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진폭이 커졌다. 선량하고 반듯한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배우 임시완(28)은 거칠고 뒤틀린 인물로 변화를 꾀했다. 탈피의 시작점은 영화 ‘원라인’이었다. 잘생긴 얼굴을 무기 삼아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민 차장은 임시완에게 적당한 변화를 주되, 크게 충격을 가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불한당’ 속, 현수는 달랐다. 반칙을 서슴지 않고 빈정거리며 욕설을 서슴지 않는 그는 이른바 “혁신적 또라이”였다. 

5월 17일 개봉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이하 ‘불한당’)는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분)와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다.

임시완에게 ‘불한당’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변화의 기회였다. 말갛고 고운 얼굴로 누아르의 세계에 뛰어든 것도 놀랍지만 독특한 리듬을 가진 현수 캐릭터로 하여금 기존 이미지를 박살 낼 수 있는 찬스를 얻게 된 것이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적잖은 충격을 안긴다. 허나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시청자의 눈에 들었던 그때처럼.

 

“항상 영화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요.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충분히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될 것 같아요.”

평소 누아르 장르를 즐기는 임시완이지만 배우로서의 입장은 달랐다. “지금 당장 누아르 장르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 작품이 몇 년 뒤에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거리낌 없이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일종의 편견이었을까? 임시완은 스스로도 누아르를 찍을 나이가 아니라 생각했다. 이는 캐릭터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막연히 현수 나이가 많을 것”이라 속단하게 된다. 캐릭터와 연기 톤도 무겁게 잡았고 조금 더 진중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임시완의 편견을 완전히 뒤틀고 싶어 했다. 

“감독님은 현수가 재기발랄하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극 중 현수의 나이도 어리게 설정했죠. ‘가볍게 시작하면서 무겁게 끝을 맺자.’ 현수의 성장 과정을 그려보자고 제안하셔서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시완이 영화 ‘불한당’ 출연을 앞두고 망설인 이유가 또 있었다. 언더커버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었다. 이미 많은 영화가 언더커버를 소재로 이야기를 쏟아냈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게 걱정이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임시완의 걱정을 아무렇지 않게 깨버렸다.

“감독님께 그랬어요. ‘제가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미 많은 영화가 한 이야기 아닐까요?’라고. 하지만 분명한 건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다는 거였어요. 재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셨고 또 제게 ‘스타일적인 면에서 분명 다를 것’이라 자신하셨어요. 믿음이 갔죠.” 

변성현 감독의 말처럼 영화 ‘불한당’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이다. 만화적 구성이나 카메라 앵글,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로 더욱 신선하고 스타일리쉬한 매력을 끌어냈다.

“사실 영화에 대해 잘 몰라요. 카메라 기법이나 앵글, 구성 같은 게 특별한 건지 최근에야 알게 됐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색다른 시도였구나’, ‘감독님이 대단한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돼요.”

 

임시완에게 변성현 감독은 친구 같은 감독님이었다. 농담처럼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는 그는, 처음 변 감독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리 미덥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워낙 특별한 스타일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처음 만났을 땐 옷이며, 스타일이 기성 감독님과 너무 달라서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저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감독님도 확신이 안 서니까…. 하하하. 자주 전화 드리고 의견을 나누면서 서서히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나중에는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누지 않았어요. ‘이렇게 하면 감독님이 좋아할 거야’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죠. 이제까지 제가 찍은 영화 중에 제일 걱정 없이 찍은 작품인 것 같아요.” 

변성현 감독은 언어마저도 특별했다. 앞서 ‘나의 PS파트너’를 함께한 지성에게는 “반듯한 모습을 잔뜩 구겨주고 싶다”고 말했고, 반대로 설경구에게는 “구겨진 걸 펴주고 싶다”며 이미지적인 변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임시완에게도 특별한 디렉션이나 이미지를 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아뇨. 그러고 보니 섭섭하네요! 저도 그런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하하하. 그런 재밌는 이야길 못 들은 것 같아요. 저는 현수를 무겁게만 생각했었어요. 글에 속은 것일 수도 있는데 마지막 극적인 상황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은 다채로운 모습을 필요로 하신 것 같고요.” 

연기적 변화에 관해서는 “매우 편안했다”고 털어놨다. “‘원라인’처럼 내려놓고, 열어두고 가는 점이 있었다”며 이전보다 더욱 가벼운 몸짓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변 감독님은 성향상 테이크를 많이 안 가요. 그러다 보니까 불필요하게 체력을 쏟는 일이 없었죠. 기력이 많이 남고 연기적으로 고민할 시간도 충분해서 제가 먼저 ‘한 번 더 갈까요?’ 제안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어요. 거기에 설경구 선배도 함께 있으니 의지할 곳도 분명 있었죠. 걱정과 스트레스가 없는 작품이었어요.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고 그 부분에 있어서 대중들의 평가도 기대가 돼요.”

 

‘불한당’ 속 재호와 현수의 감정은 멜로에 가깝다. 변 감독 역시 “멜로 영화라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고, 재호 역을 맡은 설경구 역시 “영화를 찍는 동안은 임시완을 사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저는 재호를 그냥 친한 형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설경구 선배나 감독님이 그렇게 의도하고 진하게 그렸다고 생각하니까 어리둥절하기도 했어요. 엘리베이터 신도 의도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그냥 그때 제 마음은 ‘날 왜 이렇게 의심하지? 난 당신에게 모든 걸 보여줬는데. 아! 열 받네!’였어요. 그런데 그걸 브로맨스적으로 풀어내려고 하셨다니. 놀라운 마음도 있었죠.” 

어쩌면 이는 변 감독이 의도한 바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정서와 재호의 감정은 멜로로 가되 현수의 감정은 어느 곳에도 매어두지 않으려 한 듯 보였으니까. 하지만 분명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극 안에 녹아들어야 했을 텐데. 그 과정은 어땠을까?

“술이죠. 하하하. 감독님이 먼저 설경구 선배에게 말을 놓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시켰어요. 설경구 선배님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고요.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확 가까워졌죠.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봐야죠. 공통의 관심사가 술인데 그 자체로도 유대감이 쌓이는 것 같아요.”

영화 ‘불한당’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임시완은 데뷔 후 처음을 칸 국제영화제에 방문하게 됐다. 

“칸 국제영화제가 앞으로 제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어요. 실은 저도 기대가 돼요. ‘해품달’을 시작으로 ‘미생’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고, 첫 영화인 ‘변호사’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어요. 사실 그땐 시청률 40%라는 기록이 어떤 수치인지, 천만 관객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어요. 칸도 마찬가지예요. 마냥 좋긴 한데 이게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미지수에요.그래서 더 설레요.”


원문출처 : http://www.ajunews.com/view/201705161741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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