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라인’은 범죄자들이 의기투합해서 하나의 목표를 수행해 나가는 ‘케이퍼 무비’ 장르의 일종. 그러니까 ‘오션스 일레븐’ ‘도둑들’의 먼 친척뻘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라인’이 다루는 범죄는 ‘작업 대출’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못 받는 서민들의 서류를 조작해 은행 대출을 받은 뒤 거액의 수수료를 떼 가는 사기술로, 2005년 실제로 성행했던 수법이다.
상대를 잘 속이기 위해서는 언어 구사 능력이 탁월하거나, 믿음 가는 외모이거나, 셈에 밝아야 한다. 임시완이 ‘원라인’ 프로젝트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살짝 의문이 들었던 것이 그 부분.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잃지 않았던 ‘미생’의 건실한 청년 장그래와 사기꾼은 멀고도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괜한 걱정이었다. '원라인'에서 임시완은 시치미 뚝 떼고 상대를 감언이설로 녹이는 사기꾼 민재를 능글맞게 소화해 낸다. 영화 ‘변호인’ 등에서 아이돌 배우에 대한 편견을 가루로 만들었던 임시완의 연기력은 ‘원라인’에서도 견고하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 타인을 속이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원라인’의 민재와 그 어떤 감언이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미생’의 장그래가 만난다면 어떨까. 임시완은 이에 대해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웃어 보이며 “방패가 이길 것 같다”고 답했다. 장그래의 고지식한 면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원라인’은 돈의 흐름을 쫒는다. 서민을 울리는 돈, 있는 자의 배를 불리는 돈, 욕망에 눈 먼 돈, 사람을 죽이는 돈, 쉽게 번 돈, 한 번 빠지면 더 빠져드는 늪 같은 돈…
영화에서 민재는 이런 말을 한다. “돈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사람 미치게 만들지. 처음에는 딱! 1억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근데 1억을 벤츠 한 대 사고 나면 끝이에요. 그래서 딱! 10억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근데 10억은 강남에 괜찮은 아파트 하나면 끝이란 말이죠”. 영화 ‘원라인’을 대변하는 대사라 할 수 있다.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인간의 욕망과 서민들 등쳐먹는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깊숙이 파고든 ‘원라인’을 통과하며 임시완은 돈에 대한 생각이 변했을까.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는 임시완의 말에서, 돈 앞에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읽혔다.
민재와 달리, 임시완은 돈에 그리 안달하지 않는다. 투자는 NO! 연기와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은 부모님이 아닌 스스로가 관리한다는 임시완은 투자나 재테크 보다는 저축과 적금을 선택한 ‘소심형’ 투자자였다. “투자를 하려면 철저히 분석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해요.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적금과 절약이 해답”이라고 말한다. “촬영을 하다보면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기에 돈을 쓸 시간이 없다”는 임시완은 의도치 않게 절약을 하게 된 경우이기도 하다.
그런 임시완이 최근 자신을 위해 가장 크게 쓴 돈은 ‘방한용품’이다. “방한용품에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제가 추위를 잘 타거든요. 추우면 연기에 신경을 쏟지 못해요. 그래서 핫팩 몇 백 개, 기모 들어간 내복 3세트, 발열 쪼기, 발열 덧신, 발열 패딩 등을 촬영 전에 미리 준비해 뒀죠.” 자신의 위해 쓴 돈이 아니라, 아무래도 연기를 위해 쓴 돈 같다는 생각. 아무래도 임시완이 지금 가장 저축하고 싶은 것은 연기가 아닐까싶다.
원문출처 : http://enter.etoday.co.kr/view/news_view.php?varAtcId=103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