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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라인’ 임시완,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그가 반가운 이유

by news posted Mar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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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미지만 갖고 있긴 너무 아까운 임시완의 영리한 변신이 반갑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 착한 임시완이 사기꾼이라니. 마치 안 맞는 옷을 억지로 갖춰 입은 것 같은 빡빡함, 엉거주춤함, 내지는 미시감이 가시질 않았다. 번듯한 외모 탓은 예상컨대 10프로 정도, 나머지 90프로는 그가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성실하고 착하고 반듯한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너무나도 잘 소화해 온 탓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을 보고 난 뒤 느껴지는 임시완의 분위기는 이전에 느꼈던 그의 바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생소함으로 다가왔다. 3월23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실제로 만난 그 역시 그랬다. ‘바른생활’ 이미지를 보란 듯이 훌륭하게 깨고 나온 그가 내뱉은 말이 인상 깊었다. 

“제 이미지를 이용해서 지금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는 거죠, 뭐.(웃음) 많은 분들께서 너무 좋게 봐주시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가 굳이 아니라고 바꿀 생각 없이 스스로 저를 더 포장하고 아름답게 꾸미고 보여드리는 거예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사람처럼. ‘미생’ 속 장그래는 더 이상 떠오르지도 않았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면 생경했던 감회가 조금이나마 상상이 갈까. 그래서인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던 임시완과의 인터뷰가 ‘원라인’ 속 유쾌함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Q. 임시완이 가진 꽃도령 이미지가 오히려 영화 속에서 방해가 아닌 무기가 된 것 같다.

“이용했다. 확실히 도움이 됐다. 사실 변신을 꾀하는 타이밍에 무뎠었는데 영화 속 그런 작전들은 철저히 감독님 머릿속에서 나왔다. 되레 사기를 칠 때 흔히 생각하는 사기꾼 이미지처럼 언변을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닌 말갛게, 말간 말투로 연기한 것이 반전이 됐던 것 같다. 흔히 편견 속에 있는 사기꾼이 아닌 사뭇 다른 이미지의 사기꾼?(웃음)”

Q. 반듯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속이 후련했겠다.

“많은 관객분들이 아직까지 이번 작품에 평가를 내려주신 게 아니라서 섣불리 예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재밌었다.”

Q.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

“대본이 재밌었다.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감독님을 만났는데 내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특히 둘이 있을 때 기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꼬임에 완전 넘어갔다.(웃음) 문제는 그런 말씀을 둘만 있을 때 해주시면 감사한데 내가 초면인 일면식 없는 분들 앞에서도 서슴지 않고 해주시니까 낯간지러울 때도 있다.(웃음)”

Q. 이번 작품으로 새로이 발견한 본인의 모습이 있을까.

“일단 그 전보다 한 단계 밝아진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좀 더 차분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으로 템포라던지 톤이 좀 더 올라온 느낌이 있다.”

 

Q. 촬영하면서 인상 깊었던 동료 배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박)병은이 형이 되게 재미있으신 분이다. 지금까지의 영화 속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전혀 정반대의 모습이다. ‘어떻게 저런 성격을 가지고 악역을 해오셨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정말 유쾌하신 분이다. 한참 후배인 나한테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하신다.”

“안 그래도 재미있는 분인데 이번에 같이 방송을 했는데 정말 웃겨서 죽겠더라. 내 페이스를 못 잡을 만큼. (박)병은이 형이랑 방송을 같이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형이 웃겨 놓고 내가 대답을 하는데 그때마다 분위기가 쳐지는 게 느껴지더라.(웃음) 형과는 사석에서만 보는 걸로. 연기할 때 즐겁기만 하는 걸로. 방송은 같이 안하는 걸로.(웃음)”

Q. 영화 속 진구와의 케미, 브로맨스가 돋보였다.

“진구 형이랑은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부터 만났었다. 그때 술을 사주셨는데 나한테 약속을 하나 하셨다. ‘내가 이 작품 하면서 술은 양껏 사줄게, 같이 찍으면서 즐겁게 촬영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촬영 중간쯤 ‘태양의 후예’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진구 형한테 광고가 물밀 듯이 쏟아지면서 술을 끊으시고, 식단 관리를 하시면서, 밥도 같이 안 먹고, 닭 가슴살만 드셨다. 나는 혼자서 배신감에 휩싸였다. ‘같이 촬영하면서 즐겁게 하자더니, 가차 없으시구나’ 그런 배신감에 휩싸였다가 지금은 다시 관계가 호전됐다.(웃음) 식단관리는 이제 안하신다. 극적인 타협을 한 거다.(웃음)”

Q. 아이돌로서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쉽진 않은지 궁금하다.

“지금 당장 아이돌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생활을 청산하는 건 아니다. 가수로서 욕심을 전혀 버리지 않았다. OST 욕심도 있고, 무대 욕심도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걱정하시는 팬 분들이 계시다면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된다.(웃음)”

Q. 선하게 생긴 것만큼은 타고난 것 같다. 실제 성격도 비슷한가.

“고지식한 면이 있다. 마냥 순하고 착하고 그런 모습들은 나랑 거리가 먼 가상인물이다.(웃음) 어차피 연예인이란 직업 자체가 가상 인물을 설정하는 것 아니겠나. 아이돌라이즈(-ize)해서.(웃음) 그런 직업이다 보니, 나 역시 직업적으로 노력을 하는 부분이 최대한 나를 예쁘게 포장해서 착한 척, 순수한 척 미화시키는 거다. 엄친아 같은 기질을 부각시키기 위해 큐브 같은 거 취미로 일부러 만들고 그런 노력을...(웃음)”

 

Q. 서른이 됐다. 느낌이 어떤가.

“나는 서른이 됐다고 해서 별로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그런 건 없다. 그저 바라는 건...우리가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나이에 대한 세계적인 기준이 있어야하지 않나.(웃음)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유독 무려 두 살을 더 높게, 먼저, 일찍 먹나. 물론 그 의도는 나도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1살인 이유. 태어나기 전에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생명이라고 인정해 한 살을 먹는 것이라 들었다. 그렇지만 각 나라마다 그 기준이 다르면 헷갈리지 않나. 오해할 수도 있고. 공통적인 나이로 뭐 좀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 만 나이를 쓰는 게.(웃음) 만약 그렇게 하면 난 스물여덟이다. 아직까지 나 스스로 서른 살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진 않다.”

Q. 군 입대에 대해 생각할 나이인 것 같다.

“군대는 숙제로 비유하자면 많은 분들이 이미 애초에 숙제를 해결해 놓으셨다면, 나는 아직까지 숙제를 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느낌이다. 오래 전부터 빨리 해결해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건상 여의치 않아 미루게 된 경우다. 더 이상 미루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왕은 사랑한다’를 마지막으로 군대를 가고자하는 욕심이 크다. 웬만하면 올해를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할 예정이다.”

Q. 제국의 아이들 멤버 광희의 군 입대가 남일 같지 않았겠다.

“(광희에게) 전화했다. 내가 한번 보자고 했는데 군대 가기 전까지 시간이 없어서 못 볼 것 같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다음에 휴가 나왔을 때 보자고 했다.(웃음)”

Q.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과 연락은 자주 하는 편인가.

“당연하다. 앞으로도 다들 좋은 길을 갔으면 좋겠다. 서로 정보공유도 하고, 잘 안 풀리는 부분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란 말이 있지 않나. 이번 영화 시사회에 올 수 있는 친구들도 있고 바빠서 못 오는 친구들도 있다. 오랜만에 멤버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단체 카톡방에 ‘올 수 있음 와라’라고 보냈다. 한 세 명쯤 오는 것 같다.”

Q. 멤버 박형식도 최근 tvN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출연 중이다. 연기적 모니터도 서로 해주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에 떠 있는 걸 봤는데 (박)형식이 연기가 더 많이 늘었더라. 시청률도 엄청 잘 나와서 너무 잘 된 일이다. (박)형식이한테 ‘앞으로 고기는 네가 사라’고 했다.(웃음) (박)형식이와는 스스럼이 없다. 그때그때 지갑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산다. 적어도 우리끼리는 돈을 서로에게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헤프게 쓰진 않지만, 집에서 주로 조용히 마신다.”

 

Q. 술이랑 매치가 잘 되지 않는 이미지다.

“자주 마신다. 주량은 소주 2병정도 된다. 2병을 마셨을 때, 그때부터는 술자리가 즐겁지 않다.(웃음) 너무 괴롭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버팀의 시간이다.”

Q. 최근에는 누구랑 술자리를 가졌나.

“최근 스케줄이 끝난 후에 (박)병은 형이랑 진구 형 집들이를 가서 술자리를 가졌다. 근데 누구도 (박)병은이 형은 못 이긴다. 영화 촬영 당시 (박)병은이 형 집들이를 갔는데, 제사상에 올려놓는 술을 드시더라. 그 술을 굳이 찾아서 드신다. 그래서 진구 형이 그날 ‘혹시 제사가 있었냐’고 묻기도 했다.(웃음) 근데 그냥 먹고 싶어서 사셨다고 하더라.”

Q. 이번 영화 ‘원라인’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돈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자란 취지다. 재미를 위해 탄생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교훈적인 메시지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돈이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 않나. 중심 주제가 돈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시면서 돈이라는 주제로 공감대를 많이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돈을 많이 벌어서 풍요롭게 사는 게 옳은 것일까’ 생각해봄직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읽기만 해도 유쾌한 임시완의 톤이 묻어나 기분이 좋아진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의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지는가. 그의 착한 미소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는지. 그렇다면 성공이다. 계획한 것을 이뤄낸 그 본인에게도, ‘원라인’에게도 무척이나 잘 된 일이다. 

‘원라인’은 뻔한 이미지를 벗어 던진 임시완의 영리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경쾌한 이야기 속 정확한 본질과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 속 사기꾼 캐릭터를 임시완은 그 선한 얼굴을 무기삼아 참 잘 전달해냈기 때문이다. 그의 단어를 빌려, 아이돌라이즈(-ize)를 넘어 배우라이즈(-ize) 될 임시완의 앞으로도 계속될 훌륭한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영화 ‘원라인’은 3월29일 개봉,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원문출처 : 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4&c1=04&c2=04&c3=00&nkey=201703291847433&mode=sub_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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