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임시완을 따라다녔던 수식어, ‘장그래’. 이제 그 수식어는 그에게서 완전히 달아났다. ‘미생’에서 ‘불한당’으로 혁신에 가까울 정도로 변한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강력한 방점을 찍었다. 스크린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그의 안에 감춰져있던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펴내며 ‘인생작’을 끊임없이 갱신 중이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분)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로,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안으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극중 임시완은 더 잃을 것이 없어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 역으로 분해 열연했다.

 

임시완은 여느 때보다 진한 남자 향을 풍기며 액션배우로까지의 저변을 넓혔다. 통통 튀는 까불까불한 모습부터 처절하게 모든 것을 토해내는 오열, 스포츠카 위에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키스신, 그리고 상처로 얼룩진 눈빛까지. 한 편의 작품에서 드넓은 진폭으로 펼쳐낸 연기는 보는 이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흔들어댔다.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얼굴을 보인 그에게도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는 존재했다.

 

“단순히 느와르라서 걱정하기보다는 이 작품을 하기에 내가 어리지 않나 하는 정서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너무 하고 싶었는데 몇 년 뒤에 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그랬으면 선택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럼에도 마음이 놓였던 건 감독님과의 대화 덕분이었어요. 저는 처음에 현수라는 캐릭터의 정서를 되게 높게 설정했어요. 절정을 치닫는 순간에 어둡고 무겁기 때문이 그 정서를 지키기 위해서 처음부터 무게감을 가져가야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걸 뒤틀어서 시작은 오히려 가볍게 가고 끝으로 치닫을 때 현수의 성장담으로 보여주자고 하셔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게 됐어요.”

 

‘불한당’에서 임시완은 보다 더 발전했다. ‘원라인’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이 ‘불한당’으로 건너와서는 해방감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가 기존 이미지로 지니고 있던 바른 얼굴은 싹 지운 채 카메라 앞에 서서 자유자재로 가벼이 날아다녔다. 이는 신선함과 스타일리시함을 굳건히 약속했던 ‘불한당’의 지휘자, 변성현 감독을 향한 신뢰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초반에 감독님께 연락을 많이 드렸어요. 제가 생각했던 현수와 감독님이 생각했던 현수의 갭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줄이기 위해서요. 그리고 초반에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의상 때문에요.(웃음) 일상적으로 생각해왔던 감독님의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놀랐던 게 있었어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그래서 감독님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도 내 중심이 안 잡혀있는데 그 감독님이 그런 나를 이끌어주실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확신을 가지려고 연락을 많이 드렸어요. 되려 뒤집힌 게 있다면 이제껏 감독님과 소통을 가장 덜 했던 작품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감독님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대화를 할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특히, 임시완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여유까지 내비쳤다.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일 것 같다”고 말한 그의 말에는 ‘불한당’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원래는 제 작품을 여러 번 잘 못 봐요. 작품을 작품으로 못 보고 연기적으로 많이 보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유일하게 계속 보게 될 것 같아요. 혼자 술 마시면서 꺼내보게 될 영화랄까요. 평소에 영화를 볼 때, 선정하는 기준이 스토리가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를 안 보려고 애니메이션이나 SF를 위주로 봐요. ‘불한당’은 어른들이 보는 만화를 실사판으로 옮겨놓은 영화 같아요. 스타일리시한 부분도 기술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젊고 세련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칸 초청에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무엇보다 현수의 드라마가 짙어진 건, 그의 곁에서 맹수처럼 지키고 있는 재호 덕분이다. 의리와 사랑, 그 중간을 오가는 두 남자의 진한 감정이, 붉은 혈만 오가는 느와르 장르의 탈피를 돕는다. 실제로 변성현 감독은 앞서 진행됐던 제작보고회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멜로를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말해 임시완을 당황케 한 적이 있다.

 

“저는 사랑이 전혀 아니었어요. 저는 그저 끈끈한 의리로만 생각했죠. 내 민낯까지 다 보여준 형에 대한 믿음이 현수의 원동력이었을 뿐이죠. ‘로미오와 줄리엣’ 소리 듣고 많이 놀랐어요. (웃음) 그런 의도이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사람이 사람한테 끌리는 이유가 물리적인 상황에 의해서도 있지만 그저 정말 감성적으로 이유 없이 끌릴 때도 있잖아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냥 좋아하게 돼요. 이후에 이유를 생각해서 나오면 그 때 논리를 붙이게 되고요. 그래서 재호 캐릭터에게도 감성적으로 다가가자고 생각했어요.”

 

아이돌로 시작해서 배우의 발걸음으로 칸의 입성까지, 꾸준히 다채로운 자신을 끄집어낸 임시완의 행보는 기어코 새 역사를 세웠다. 하지만 군입대를 앞둔 임시완이 칸의 레드카펫을 밟기 위해서는 병무청의 출국 허가,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스케줄, 이 두 가지의 조건이 맞닥뜨려져야했다. 다행히 모두가 임시완의 칸 영화제 행을 도왔고 그는 자랑스레 뤼미에르 극장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좋은 경험이긴 한데 얼떨떨한 게 있어요. 칸에 초청 받은 영화를 한 것이 나에게 있어서 앞으로 어떤 미래를 제시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기가 찬 것 같아요. 이게 내 역량에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여러 가지로 기념비적인 작품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초장에 운을 다 써버리면 더 쓸 운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요. 그렇다고 해서 걱정스러운 것은 아니에요. 제 역량에 비해 많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는 것 같아요. 칸에 가면요? 설경구 선배님 쫓아다닐 거예요. 노하우가 있으시잖아요. 잠을 포기하겠다고 하시면 저도 기꺼이 포기할게요. 체력 보충을 하고 있겠습니다.(웃음)”




원문출처 : http://www.fnnews.com/news/20170523155435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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