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바른 눈빛으로 상대방을 꿰뚫어보는 듯 바라보는 임시완의 얼굴에는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은 사람을 죽고 죽이는 전쟁 속에 홀로 남아 빛을 잃어가던 중, 아이들의 노래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 "'오빠생각'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순수해졌으면"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영화다. 임시완은 스크린 첫 주연작으로 100억 대작을 이끌어가는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오빠생각'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한상렬 소위는 진짜 어른같은 사람인데 내가 과연 그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한상렬 소위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남들을 지킬 줄 알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화가 나는데도 꾹꾹 감정을 누르는 모습을 보고 이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의 한 부분이구나 싶었다"
 
임시완에게 한상렬 소위는 조금은 낯설고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는 극중 갈고리(이희준 분)와의 대면신에서도 조차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 모습이 가장 공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다는 순간이 있다는 것.
 
"착한 사람이라서 무능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착한 사람 코스프레처럼 보이지 않을까요'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감독님은 이 영화를 보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착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때 감독님이 말씀이 나를 무너뜨렸다"
 
임시완은 한상렬 소위를 '진짜 어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직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무엇일까. 임시완은 '오빠생각'을 촬영하는 동안 결론짓지 못했던 것을 영화가 끝난 후에야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이 내일 망한다면 한상렬 소위는 성격에 맞게 봉사활동도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나니 한상렬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평상시처럼 늘 심어왔던 사과를 심을 사람이더라. 현명하게 그때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한상렬 소위는 답답하게 나무를 심고 있으니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져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조금은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아이들 앞에서 제국의아이들 노래 틀어놓고 춤춰"
 
임시완은 첫 주연작이지만 제목의 '오빠생각'에서 오빠 지분은 동구(정준원 분)가 갖고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오빠생각'이 이렇게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을만큼 행복한 촬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한 감독님은 현장을 너무 좋아하신다. 뭘해도 다 좋다고 해주시더라. 너무 좋다고 하시니까 정말 좋은건지 헷갈리기도 했다(웃음). 아이들과의 촬영도 재밌었다. 어린 나이의 친구들이지만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어른스러워서 오히려 배우는게 많았다. 너무 어른스러운 생각이 일찍 잡혀버린 것 아닌가 싶어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무려 서른명의 아역 배우들과 함께 하는 촬영이었다. 임시완은 자신보다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아역 배우들을 연기 호흡을 맞춰가는 각각의 동료 배우로 인식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은 순수한 영혼들을 위해 기꺼이 기쁨조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아이들 앞에서 제국의아이들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췄는데 그걸 너무 좋아하더라. 그때 '바람의 유령'과 '후유증'이란 노래였다. 내가 아이들을 잘 본다고 말하는데 좀 과장된 부분이 많다. 그냥 촬영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 "'오빠생각' 한상렬, 아이들의 순수함 이끌어주는 인물"
 
임시완의 작품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자칫 아이돌로서 꺼려질 수 있는 영화 '변호인'이 그랬고, 오포세대의 현실을 대변하는 드라마 '미생'이 그랬다. 임시완은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아닌가를 생각했다. 이번 영화 '오빠생각' 역시 그는 시나리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먼저 그렸다.
 
"내게 따뜻한 마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갈증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한상렬이란 인물 자체가 착한 사람이다. 그런데 단순히 착한 사람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사람이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잘 이끌어주는 조력자이자 어른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극중 한상렬은 엘리트 음대생이었지만 전쟁에 휘말린 인물이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가슴 따뜻한 합창곡을 만들었다. 임시완 역시 '오빠생각'이 끝난 후 자신이 느꼈던 한상렬을 곡 하나에 오롯이 담아냈다.
 
"지극히 내 욕심때문에 곡을 만들게 됐다. 작품이 하나 끝났을때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응축시켜서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놓으면 굉장히 큰 의미로 남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미생'때부터 곡을 만들었다. 따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여전히 임시완에게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아마 그것을 떼어내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혹은 영원히 떼어낼 수 없는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시완은 그런 꼬리표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보다는 임시완이라는 배우 자체가 연기가 편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착하고 바른 이미지처럼 우리들 역시 그의 착한 연기에 천천히 물들어가고 있다.
 

 


원문출처 :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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