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연기돌이라는 수식어를 잊어도 될 것 같다. 적어도 '변호인'의 임시완이라면 연기돌 대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14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의 흥행에 가장 큰 공은 단연 주연배우 송강호의 호연이지만 영화의 구석구석의 채운 조연 배우들의 연기에도 빈틈이 없었다. 용공조작사건에 휘말려 고문을 당하는 진우 역의 임시완도 제 몫을 다했다.

솔직한 말로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하던 시절 임시완은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는 멤버는 아니었다. 한가인 닮은꼴로 동준이 먼저 예능에서 얼굴을 알렸고, 능청스러운 입담을 가진 황광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몸집 작고 나서는 성격이 아닌 임시완은 잘생긴 외모와 부산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아이돌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이다.

임시완의 포텐셜은 브라운관에서 터졌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꽃도령 허염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임시완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해를 품은 달'에서 이름을 알렸다면, KBS 2TV '적도의 남자'는 배우로서 가능성을 내비친 작품. 가난 속에서 제 살 길을 찾아야만 했던 비운의 인물 이장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배우 임시완의 진가를 발휘했다.

아무리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한들 '변호인'은 스크린 데뷔작으로는 무거운 영화였다. 실존 인물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등 쟁쟁한 배우들 틈에 연기해야 했고, 고문 신 등 신체적으로 부담이 있는 장면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그럴만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캐스팅한다는 것에 대해서 제작진의 고민도 물론 있었다. 촬영을 마친 후 양우석 감독은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비로소 느꼈다. 양우석 감독은 임시완과 함께 진우를 만들어갔던 과정에서 엿보인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 단계씩 오디션을 보고 '변호인'에 합류한 임시완은 온전히 그 무게를 견뎠다. 장소 문제로 일주일 만에 촬영해야 했던 고문을 받는 신도 대역 없이 촬영했다.

사실 이보다 더 어려운 장면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진우를 표현해야한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임시완은 김영애, 송강호와 첫 면회를 하는 장면에서 하루 종일 식사도 거르고 감정에 집중했다. 초점을 잃은 눈과 앵무새처럼 자백 내용을 줄줄 늘어놓는 진우의 모습은 김영애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김영애는 임시완의 진지한 태도와 노력을 여러 차례 극찬하기도 했다.

마른 몸과 어딘지 짠한 마스크도 진우 역에 적합했다. 역할을 위해 일부러 감량을 한 것도 있고, 감정 연기 때문에 밥이 넘어가지 않아 살이 더 빠지기도 했다. 수감된 진우의 피폐한 상태에는 여타 아이돌들의 잘 다듬어진 근육질 몸매보다는 비쩍 마른 몸이 알맞았다. '적도의 남자' 출연 당시에도 어딘지 사연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던 얼굴과 눈빛도 한 몫 했다.

아직 완벽히 여물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임시완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 송강호는 아직까지도 임시완의 연기를 칭찬해 주지 않았다. 김영애도 연기력으로 칭찬을 받으려면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호연'이라고 감히 장담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분명 '열연'이라 할 만한 열정은 분명히 보였다. '배우' 임시완의 내일이 점점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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