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으로 대기업 계약직 사원이 돼 대한민국 ‘을’들을 위로하던 장그래였다. “모르니까 가르쳐달라는 것 아닙니까!”라며 tvN드라마 ‘미생’(2014)에서 울분을 토하던 임시완(28)은 이제 반듯한 수트를 벗고 군복에 총을 들었다.

 

그런데 예사 군인이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몸도 마음도 피폐된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어린이합창단을 이끄는 특수 임무를 맡은 한상렬 소위다.


영화 ‘오빠생각’(21일 개봉)은 피아노와 지휘 실력이 탁월한 음악전공자 한 소위가 전쟁 고아들과 함께 전장의 한 가운데서 노래를 통해 위로를 전한다.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영화를 위해 피아노를 처음 쳐봤고, 지휘라는 것도 처음 해봤다”며 멋쩍게 웃었다.


임시완은 영화에서 실제로 쇼팽의 ‘녹턴’을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아이들이 부르는 ‘오빠생각’ 등 합창에 맞춰 훌륭한 지휘실력을 보여준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와 지휘를 할 때의 손가락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야무진 손 끝 연기는 실제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에 소속된 멤버여서 그런지 음악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임시완은 손사래부터 쳤다.


“영화를 위해서 4, 5개월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지휘는 최대한 제 손에 익혀야겠다고 생각해서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계속 연습했죠. 제가 어색하지 않아야 영화에 제대로 묻어날 테니까요.”

 

세상의 ‘갑’에 상처받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던 ‘미생’의 장그래와 암흑만이 깔린 격변의 세상에 맞서던 영화 ‘변호인’(2013)의 대학생 진우를 연기한 임시완에게 피아노와 지휘 연습은 그야말로 ‘대략난감’이었을 터. 더군다나 100억원 규모의 대작인 ‘오빠생각’의 타이틀롤로 나서는 것이어서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이제 막 신인의 티를 벗은 그가 대작을 껴안은 이유가 궁금했다.


“대선배들과의 작업이 내 연기의 원천”이라는 그는 “또래 배우들에 비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송강호, 이성민 등 대선배들과 일을 해봤다는 것이어서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영화도 ‘임시완표’ 연기의 완급 조절이 빛을 발했다. 30여명의 아이들과의 호흡은 물론 고아성 이희준 등 출연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연기를 펼쳤다. 매사 진지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장난도 칠 줄 아는 한 소위의 캐릭터가 튀지 않으면서도 강한 흡입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낯설지 않을 듯하다. 가수와 배우의 길을 병행하는 데 무리가 있을까. “송강호 선배님께 늘 들었던 말이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냉정하게 따지면 제가 노래를 잘하는 것 같지 않아요(웃음). 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가수와 배우의 길을 모두 좇고 싶은 마음이에요.”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임시완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힘든 점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술과의 전쟁이다.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는 걸 좋아하는 그는 배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화 촬영하는 동안 금주를 했다고.

 

“애주가는 아니지만 술을 못 먹어서 힘들었어요. 제가 ‘술배’가 나오는 편인데 군인으로서 맞지 않는 모습일 것 같아 자제했죠. ‘끝나고 술 한잔 할까’ 하는 이한 감독님의 유혹을 뿌리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원문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e93248b286084e9f9c66ee3031a2cc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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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 2016.01.11 19:14
    시완이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자작곡도 너무 좋았고 시완이 목소리도 좋았으니까 연기만큼 좋은 노래를 들려줄 기회도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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