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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시완 "'불한당'으로 생애 첫 칸行…기가 찰 만큼 완벽해"

by news posted May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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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은 혼자 술 마시면서 꺼내보게 될 것 같은 영화에요. 어른들을 위한 코믹북이랄까. 연기보다 스토리가 잘 보이는 작품이라 두고두고 돌려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임시완이 남자로 돌아왔다. 전작 ‘원라인’으로 티 없이 순수한 얼굴을 한 꺼풀 벗겨내더니 이번엔 언더커버 경찰로 파격 노출부터 액션까지 화끈한 변신을 감행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배우로서의 성인식에 만족한 듯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느와르가 안 어울리는 이미지라는 이야기는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요. 어떤 이미지로 보일지보단 연기가 진짜처럼 보이지 않을까봐 더 걱정이었죠. 나아가서 '불한당'의 정서를 완벽히 소화하기엔 제가 살짝 어린 것 같단 느낌은 있었어요. 제가 좀 더 나이도 들고 연륜을 쌓은 뒤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긴 해요.” 

 

‘불한당’(감독 변성현)은 범죄 조직의 1인자를 꿈꾸는 재호(설경구)가 신참 현수(임시완)와 만나 교도소에서 인연을 쌓은 이후 벌어지는 배신과 우정을 그린 작품. 임시완은 언더커버 요원 현수로, 비밀경찰과 조직폭력배 사이를 오가며 점차 불안해지는 남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현수는 특별히 목표가 있어서 사는 애는 아닌 것 같았어요. 지극히 평범해서 감정을 굳이 숨기려하지도 않고 대사도 함축적이지 않아요. 때리면 아프다고 말하고, 더 세게 때리면 더 크게 소리지르는 단순명쾌한 인물이죠. 자극에 대한 반응만 잘 하면 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쾌감을 느꼈던 작품이에요.” 

 

장르는 범죄액션느와르지만 오히려 중요했던 건 감정신이었다. '불한당'은 화려한 액션 못지않게 두 남자의 입체적인 감정에 푹 빠져야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 임시완과 만나기 직전 인터뷰를 진행한 설경구는 촬영장에 ‘임시완존’이 있었다고 말한 바, 그에게 이를 언급하자 멋쩍은 듯 웃었다. “현수가 후반부로 갈수록 상당히 어두워지기 때문에 절정의 감정신을 위한 거였어요. 스태프들이랑 모여서 수다떨다가도 촬영 전엔 좀 차분해지려고 슬쩍 빠져 있었어요. 그걸 보시고 설경구 선배님이 ‘저긴 시완존이니까 아무도 가지 말라’고 매번 놀리셨어요.”

 

깊은 감정신부터 기술적으로 수준 높은 액션신까지 ‘불한당’은 배우로서 쉬운 영화는 아니다. 임시완 역시 촬영 전부터 ‘역대급으로 힘든 촬영이 될 것 같아서 나름의 각오를 다졌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지금껏 지나온 작품 중 가장 정서적으로 편안했던 작업이었다는 것. 그 배경엔 ’괴짜‘ 변성현 감독의 편안한 소통법과 파트너 설경구의 배려가 있었다.

“사실 첫 미팅 때 변 감독님 의상이 너무 범상치 않아서 깜짝 놀랐어요. 물론 편견이지만 제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감독님 스타일이 아니어서 ‘믿어도 될까’ 싶었는데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제일 완벽했어요. 처음엔 새벽 4시까지 통화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 순간 대화가 필요없을 만큼 서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가장 소통을 안했음에도 완벽했던, 신기한 경험이었죠.” 

 

설경구 역시 임시완과 20살 이상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브로맨스 이상의 끈끈한 호흡을 과시했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변 감독은 두 사람의 캐릭터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설경구 역시 “두 남자의 멜로”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저도 ‘로미오와 줄리엣’‘멜로’ 이런 얘길 듣고 많이 놀랐어요. 곱씹어보면 묘한 분위기가 있었나 싶기도 한데 제가 본 재호랑 현수의 관계는 사랑이라기 보단 끈적한 의리에요. 보통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이미 감성적으로 좋아한 후에 논리적인 이유를 갖다붙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재호가 본인 말에 귀기울여주고, 믿음을 주니까 무너져버린 거겠죠.”

 

‘불한당’이 주목받은 이유는 또 있다.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것. 전세계 85개국에 선판매된 것은 물론, 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임시완은 네 번째 스크린 도전에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배우로서 최고의 영예를 앞둔 그는 호들갑 떨지 않았다. 다만 “젊고 세련된 느낌이 칸 초청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차분히 운을 뗐다. 

 

“배우로서 영광이지만 얼떨떨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나요. 당연히 좋은 경험이긴 한데 과연 칸에 초청받는 영화에 출연한 게 제게 어떤 미래를 제시할까 가늠이 안 돼서 기대되고 설레고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있는 상태에요. 나중에 그 의미를 절실히 알게 됐을 때, 이게 얼마나 중요한 경험인지 비로소 깨달았을 때를 생각해본다면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요. 아직 참석이 확정된 건 아니에요. 일단 병무청 허가는 났지만 드라마 촬영이 진행 중이거든요.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줄 수는 없어서요. 칸에 꼭 가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직 조율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어요.”

 

‘불한당’은 임시완에게 여러 모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는 앞서 ‘변호인’(2013), ‘미생’(2014) ‘오빠생각’(2016) 등을 통해 꽃미남 스타에서 연기력까지 갖춘 차세대 무비스타로 떠올랐고 올해 초 개봉한 ‘원라인’(2017)에서는 능글맞은 사기꾼으로 순진한 모범생 이미지를 과감히 벗었다. 임시완의 스타성과 연기력만큼은 누구라도 이견이 없었겠지만, 흥행만큼은 그가 풀어야할 숙제였다. 물론 설경구와 투톱주연이지만 ‘불한당’의 흥행에 따라 임시완의 티켓 파워를 입증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자존심이 걸린 셈이다. 이제 겨우 네 번째 스크린 도전인 만큼 조금은 가혹해보이지만 그의 빠른 성장 속도를 본다면 당연히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사실 이번에 칸 초청도 그렇고, 배우로서 행보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기가 찰 때가 많아요. 내가 이렇게 잘 풀리는 게 맞나 싶은 고민도 있어요. 흥행은 못했지만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많이 해온 편이라 이렇게 초장에 운을 다 써버리면 나중엔 어쩌지 싶기도 하고요. 물론 제가 가진 역량에 비해 넘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실제 모습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상의 임시완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걱정스러운 것도 맞아요. 하지만 생각을 바꿨어요. 부담은 내려놓고 절 좋아해주시는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요.”




원문출처 : http://sports.hankooki.com/lpage/entv/201705/sp201705160700521367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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