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본명은 임웅재다.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할 당시 멤버가 그에게 ‘스완(백조)’라는 이름을 권했고 그래서 현재 이름인 ‘임시완’이 됐다. 그에게 “백조의 이미지가 있다”는 멤버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세상이 아무리 흙탕물을 튀겨도, 오염되지 않을 것 같은 ‘말간 힘’이 그에게는 있다. 뿐만 아니다. 고고하게 떠있는 듯하지만, 수면 아래에선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맥질을 하는 게 백조다. 그래서 곧잘 임시완은, 속세의 치열함을 온 몸으로 견디면서도 그 안에 ‘순수의 시대’가 있으리라 믿게 만드는 판타지를 표현하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이른바 ‘청춘의 얼굴’이다.

 

<변호인>의 대학생 진우와 <미생>의 계약직 장그래를 거쳐, 이제 <원라인>의 민대리가 된 그는 동시대의 청년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길에서 한 계단씩 ‘승진’의 계단을 밟아왔다. 대학생일 때나, 계약직일 때나 그는 주변 상사들과 어른들의 예쁨을 받는 신입이자 신인이었다. <변호인>의 송강호나, <미생>의 오차장 이성민이 그에게 그저 선배 배우가 아니라 스승으로 보인느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눈빛과 좋은 발성, 거기에 좋은 태도를 지닌 청년을 어른들이 미워할 리 없다.

 

좋은 연기의 비결은 '해를 품은 달'을 만난 것

 

2012년 <해를 품은 달>을 첫 작품으로 만난 것이 그에게는 천운이었다. 아이돌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시기, 배우 수업 한 번 받지 않은 그가 <해품달>의 허염이 된 것은 그의 오랜 고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스스로도 안도감을 느낀다. 더구나 <해를 품은 달>에서 만난 김도훈, 이성준 PD는 그에게 ‘배우의 도’를 알려 주었다. 알에서 깨어난 새가 처음 본 생물을 어미로 기억하듯, 그는 그 때 그 초심을 지금껏 소중히 안고 있다. 범죄사기단 5인조의 이야기를 담은 <원라인>은 그가 쌓아온 이미지들을 활용하면서 무너뜨리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다.

 

임시완의 연기변신’이라는 수식이 붙는 <원라인>을 보면서도 드는 생각은, 여전히 좋은 발성과 좋은 눈빛을 가진 배우라는 겁니다.

-아마 <해를 품은 달>로 처음 연기를 시작해서 일겁니다. 사극이다 보니 발음과 발성이 중요했어요. 그 때 생긴 습관과 태도가 다음 작품들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이 뿐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해품달>로 많이 배웠어요. 감독님은 항상,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아역이든, 조연이든지요.

 

이후 <변호인>과 <미생>을 거치면서, 임시완은 믿고 보는 ‘연기돌’이 됐습니다. 부담은 없었나요?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한 게 저에게는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한 괴로움은 있었어요. 완벽하게 준비를 하려고 해도, 늘 완벽하지 못한 느낌이었죠. 그러다 보니 더욱 괴로워지고요. <원라인>은 그랬던 저를 좀 자유롭게 풀어준 작품입니다. 그런 변화가 다음 작품인 <왕은 사랑한다>에도 이어지고 있고요.

 

<변호인>의 대학생이 <미생>의 계약직을 거쳐 <원라인>에서는 대리로 승진하더니, 이제 (<왕은 사랑한다>) 왕이로군요.(웃음)

-3개월 계약직 왕입니다. 모든 역할이 배우에게는 계약직이죠. (일동 웃음)

 

<원라인>의 양경모 감독은,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임시완이라는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그 칭찬이 오늘 저를 있게 한 힘입니다. 제가 칭찬에 약하다는 걸 양경모 감독님을 만나 알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시기에 감독님을 만나서 그런지, 많은 힘을 얻었어요. <원라인>을 신나게 찍을 수 있었던 것도 그 힘이 큽니다. 그렇다고 감독님이 마냥 칭찬만 하시는 건 아니에요. 철저히 준비를 해오시고, 배우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해주시는 거죠.

 

대학생에서 계약직, 이제 '민대리'로 승진한 영화 <원라인>

 

극 중 민대리는 사기계의 샛별이었다가 대어가 되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나쁜 놈은 아닐 거라는 믿음을 주죠.

-민대리는 처음에 장그래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처음에는 그대로 씁니다. 그러다가 이것이 민대리가 사람을 속이기 위해 지었던 얼굴이라는 걸 알게 되죠. 제가 그동안 갖고 있었던 이미지를 비틀어서 극적인 효과를 내고자 했던 것이 <원라인>의 전략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통쾌한 면도 있었겠네요.

-제가 알려진 것만큼 ‘바른 생활 청년’은 아닌데, 굳이 아니라고 부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테니까요.(웃음) 이렇게 작품을 통해 다른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는 내로라하는 연기꾼들이 모였습니다. 박종환 배우의 연기도 심금을 울리더군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자극을 받는 현장이었습니다. 이 대본을 어떻게 이렇게 소화하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라고 매번 놀랐어요. 이동휘 선배의 애드리브와 박종환 선배의 연기는 화면에서도 빛나더군요.

 

술자리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끝까지 있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진구 선배와 박병은 선배가 워낙 술자리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다른 건 못해줘도 술은 원없이 사주마”라고 약속하셨고, 이렇게 친분이 쌓인 덕분에 현장에서는 더 편하게 붙을 수 있었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임시완이 가장 곤혹스러웠던 자리는 배우 김홍표와 함께 했던 술자리다. 바로 옆에서 그와 속도를 맞추다가, 결국 버티지 못해 쓰러졌던 기억이 있다. 김홍표는 <원라인>에서 장과장(진구)와 민대리(임시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극 중에서 그는 진구를 바라보며, “어디서 이런 능구렁이(임시완)를 키웠어?”라고 묻고, 진구는 “키운 적 없습니다. 지가 자랐습니다.”라고 말한다. 대화를 나누는 둘의 표정이 꽤나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임시완이 배우로서 가진 미덕은, 그의 ‘열심’이 주변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고 도리어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사기종결자’였던 민대리를 끝까지 미워할 수 없었던 이유도 같다. 그의 밑바닥에 있는 어떤 선한 것이 느껴져서다. 흙탕물에서도 빛나는 백조, 임시완이 충무로에 열고 있는 맑은 ‘순수의 시대’다.




원문출처 :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5&mcate=M1003&nNewsNumb=20170324100&nidx=2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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