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얼굴에 조근조근한 말투. 배우 겸 가수 임시완의 첫 인상이다. 그런 그가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ㆍ제작 위더스필름)에서는 철저히 무너졌다. 빛을 잃은 눈동자와 메마른 표정, 감정을 잃은 목소리. 고문으로 피폐해진 청년을 그려낸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를 예약한 ‘변호인’에는 연기의 신(神)들이 모여 있다. 충무로 대표배우 송강호를 포함해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조민기 등이 출연한다. 배우 데뷔 3년 차인 임시완의 첫 스크린 데뷔로는 버거운 무대였다. 무게와 깊이를 자랑하는 베테랑 틈바구니였지만 그는 결코 기죽지 않았다.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끌어냈다.

“큰 짐을 덜었다는 느낌이에요. 촬영을 마치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대중의 심판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과연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걱정에 계속 불안했어요. 다행히 혹평 보다는 호평이 많은 것 같아요. 개봉 이후 주변에서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마음이 놓였어요.”

그는 축하와 칭찬의 말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촬영 당시를 되새기는 그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실은 엄숙했고 치열했던 시간이었다. 체중을 늘렸다가 줄이기도 했고, 머리카락을 덥수룩하게 길렀다가 삭발에 가깝게 자르기도 했다. 시간 순서대로 촬영이 이뤄지지 않아 감정선을 맞춰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와 함께 소속된 그룹인 제국의아이들 활동도 병행해야 했다.

“촬영하다 눈가에 멍이 들었어요.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섰죠. 머리가 너무 길어 감당이 안되기도 했어요. 그보다도 감정을 속이는 게 힘들었어요. 극 중 진우의 정서가 상당히 어두웠기 때문에 평소에도 그런 감정에 지배됐는데, 무대 위에서는 그런 티를 내면 안되잖아요.”

극 중 그가 맡은 진우는 순박한 인물이다. 국밥집을 하는 어머니를 돕는 효자이며, 야학에 나가거나 독서모임을 즐기는 착실한 대학생이다.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몰리며 불법 감금된다. 그 동안 구타와 각종 고문을 당한다. 양우석이 감독은 임시완을 캐스팅하며 “대역을 쓸 수 없는데 잘 할 수 있겠느냐”며 가장 우려했던 신이다.

“고문 신은 물론 물리적으로 힘들었죠. 물고문은 어떤 느낌일까 해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머리를 박아보기도 했어요.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오히려 절 고문하는 차동영 역의 곽도원 선배가 고통스러워 했죠.”

그는 오히려 고문 신에 쏠리는 관심이 자못 의아한 듯 했다. 그가 정작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접견실 장면이다. 진우는 재판을 앞두고 두 달 만에 어머니 순애와 접견실에서 마주한다. 해맑던 진우가 고문으로 얼마나 철저히 망가졌는지 말해주는 신이다. 하루 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홀로 상황에 집중했단다. 

“송강호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어요. 혼도 많이 나고. (웃음) ‘변호인’의 제 연기는 선배님의 지도가 있어 가능했어요. 제 능력 이상을 한 거죠. 아마 다시 그렇게 해보라고 하면 못할 거 같아요. 동시에 제가 깰 벽이 됐어요.”

임시완은 2010년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놨다. 데뷔가 끝인 줄 알았지만 또 다른 시작이었다. 내던져진 사회는 또 하나의 정글이었다. 쟁쟁한 선후배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며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다. 우연히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ㆍ이하 해품달)로 연기를 시작했고, “이 치열한 연예계 바닥에서 할 수 있는 게 생겼다”. 

“그때 연기가 적성이구나 했어요.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할까요. 아직까지 가수로 무대에 오르면 카메라가 조금 부담스러워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카메라 공포증이라고 할 만큼 떨리는데, 연기를 할할 때 참 편해요. 신기하죠?”

‘해품달’을 기점으로 임시완은 재발견됐다. 이후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 MBC 시트콤 ‘스탠바이’, 프로젝트 영화 ‘미생 프리퀄’, KBS 2TV 단막극 ‘연애를 기대해’ 등을 거치며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연기돌’로 성장했다. 

앳된 동안인 덕에 아역 혹은 고등학생 역을 주로 맡았지만, ‘변호인’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어떻게 옥석 같은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짐짓 “시나리오 선택에 크게 개입하지 않다”고 말했다. 좋은 시나리오에 대한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변호인’은 제가 어필을 많이 했어요. 느낌적인 이유인데요, 캐릭터에 애착이 갔어요.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고, 부산 사투리를 쓰고, 같은 부산 공대생이니까 동질감이 들었죠. 선배들의 이야기란 느낌이었어요.”

‘변호인’은 그가 부린 최초의 ‘욕심’이었고, 첫 영화의 성적은 대단했다. “아직 관객수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다”는 그는 “앞으로 영화를 몇 편 더 해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언젠가부터 새해 목표가 없어졌어요. 제가 가진 것에 비해 많이 얻은 것 같아서요. 꾸준히 노력할 것이고 진우의 벽을 넘어야겠죠.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과유불급인 것 같아요.”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B2LSw6DMAwFT2OWyCSQkkUWLZ9Vdz1BFLsCVQQaaCtuX4NlyfPGeu8Pp91B14DtoC4PqG9gm9NYMdm2L+wi/9bsxbsLymPFVpeVL5E0Un1hozxVZJl9oGxI/HTDti2gr6B62aObR//llId5EjH5McpJ7CmPQwTdTzMx6Pb+aEGZaSThlYPwOlIhoUAjYT4fBaKwPxmPsWi0+QPcY293yA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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