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의 공포, 판타지 부문인 ‘절대악몽’에서 <소굴>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장르물 연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장편 <사라진 밤>으로 이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로 첫 드라마에 도전하는 그는 영화, 드라마의 경계를 벗어나 ‘10시간짜리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한다. 막바지 촬영으로 바쁜 이창희 감독을 만났다.

 

-원작은 해석에 따라 누아르 장르로도, 사회비판 드라마로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이도 작가님이 짠 내용 안에서 어떻게 밀도 있게 나가느냐 고민했다. 결말의 해석에 따라 장르가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공간, 캐릭터에 재미를 주되 꽉 짜여져서 가기보다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도 배우들과 협업해서 자연스러운 재미를 살리려 했다.

 

-캐릭터들은 원작과 비슷하기도, 변화하기도 한다. 주인공 종우(임시완)는 원작의 입사 초년생에서 지금은 작가 지망생으로 바뀌었다.

 

=종우는 날이 서 있고 예민한 캐릭터다. 기존 임시완 배우가 보여준 착한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나도 시나리오를 쓰지만 글을 쓸 때 드러나는 예민함을 활용했다. 창작자가 가지는 예민함을 통해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의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혼동이 가중되는 상황을 표현하려 했다.

 

-영화의 악을 어떻게 묘사하고자 했나.

 

=일종의 ‘흡혈’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뱀파이어에게 살인은 악행이 아니다. 에덴 고시원을 흡혈귀 집단에 비교해볼 수 있겠다. 누구든 물리면 흡혈귀가 될 수 있다. 그 아슬아슬함을 가진 공간 안의 사람들을 그리고자 했다.

 

-에덴 고시원은 한편으로는 이 사회의 지옥도를 반영한 상징적 공간으로도 읽힌다.

 

=리얼함과 판타지 두 가지를 염두에 뒀다. 이 고시원은 있을 법한 공간이지만 사실 구조 자체는 실제 공간과 다르다. 고시원이 가진 미스터리함을 통해 장르적인 재미도 찾고자 했다. 너무 무겁게 그리지 않으려 했다. 코믹한 지점도 충분히 살렸는데 그런 사람들이 변할 때 더 기괴해지는 효과가 보이더라.

 

-서울이라는 공간을 경험하는 청년 종우의 시선이 중요하다. 타 지역에서 온 종우가 바라보는 이 도시가 주는 공포는 어떤 것인가.

 

=나도 서울 사람이 아닌데, 타 지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입성하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덴 고시원은 서울 중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자리해 있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밀집해 살고 있다. 거기서 각자의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확장해보면 아파트가 대다수인 서울도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곳이다.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마음도 더 극단적이 되지 않을까.

 

-현실의 공간을 상정하면서 자칫 ‘타인’을 대상화할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극화된 캐릭터 외에도 고시원 사람들을 더 다양하게 그리려고도 했는데 현실적으로 다 표현하지는 못했다. 극을 위해 자극적인 대사를 쓰는 대신 대사를 순화하고, 시청자가 인물들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욕설과 살인 등이 예상되는데, 방송이다 보니 장면이나 대사의 수위 조절도 필요하다.

 

=그게 힘들더라. 욕하고 묵음 처리를 하냐, 찍고 블러 처리를 하냐의 문제였다. 최대한 자제는 했는데, 마지막 화에 가면 절정이라 보여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 수위를 넘지 않고도 보는 이들이 충분히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잔머리’를 많이 굴리고 있다. (웃음)

 

-<사라진 밤>을 비롯해 영화 연출을 하다가 방송 드라마는 첫 연출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포맷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영화가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쌓은 후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면 이 작품은 매회 클라이맥스가 조금씩 있고. 그 안에서 텐션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재미가 다르다. 영화는 많은 생각 끝에 처음 기획과 다르게 편집되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관여하니 연출자의 뜻에 온전히 따르지 못하는 순간도 있는데, 드라마는 오히려 그 지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을 하면서 영화, 드라마를 나누기보다는 ‘10시간짜리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원문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3735&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조회 수 날짜
704 추천 임시완, 선한 비주얼로 덕분에 챌린지 함께..여진구X수현 지목 928 20.05.12
703 추천 임시완 "'미생' 판타지 결말, 시청자 위한 배려" 929 14.12.29
702 추천 [초보군인 임시완] 좌충우돌 군대 적응기 929 18.06.20
701 추천 임시완 “‘미생’ 주변 반응 기분 좋아 죽겠어도 최대한 덤덤해지려고…” [인터뷰②] 930 14.12.29
700 추천 임시완, 중편 남자우수상 수상.."'미생' 좋은 추억"[2015 APAN] 930 15.11.28
699 추천 임시완 '오빠생각', 伊우디네극동영화제 최고상 수상 4 930 16.05.04
» 추천 <타인은 지옥이다> 이창희 감독, “결말의 해석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는 작품” 930 19.08.26
697 추천 [일문일답] ‘타인은 지옥이다’ 감독·작가 “임시완 등 배우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930 19.10.08
696 추천 ‘미생’ 파괴력있는 한방 캐스팅, 그 과정도 극과극의 드라마 932 14.11.15
695 추천 '오빠생각', 한국전쟁 한복판 어린이 합창단 실화가 전할 묵직한 감동 1 932 15.12.10
694 추천 [팝인터뷰②]'원라인' 진구 "입대 앞둔 임시완, 해군 추천해줬다" 932 17.03.27
693 추천 돌아온 연기神 VS 대세된 천재들 933 14.12.18
692 추천 ‘임시완’, ‘낙하산’과 같은 ‘연기돌’이란 낙인을 떼어내다 933 14.12.01
691 추천 '불한당' 임시완 "향후 행보, 확실한건 노래·연기 병행할 것" (인터뷰) 933 17.05.11
690 추천 [스타캐스트] 시완의 'HELLO' CAM-EP. 04 Siwan Candle '이런 남친 어디 없나' 9 934 15.03.25
689 추천 '미생' 이성민-임시완, '청룡영화상' 듀엣 시상자 발탁 935 14.12.16
688 추천 [신년기획] 임시완 핀테크 체험기 연재를 마치며 935 16.01.03
687 추천 [무비N]이한 감독 마법, 다음 수혜자는 임시완 935 16.01.21
686 추천 [인터뷰①] ‘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 “제대 후 복귀작, 콘텐츠 다양성 확대 일조” 935 19.10.20
685 추천 [단독 인터뷰]② 임시완 "내게 토스트는 추억…‘왕사’팀에 맛보여주고 파" 936 17.02.2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55 Next
/ 55
sweetsi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