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생각>에서 아이들 합창단을 이끄는 한상렬은 <미생>(2014, tvN)에서 장그래에게 가르침을 준 좋은 어른을 닮았다. 임시완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여유는 단지 성숙해진 캐릭터 때문만은 아니다. 가벼운 농담도 의도를 짚고 넘어가는 이 진지 청년은 ‘진짜’ 연기의 맛을 음미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장그래에서 한상렬로


<오빠생각>이 전하는 전쟁 속 어린이 합창단 이야기가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신기했어요. 전쟁 당시에 합창단이 웬 말이에요. 언제 포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다니. 그런데 이게 실화래요. 신기하고도 의아했어요. 또 하나, 노랫소리. 제가 <오빠생각>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잔상 하나였어요.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며칠 동안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돌더라고요. 이 영화 꼭 해야겠다 생각했죠.

 

한상렬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키는 조력자에요. <미생>의 장그래는 부족하고 누군가가 이끌어줘야 하는 사람이었던 반면, <오빠생각>의 한상렬은 누군가를 이끌어줘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 부분이 제일 큰 차이점이죠. 어떻게 보면 오 과장님 같은 캐릭터에요. 굳이 <미생>과 비교하자면요. 한상렬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한상렬이 진짜 어른이었다는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다 한계점을 가지고 살잖아요. 제가 허용하는 한계점보다 한상렬의 한계점이 더 높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상렬을 연기할 때는 감정을 더 꾹꾹 눌러 담았어야 했죠.

 

이한 감독님은 <오빠생각>을 보고 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순수한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게 감독님의 모토이자 영화의 메시지에요. 감독님의 모토를 살짝 빌려오자면, 전쟁만큼은 아니지만, 이 사회가 총만 안 들었지 전쟁터잖아요. 특히 요즘에는 <오빠생각>의 갈고리(이희준)처럼 시대를 핑계로 자신의 이기심을 합리화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오빠생각>을 보면 순수한 마음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 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는 마음이랄까요?

 

진짜를 표현하는 연기


제 또래 배우 중에서 그나마 제가 내세울 수 있는 점은 대선배 배우인 송강호, 이성민 선배님들과 함께 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성이랑 작품을 같이 하면서 그게 무너진 거죠. 아성이는 그런 경험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웃음). 제가 이제 막 사칙연산을 배워서 덧셈, 뺄셈을 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성민 선배님은 미적분을 막 풀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아성이 같은 경우는 선배님들이 미적분 푸는 모습을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 배웠을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의 유일한 무기가 사라진 거죠.

 

계속 선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죠. 그런데 오히려 저는 많은 분들이 저의 좋은 면을 봐주셔서 감사해요. <해를 품은 달>(2012, MBC) 이후, 저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똑똑하고 착한 사람으로 자리 잡혔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비슷한 캐릭터의 캐스팅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고,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을 많이 하게 됐죠. 그런 좋은 선입견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을 선택하도록 방향을 이끌어 주신 것 아닌가 싶어요.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할 때만 해도 시키는 대로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연기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 예술로 느껴져요. 연기에 대한 인식이 변했어요. 그렇다고 <해를 품은 달>을 찍을 때 열정이 없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 열정을 잘못 발산했던 거죠. 그 때는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서 토시하나 안 틀리고 NG도 안 내는 게 연기의 방향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은 여전히 연기를 잘 한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연기를 할 때 ‘나한테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최대한 진짜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어떻게 끌어낼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원문출처 :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101122896

  • profile
    탱글 2016.02.03 17:02
    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봤던 것 같긴 한데...미적분 얘기 또 나왔네요 ㅋㅋㅋㅋㅋㅋ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조회 수 날짜
744 추천 임시완 “저는 여전히 ‘미생’입니다” 종영 소감 1075 14.12.22
743 추천 ‘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 “주종은 위스키, 감자칩-치즈-과일과 함께”(인터뷰) 1074 19.10.04
742 추천 [톡★스타]‘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 “생동감 있는 캐릭터·스토리…망설임 없이 택했다” 1074 19.08.09
741 추천 임시완 “‘미생’ 신드롬, 송강호-김영애 선배가 더 좋아해 주셨어요”(인터뷰) 1074 14.12.29
740 추천 [인터뷰②] ‘불한당’ 임시완 “제대 후 목표? ‘보기 편한 배우’ 되고 싶어” 1073 17.05.12
739 추천 [SS인터뷰②]임시완 "보기에 편안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1073 17.04.04
738 추천 임시완, 33번째 생일 맞아 2천만원 기부 ‘훈훈’(공식) 1073 20.12.02
737 추천 “큰 아픔 속에서도 희망적 삶은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 했죠” 1 1073 16.01.18
736 추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아이들의 합창소리 1 1073 16.01.07
735 추천 임시완 “연기자로서 여전히 미생… 더 가야할 길이 많을 것 같다” 1073 14.12.29
734 추천 ‘미생’ 임시완vs이성민, 진짜 사원과 과장 아닌가요?(종합) 1073 14.11.05
733 영화 '변호인' 송강호 "잊지 못할 작품을 만났다" 소감 밝혀 1073 13.10.30
732 추천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 촬영 현장을 가다 1072 19.08.26
» 추천 <오빠생각> 임시완 | 순수함을 지키는 어른이 되다 1 1072 16.02.03
730 추천 고아성 “엄한 임시완 제일 무섭다… 진정한 오빠다움 있어” 1 1072 15.08.26
729 추천 미생 윤태호작가 “임시완 이성민에 감동, 보고 또봤다”(인터뷰) 1072 14.10.23
728 송강호, 고 노무현 변호사 모델 영화 '변호인' 주연 1072 13.10.30
727 추천 남기상 작곡가님 인터뷰 중 임시완 언급 1071 20.12.16
726 추천 오달수님 기사에서 임시완 언급 2 1071 17.08.04
725 추천 [★필모깨기]송강호·이성민·설경구가 본 '배우 임시완' 1071 17.04.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55 Next
/ 55
sweetsi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