 작품을 하고 난 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혀 몰랐다.”
 
질의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응답 : “내가 이 인물의 깊이와 훌륭함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연기로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점점 커진다.”
 
질의 :‘연기로 거짓말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응답 :“눈빛을 보면 저 사람이 지금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연기도 마찬가지다. 보는 사람이 진짜라 느끼는 연기, 그게 좋은 연기라 생각한다. 내가 한 연기가 진짜로 보일지 아닐지는 ‘컷’ 소리가 나는 순간 스스로 어느 정도 판가름할 수 있다.

‘오빠생각’에서는 아이들과 합창 연습하는 장면을 찍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아이들의 합창 선생님이 된 거라고 마음에 주문을 걸었는데, 촬영하면서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질의 :‘오빠생각’은 총제작비 100억원이 들어간 작품이다. 주연으로 나선 부담이 클 텐데.
응답 :“그런 부담은 전혀 없다. 규모가 큰 작품과 작은 작품, 주연과 조연에 상관없이 내가 그 인물에 접근하고 연기하는 방법은 똑같기 때문이다.”
 
질의 :아이돌 가수 출신이지만 연기력 논란 한 번 없이 배우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응답 :“지금까지는 감사하게도, 내 노력에 비해 훨씬 많은 걸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살면서 포기한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이 확고한 편이다.

만약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그건 정말 안 되는 거라 생각하고, 빨리 포기한다. 그래서 실패해도 크게 좌절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내 삶에 죄책감을 덜 느끼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질의 :굉장히 이성적인 사고 방식이네.
응답 :“ZE:A 멤버들에게는 ‘감정이 메말랐다’는 이야기까지 듣는다(웃음). 그래서 ‘거짓말하지 않는 연기’에 더 매달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감성이 풍부한 연기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거짓말하는 연기는 하지 말자는 생각에서.”
 
질의 :이성적인 사람이 감정을 쓰는 연기를 우연히 시작해, 그것도 꽤 잘하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응답 :“나도 신기하다. 연기하기 전까지 나도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것 같다. 가수로만 활동할 때는 나의 면면을 대중에게 낱낱이 다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기라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연기하는 그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 거더라. 그게 편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내보이기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거든(웃음).

그래서 관객이 내가 연기한 착하고 바른 인물들을 보고 임시완도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나서서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말할 생각은 없다(웃음). 내가 연기한 캐릭터 뒤에 숨어 있는 게 지금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한편으로는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든다. 임시완이라는 사람을 잘 숨겨야 관객이 내가 연기하는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빠져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연기를 시작한 뒤로는 SNS에 뭘 하나 올릴 때도 아주 조심스럽다.”
 
질의 :또래 20대 남성 배우들과 비교할 때, 임시완은 감각적인 유행과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착하고 바른 이미지다
응답 :“난 그게 좋다.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거니까. 임시완이라는 사람의 색깔이 안 보인다는 거니까.”

 



원문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olink/1893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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