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구도와는 달랐다.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연출 이재훈)은 단거리 국가대표 기선겸(임시완 분)과 영화번역가 오미주(신세경 분), 에이전시 대표 서단아(최수영 분)와 미대생 이영화(강태오 분) 각각 두 사람이 전체적인 로맨스 틀을 구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그리는 사각 구도가 조금은 낯설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익숙히 그려지는 다각 관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통 로맨스에서는 메인 인물 서사를 중심으로, 그들을 짝사랑하거나 방해하는 서브 인물들이 등장하는 구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런 온’은 러브라인 밖 인물끼리도 흥미로운 관계성을 그려나갔다.
먼저 메인 커플인 기선겸과 오미주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끼는 상태였다. 특히 오미주는 기선겸에게 나름대로 표현하며 제 감정에 솔직했다. 기선겸 역시 사회성이 다소 떨어져 서툴지만 다정하게 다가가고 있었다. 속도는 다르더라도 마음의 방향은 같다는 의미였다.
서브 커플에도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됐다. 그림이라는 연결점을 가진 서단아와 이영화 또한 한층 가까워지며 서사에 진전을 보였다. 1월 6일 방송에서 이영화는 서단아를 보고 반한 눈빛으로 설레는 기류를 만들었다. “선 넘지 말라”는 말에 “선 넘으니까 대표님이 달려왔다”라고 당돌하게 말해 서단아를 당황시켰다.
한편 러브라인 밖인 오미주와 서단아도 만만치 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기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을 두고 대립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두 사람은 그것과 달랐다. 딱히 그럴 연유도 없는데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렸다. 물론 상성이 다른 듯한 성격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든 터.
서단아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적대감 보이는 오미주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런 서단아가 괜히 쿡쿡 건드릴수록 오미주는 더욱 날을 세웠다. 그러나 진지하고 무거운 대립 구도가 아니라 그저 개와 고양이와 같은 모양새였다. 맞붙을 때마다 탁구공처럼 오가는 티키타카가 시청자에게는 본 적 없는 신선함을 전했다.
기선겸과 이영화는 마치 연맹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었다. 능청스러운 이영화와 맹한 기선겸이 만나 기이한 조합을 이뤘다. 필요할 때마다 ‘형’이라는 호칭을 서슴지 않는 이영화는 맥주에 빨대를 꽂으며 “형한테 빨대 꽂은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기선겸 또한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서단아 대표와 보게 하려는 영화 티켓을 이영화에게 건넸다. 게다가 자신이 기꺼이 ‘핑계’가 되어주겠다고 고백과 같은 말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오미주와 이영화는 라이터 추격전에서 화구통으로 인해 마주친 바 있었다. 이로써 작품 속 네 사람 모두가 상호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게 단순한 라이벌이나 방해 요소가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것. 인간 대 인간으로서 엮였다는 점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인물 설정이었다. 이런 케미스트리에 시청자들도 “누구와 붙어 있어도 재밌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오미주와 기선겸은 각자에게 소중한 사람인 김우식 선수(이정하 분), 박매이(이봉련 분), 방감독(서정연 분)과의 친분도 의도치 않게 공유했다. 마치 자신의 인연을 서로에게 퍼뜨리는 듯한 모습이었던 것. 이처럼 ‘런 온’은 인물끼리 맺는 인연을 소중히 다뤘다. 더욱 인간적이며 짜임새 있는 느낌을 자아냈다
원문출처 :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101070750194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