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38).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공모전 상금 노리고 쓴 '나의 PS파트너'가 덜컥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행운이었다. 그 행운이 발목을 잡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연출 제안만 쏟아졌다. 다른 장르 영화를 하려 해도 '나의 PS파트너' 감독이기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개봉하는 '불한당'은 그래서 어려웠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주위에서 만류했다. 제작도, 투자도, 캐스팅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렇게 고생 끝에 만들어진 '불한당'은 덜컥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행운이다. 변성현 감독에겐 행운이 느닷없이 찾아오지만, 그 행운은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 '불한당'으로 찾아온 행운은 그에게 어떤 결과를 안길지, 벌써부터 올해의 한국 느와르로 꼽히는 '불한당'에 대해 조목조목 물었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나의 PS파트너'(2012년) 이후 '불한당'을 내놓을 때까지 쉽지 않았는데.

▶공모전용으로 상금 노리고 '나의 PS파트너'를 썼다. 당시 저예산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의 PS파트너' 연출 제안을 받았다. 주위에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며 권유들을 했다.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로 데뷔했더니 다른 색깔 영화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진짜 오래 기다렸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코미디들을 많이 제안 받았다. 그러다보니 '불한당'을 써보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불한당'은 언더커버로 교도소에 잠입한 형사가 그곳에서 마약조직 2인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이런 장르는 레퍼런스가 제법 많은데.

▶언더커버 이야기는 '신세계'를 보고 용기를 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되는구나란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데 주위에서 '신세계' 짝퉁이란 소리를 듣는다며 반대를 많이 했다. 그래도 그냥 썼다. 그리고 '나의 PS파트너'를 같이 한 프로듀서와 같이 투자자를 설득하려 다녔다. 쉽지는 않았다. "이런 걸 할 줄 아는 감독이야?"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불한당'은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다. 그런데 촬영은 '4등'을 한 조형래 촬영감독이고, 미술은 사극을 주로 한아름 미술감독이다. 그렇다는 건,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 콘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다는 뜻일텐데. 

▶'불한당'은 너무 익숙한 장르고 이야기다. 그래서 두가지를 강조했다. 일단은 스타일이 생명이다. 그리고 이런 언더커버 장르에서 잠입한 형사가 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지 않나. 자신이 형사인지 범죄자인지. '불한당'에선 그걸 다 빼고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프리 프로덕션 3개월 동안 내내 콘티 작업을 했다. 촬영감독과 콘티를 만들고 미술팀도 중간중간 참여했다. 내가 촬영과 미술을 전혀 모르니 "이게 가능해요?"라고 물으면 동아리에서 토론하듯 난상토론을 벌였다. 조형래 촬영감독님은 '4등'에서 봤듯이 클래식한 촬영을 하는 분이다. 그래서 내가 너무 나가면 잡아줬다. 막상 촬영장에선 촬영감독님이 더 아이디어를 내곤 했다.  

 

-카메라 구도가 만화 칸 구도 같은 게 제법 많다. 설경구가 교도소장과 만나는 장면 등등은 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구도인데. 

▶원래 만화를 좋아한다. '불한당'을 만화책 보듯이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리두기를 하다보니 '불한당'에는 마스터샷이 별로 없다. 그래서 빨리 찍기도 했다. 리액션샷이 별로 없으니깐. 한편으로는 그렇게 찍어야지 100% 내 의도대로 편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촬영소스가 없으니 편집에서 덧 붙일 게 없을테니깐. '나의 PS파트너' 때는 아무래도 내 의도와 달리 편집에 덧붙여 지기도 했고. 그런데 그렇게 해도 편집에서 다른 버전이 나오기도 하더라.  

클로즈업도 가급적 아꼈다. 표정을 보고 싶은데 안 보여주고 상상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너무 배우가 '나 지금 슬퍼요, 나 지금 기뻐요'라고 다 보여주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인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더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설경구 선배의 연기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저건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이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더 넣으니깐 나중에는 원래 계산대로 할 껄이란 생각이 들더라.  

 

-만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더러 있다. 위조 공문을 만드는 수산업자를 덮치는 장면이랄지. 

▶'슬램덩크'나 '크로우즈' 같은 만화들을 좋아한다. 무술감독님에게 수산업자 덮치는 장면은 아예 '비밥 블루스' 한 장면을 들고 가서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주인공들이 오사카에서 상대 고교랑 맞붙는 장면을 들고 갔다. 허명행 무술감독님은 '아수라'를 했던 분이라 '불한당'에도 '신세계' 엘리베이터 장면 같은 그런 액션을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떠 있는 게 아니냐고 하길래 "그 액션 시퀀스는 설경구와 임시완이 마치 클럽에 놀러간 것 같은 분위기"로 해달라고 했다. 설경구가 "자기야 나 왔다"라고 하면서 한방에 적을 날리는 장면은 '비밥 블루스'에서 한 방에 상대를 압도적으로 날리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오프닝과 바다, 그리고 엔딩 등에서 아나모픽 렌즈를 썼는데.

▶렌즈는 전혀 모른다. 조형래 감독님이 이런 장면은 아나모픽 렌즈를 쓰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썼는데 너무 좋더라. 그런데 임대하기가 너무 비싸서 3회차만 쓸 수 있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그렇게 했다.  

 

-먼저 캐스팅된 임시완도 일순위가 아니었고, 설경구도 쉽지 않았는데.

▶설경구 선배를 설득할 때는 콘티가 없었다. 말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되도 않는 자신감을 계속 어필했다. 처음 만나서 술을 먹는데 "왜 하려고 하냐"고 하더라. 그래서 스타일이 다를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설 선배가 "그럼 스타일을 어떻게 믿냐"고 하더라. 술도 많이 먹었겠다, 지고 싶지 않아서 "선배님도 최근 영화들 연기도 별로 였다"고 했다. 나중에 같이 갔던 PD가 실수했다고 하더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설 선배가 "합시다"라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설경구와는 어땠나. 투덜투덜 되면서도 늘 감독의 요구대로 하는 배우인데.

▶현장에서 계속 아옹다옹 했다. 전라도 조폭으로 나오는 허준호 선배가 "그만 좀 싸우라"고 할 정도였다. 처음에 전체 리딩을 하는데 불안하더라. 설경구 선배는 원래 리딩할 때는 설렁설렁한다. 임시완과는 별도로 많이 리딩을 했기에 설경구 선배가 어떻게 연기할지를 모르니 불안했다. 그래서 일대일 리딩을 합시다라고 졸랐다. 계속 그랬더니 "그만 좀 하라"며 "난 한 번도 일대일 리딩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마음에 걸렸는지 밤에 문자로 "일대일 리딩 합시다"라고 왔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안 했다. 술이나 먹으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라. 걱정이 많았다. 현장에서야 어떻게 연기를 할지 보게 되니깐. 처음 테이크에서 교도소에서 껄껄 웃는 장면을 찍었다. 너무 좋았다. 그걸로 가자고 했다. 서커스 보듯 연기를 봤다. 감정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뒤에서 그냥 트로트를 부르고 있다. 속으로 "왜 이렇게 성의가 없지"라고 했다. 그런데 괴물 같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확 변한다. 대기실에서 콘티를 보고 있다가 내가 들어가면 확 덮는다. 그러면서 "그냥 한 번 봤어"이라고 말한다. 아닌 것처럼 하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 한다. 한편으로는 좋은 배우를 떠나서 좋은 어른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임시완과 둘의 감정 연기를 잡아야 하는데 늘 임시완 먼저 갔다. 둘 다 처음 테이크가 좋은 배우들인데 아무래도 임시완을 먼저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경구 선배가 더 베테랑이니 나중에 리액션을 찍어도 끌어올릴 수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양해를 구했는데 "그래"라고 선선히 이야기했다. 임시완이 교도소에서 경찰이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임시완 테이크부터 갔는데 목소리만 들리는 설경구 선배 연기가 너무 좋더라. 빨리 설경구 연기를 담고 싶을 정도였다. 처음껄로 해달라고 계속 주문을 하니 "나중에는 그럼 내일 찍든가, 나 먼저 찍든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임시완을 먼저 찍도록 했다. 마지막 임시완과 둘이 함께 하는 장면도 "시완이 먼저 찍어"라고 했다. 배우는 당연히 자기 연기가 가장 우선일 수 밖에 없는데, 정말 존경스러웠다.  

 

-임시완은 어땠나. 결과적으로 상당히 잘 했지만 보통 이런 역할은 어느 정도 덩치가 있는 배우를 쓰기 마련인데.  

▶곱상한 외모여야 하는 건 처음부터 맞았다. 임시완이 되면서 내가 생각하는 액션을 많이 바꾸었다. 아무래도 임시완이 교도소에서 덩치 큰 배우를 한 방에 날리는 건 사람들이 믿기지 않아 할테니. 그래서 성룡처럼 주변 사물을 이용한 액션으로 바꿨다. 임시완은 정확하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임시완 역이 설경구 역에 반말을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임시완이 캐스팅되면서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나니 존댓말로 바꿨다. 임시완이 그걸 보더니 존댓말과 반말로 섞어 볼께요라고 하더라. 임시완은 처음에는 되게 무겁게 준비해왔다. 그래서 초반은 아예 애로 가다가 점점 성장하는 걸로 이야기를 나눴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선 임시완에게 별로 주문할 게 없었다. 너무 울면 지나치다고 누르는 정도였다.  

 

-임시완 캐릭터는 '크로우즈' 캐릭터들이 많이 연상되던데.

▶어떤 캐릭터를 따온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았다. 원래 임시완에게 '크로우즈'에서 주인공 보우야가 입는 옷을 입힐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부자들'을 보니 이병헌 선배가 그 옷을 입고 나오더라. 그러면서 그 옷이 이병헌 스그니처가 되면서 유행을 했다. 너무 아쉬웠다.  

 

-극중 임시완은 어두운 면티를 안에 입고 있다. 반면 설경구는 하얀색 옷을 입고. 그러다가 중반부터는 임시완이 자연스럽게 설경구와 같은 색 옷을 입는데.

▶의상팀의 공이다. 둘이 다른 빛깔이었다가 나중에 임시완이 설경구를 닮아가는 걸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불한당'은 설경구와 임시완의 멜로 영화라고 했는데. 

▶난 '첩혈쌍웅'을 멜로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허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자들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분위기를 담으려 했다. 그래서 설경구 선배에게는 임시완과 멜로영화라면서 사랑하는 눈빛으로 봐달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이게 느와르지, 무슨 멜로야" 이러면서도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받아들여줬다. 임시완에게는 자기 감정을 잘 모르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야기를 안했다.  

 

-엘리베이터 장면이랄지, 퀴어코드도 있는데.  

▶바닷가에서 둘이 있는 장면도 그런 의도가 있고, 엘리베이터 장면도 섹시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설경구가 임시완 몸을 살피는 걸 성적인 코드로 호흡도 거칠게 해달라고 했다. 원래는 설경구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사에 "저 양반, 남색도 하고 여색도 해"라는 게 있었다. 투자사에서 너무 그 부분을 강조하면 안될 것 같다고 해서 뺐다. 설경구가 임시완을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쩌면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마약조직 보스(이경영)의 조카인 김희원과 삼각 관계인 셈인 건가. 그래서 통상적인 조폭 영화에서 뒤통수를 치기 마련인 3인자 캐릭터와 김희원 캐릭터가 다른 것이고.

▶그렇다. 김희원 선배는 "그럼 자기는 동성애자라고 생각하고 연기할께"라고 했다. 그래서 희원 선배가 마지막에 "넌 눈에 뭔가 씌였다"고 애절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플래시백이 가장 잘 사용된 것 같은데.

▶원래 시나리오부터 그랬다. 설경구 선배가 처음에 "무슨 의도로 만들었냐"고 해서 "그냥 썼다"고 했다. 나중에 인터뷰할 때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해서 "믿음이 타이밍이 달라져서 그렇게 보이도록 했다"는 말을 막 만들었다.  

 

-경찰 팀장인 전혜진 캐릭터는 아주 좋았다. 통상 이런 영화에서 언터커버를 보내는 경찰 팀장은 남자가 맡기 마련인데. 마지막 퇴장은 아쉽기도 하고.

▶아쉬운게 있다면 다 내 탓이다. 일부러 여자를 그 캐릭터로 쓴 건 아니다. '신세계'에서 최민식 선배가 그런 역할을 했기에 원래 시나리오 초고에는 팀장 역할이 지금보다 적었다. 전혜진 선배에게 처음에는 '부당거래' 황정민처럼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첫 촬영을 하면서 큰일 났다라고 생각했다. 차갑고 날카롭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전혜진 선배가 힘들어했다. 어떤 때는 화를 폭발시켜 달라고 하면 "날카롭게 하라며"라고 하곤 했다. "안녕 얘들아"라고 하면서 손바닥을 치는 장면은 전혜진 선배 애드리브였다. 정말 좋았다. 그런데 자기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 때 그렇게 했는데 캐릭터와 안 맞는 것 같아 빼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전체를 합치면 캐릭터와 맞을 것이라고 했다. 

 

-엔딩에서 액션신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다보니 전혜진 퇴장도 아쉬운데.

▶제일 많이 싸운 콘티다. 난 설경구와 임시완의 대화로 시작해서 액션을 지나 대화로 끝나니 액션이 너무 강하면 대화의 감정이 줄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더 액션을 넣자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편집에서도 액션을 덜어냈다. 난 지금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 느껴진다면 내 탓이다. 사실 전혜진 선배한테는 정말 미안한 마음도 크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혜진 선배 분량도 많이 편집됐다. 아무래도 설경구의 시선으로 끝나다보니 전혜진 선배 분량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둘로 끝내고 싶었다. 삼파전 콘티도 있었지만 둘로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설경구 선배가 마지막 장면 찍을 때 "나 자살 하러 가는거냐"고 묻더라. 그래서 모호한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정확하게 주문해달라고 하더라. 고민해서 "임시완을 믿고 싶어서 가는 걸로 해달라"고 했더니 "오케이"라고 하고 바로 슛에 들어갔다. 

 

-설경구 눈이 최근 영화들에서 이렇게 섹시하게 나온 적이 있나 싶던데.

▶어두운 장면에서도 설경구 아이 라이트는 빛나게 했다. 

 

-설경구와 임시완, 둘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촬영 전에 임시완이 설경구에게 눌릴 것이란 말들이 많았다. 현장에선 임시완에 훨씬 더 집중했다. 그런 부분을 설경구 선배도 양해했고. 둘의 균형을 잡기는 그래서 어렵지 않았다.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고 다시 그걸 반대로 만드는 등 인상 깊은 컷들이 많은데. 그럼 누가 유다인가. 그 장면의 광원도 최후의 만찬과 흡사하던데.

▶특별히 의도했다기 보다 그냥 설경구가 교도소의 예수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게 멋있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도 유다 자리에 누구를 앉히냐는 말들이 나왔는데 그중에는 배신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냥 장면만 똑같이 했다. 광원 등은 다 촬영감독님 공이다. 

 

-교도소 세트는 미드를 연상시키는데. 

▶처음부터 미술감독님에게 미드 교도소처럼 해달라고 했다. 조지 클루니의 '표적'에서처럼 죄수들이 교도소에서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원했다. 미술감독님이 무척 좋아하셨다. 원래는 간수들이 2층에서 지켜보며 발부터 밑으로 내려오는 콘티도 생각했다. 돈이 없어서 못 했다. 사실 돈이 없어서 펜스도 겨우 했다. 실제 펜스를 하시는 분에게 제일 싼 가격으로 해서 딱 그 부분만 돌렸다. 나도 같이 세웠다. 현장에서 친구들 같은 분위기여서 내가 실수하면 스태프들이 막 야유하고 그랬다.  

 

-교도소에서 외출을 다녀온 임시완에게 설경구와 악당들이 다가가 함께 걷는 장면은 레퍼런스가 분명한데. 

▶영화 '예언자' 엔딩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전체 칼라톤은 어떻게 설정했나.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보면 뉴욕을 그리는 데 상징적인 색감이 있지 않나. 그렇게 되길 바랐다. 교도소는 브라운으로 가장 밝게 갔다. 둘의 관계가 시작되는 곳이니. 그러다가 점점 짙은 블랙으로 가도록 했다. 러시아 클럽은 다 레드로 가고. 

 

-액션이 크게 세 장면인데. 수산시장 덮치는 장면과 이경영을 죽이는 장면, 그리고 엔딩. 이경영 죽이는 장면은 설경구가 어둠 속에서 담뱃불 붙이는 장면을 위해 그렇게 했나.

▶수산시장 장면은 아까 이야기한대로 둘이 클럽에 같이 놀러간 것 같은 분위기를 바랐다. 거대한 덩치는 007의 죠스 캐릭터를 차용했다. 둘이 서로 힘을 합쳐 이기길 바랐다. 암전 장면은 처음부터 시나리오에서 설경구가 어둠 속에서 불을 붙이는 장면을 넣었다. 이경영 선배가 왜 나오는 영화마다 다 죽지 않나. 이번에는 깔끔하게 죽여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이경영이 오세안 무역 홈쇼핑 광고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이런 영화에서 경찰 브리핑 장면들은 다 똑같지 않나. 엄숙하게 프레젠테이션 하고. 그런 걸 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역 광고를 쓰면 재밌을 것 같았다. 이경영 선배가 임시완 전 회사 안무팀에서 연습을 했다. '나의 PS파트너'에서 같이 했던 이미소, 신소율, 김보미 등이 상품권 받고 도와줬다.  

 

-마약을 소금에 담아 바다에 숨기는 건 레퍼런스가 명확한데. 

▶마크 윌버그가 출연한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다. 설명을 더 할까 싶기도 했지만 대사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음악이 명징하던데. 울 때 울리고 올라갈 때 올라가고.

▶음악도 잘 몰라서 김홍집 음악감독님에게 밴드 베이스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피키 블라인더스'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 그 음악을 참고해달라고 했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는데. 

▶내가 제일 늦게 안 것 같다. 친구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 막걸리에 홍어를 먹는데 설경구 선배한테 연락이 왔다. 그래서 친구들이 양주를 쏘라고 해서 바로 옮겼다. 그 때 다 좋아한 것 같다. 다음날 설경구 선배가 집에 초대해서 술을 마셨는데 전날 먹은 술도 있고 힘들더라. 

 

-'불한당' 제목과 설경구가 맡은 재호, 그리고 임시완의 현수는 어떻게 이름을 지었나.

▶'불한당'은 제목 없이 쓰다가 일단 가제로 만들었다. 다른 제목을 계속 만들자고 했는데 마땅한 게 없어 이렇게 갔다. 재호와 현수는 친구들 이름이다. '나의 PS 파트너'도 친구 이름으로 지었는데, 현수란 친구가 다음 영화에는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현수랑 친한 친구 이름이 재호다. 
 
-다음 작품은.  
▶70년대 대선에 대한 시나리오를 쓴 게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붙었던 선거. DJ참모들이 주인공이다. 지역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보라곤 하지만 깨끗한 건 아니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원문출처: http://star.mt.co.kr/stview.php?no=2017051609141650645

  • profile
    HJ 2017.05.16 14:12
    스포 많습니다!! 전 시완이가 반말과 존댓말 섞어서 쓴다고 한 게 더 현수 캐릭터에 효과적이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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