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 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아야 향후 목표나 꿈을 가질 것 같습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칸 진출 소식이 달군 영화계 안팎의 뜨거운 분위기에 들뜰 법도 하지만, 임시완은 늘 생각하던 대로 꾸준히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성실함과 여유로움이 함께 묻어나는 반응을 들은 순간, 배우 임시완에 대한 기대감이 칸 진출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커졌다.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 초청됐습니다칸에 모인 전 세계 영화인 앞에서 출연작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떨리지 않나요?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거라면 무척 떨렸겠지만, 이미 연기한 작품을 보여드리는 자리여서 떨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은 있습니다. 외국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고 해석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여섯 편의 영화 출연작 중에서 칸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배우 임시완에게 칸 진출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칸국제영화제 초청은 정말 뜻밖의 선물입니다. 정확하게 ‘칸에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알아야 향후 목표나 꿈을 가질 텐데 ‘칸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을 한 것’ 그 이상의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칸을 계기로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는 건 어려운 것 같고, 지금으로서는 이대로 연기를 꾸준히 계속해가고 싶습니다. 현재 목표는 저도 몰랐던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나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임시완다운 침착하고 담담한 진출 소감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목표대로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은 본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새로운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현수(임시완)가 재호(설경구)와 마지막으로 마주 본 영화의 엔딩이 떠오릅니다.  현수가 재호의 입을 막는 선택을 할 때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작품이라는 예감이 들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찍지 않는다고 해도 꼭 보고 싶어지고, 보게 될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촬영한 후 역시나 제가 연기했지만 앞으로 여러 번 보게 될 것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술친구처럼 언제든 꺼내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느꼈습니다.

 

술친구 같은 영화라면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을 것 같은데요?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과연 이 영화를 해도 될까?’ 싶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기는 한데 현수라는 캐릭터를 표현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겁없이 능청스럽기만 하던 현수가 의심과 배신이 오가는 폭력 조직 안에서 상처 받지만 고통을 버텨내고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수는 실제 저의 정서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현수는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현수에게 어두운 면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걱정 때문에 현수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좀 더 연기 경력이 쌓인 후에 제게 이 시나리오가 왔다면 거리낌 없이 출연을 결정했을 겁니다.

 

어렵게만 느꼈던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결심한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변성현 감독의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재기발랄 현수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스펙터클한 사건을 겪으면서 현수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자는 얘기를 듣고 캐릭터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 <원라인>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더 어두운 범죄 누아르입니다. 출연작 중에서 가장 거친 액션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촬영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액션 장면을 촬영하는 날 아침마다 ‘할 수 있다’라고 마음을 가다듬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조금이라도 제 확신이 없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한 순간에 다치기 때문입니다. 다치는 걸 극히 조심했던 이유는 <오빠생각>(2016) 촬영 당시에 부상을 입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손을 다친 채로 액션 연기를 하면서 상대배우와 제작진 모두에게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절대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불한당>은 처음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출연작이기도 합니다. 촬영하면서 이 장면은 진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을 꼽아보자면요?

최 선장(최병모)의 손등을 송곳으로 내리 찍는 장면이 무척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수의 표정이 너무나 태연하잖아요. 작정하고 과녁을 맞추듯이 손등을 찌르고 관찰하면서 ‘음, 계획대로 잘 찍혔네’ 하고 무덤덤한 표정이 유난히 저에게 강렬했습니다.

 

재호가 현수의 정체를 의심하는 것처럼 고병철 회장(이경영)과 심지어 경찰인 천 팀장(전혜진)까지 동료들과 서로 의심합니다. 현수를 연기하면서 믿음이나 신뢰감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못 믿는 구조가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도의적으로, 윤리적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산다면 굳이 남을 의심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등장인물들이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언론과 관객에게 호평받는 것은 물론이고 칸을 반하게 했을 정도로 특별한 <불한당>의 매력 포인트를 생각해보았나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불한당>은 재미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이면에 있는 메시지나 주제를 찾기 전부터 스타일리시한 분위기와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일상생활에서 치열하게 사느라 지친 관객들이 오락영화로서 두 시간을 재미있게 즐기신다면 절대 아깝지 않은 시간이라고 자신합니다.

 

영화가 리드미컬한 액션 장르이기도 하지만 전작 <원라인>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보면 스스로 액션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느껴지셨나요? (웃음) 정말 신나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즐거웠던 촬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감독님이 판을 깔아주고 ‘여기에서 알아서 놀아라’ 하는 방식으로 연기 디렉션을 준덕분입니다.

 

변성현 감독과 어떤 방식으로 호흡을 맞추었나요?

처음부터 어려운 영화라는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했기 때문에 제가 느낀 무게감을 감독님이 해소해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 걱정 때문에 준비 기간 초반에는 새벽녘에도 통화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촬영을 몇 번 한 후부터 감독님과 대화를 안 하게 됐습니다. 감독님이 어떤 걸 원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굳이 소통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서로 너무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출연작 중에 감독님과 가장 소통을 덜한 작품이기도 하네요.

 

현수는 자신을 폭력 조직으로 들여오고 심리적으로도 버팀목이 되어준 재호와 늘 함께합니다. 연기 경력으로 대선배인 설경구와 늘 붙어있는 촬영장이었겠습니다.

설경구 선배님께서 현장에서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평소에 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얼마 전에야 나이차가 스무 살이 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웃음)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퉁명스러운 듯 잘 챙겨주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극 중에서도 현수가 막내이지만 현장에서도 이경영, 김희원, 허준호 등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막내 배우였습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피가 되고 살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작품마다 선배님 덕을 크게 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하지 않을 때는 선배님들과 술자리도 자주 갖고 즐겁게 지냈습니다.

 

2012년 1월에 방영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MBC)로 데뷔해 벌써 6년차 배우입니다. 지금은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연기란 할수록 힘들고 잘 풀릴 때는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인고의 열매 같았습니다. 촬영 전날까지 연기를 백퍼센트 완벽하게 준비해서 촬영장에 갔고, 준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지시를 받으면 당황했습니다. 그 과정이 즐겁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대로는 오래 연기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연기하는 스타일을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기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줄 수 있나요? 

오히려 조금 더 무책임해져 보자, 변수들을 즐기자는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원라인> 촬영할 때부터 연기 준비는 밑그림 그리는 정도로만 했습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부딪히다보니 연기에 흥미가 부쩍 생겼습니다. 전에는 백 퍼센트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하고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필모그래피가 있으니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명확해졌을 것 같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좋은 작품에 대한 기준점을 정해보고 싶었지만, 현재는 딱히 없습니다. 어떤 게 좋은 작품인지 확정 짓지를 못 하겠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규정지으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작품이든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잔상이 남는 작품을 보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 임시완의 인생에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어떤 의미로 남을 작품인가요?

제가 연기한 영화는 잘 안 보게 되는데 <불한당>만큼은 계속 꺼내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제까지 연기한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영화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제일 재밌고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아깝지 않은 두 시간이 될 영화라는 자신감이 듭니다.




원문출처 : http://news.maxmovie.com/3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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