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에게는 어느 샌가 ‘아이돌 가수’라는 꼬리표 대신 ‘배우’라는 호칭이 붙었다. 이윽고 지난해 초 끝난 드라마 <미생>을 통해 ‘20대의 대표’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임시완이 그 많은 20대 유명인사들을 제치고 고용노동부의 광고에 출연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가 현재 20대들의 고난과 희망을 모두 안은 이미지가 돼서 그렇다. 이러한 거대한 이미지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그에게는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영화 <오빠생각> 언론시사 당시 전작들을 거론하는 질문에 대해 “전작과 상대적으로 작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고른다”고 말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이한 감독의 영화 <오빠생각>에서 거친 액션도 마다하지 않는 남자로 거듭난 것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스스로 “착한 척 하는 것”이라는 말이 더욱 그를 착하게 보이게 하는 아이러니가 임시완에겐 있다.

 

“제가 20대를 대표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드라마 <미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뭘 했다고, 제가 뭐라고 20대 분들을 대표하겠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저를 착한 사람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아무래도 연기를 시작한 <해를 품은 달> 이후에 착하고 바른 이미지의 인물을 많이 연기했으니, 착하게 봐주시는 경향이 있다고 봐요. 실제로도 제가 착한 척을 하는 거겠죠.(웃음)”

 

이 말을 하고 웃는데 100%로 농담처럼은 또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착한 이미지가 배가 된다고나 할까. 이는 그를 꽤 오랜 시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는 웬만한 상황에서는 놀란 기척도 잘 안 내며 차분하고 조용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캐릭터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는 집에서든 촬영장에서든 그것을 붙잡고 될 때까지 우직하게 애를 쓴다. 이번 영화의 한상렬 소위도 그러했다. 실제 6·25 전쟁 당시 버려진 전쟁고아들로 꾸려진 합창단을 소재로 한 영화 <오빠생각>에서 그는 여동생을 전쟁통에 잃은 트라우마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합창으로 치유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저는 제 나이 또래이거나 제가 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상렬 소위는 저보다 어른인 사람이죠. 나이가 어른이라는 말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진짜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는 거죠. 대단한 사람을 표현한다는 자체가 배울 점이 있고, 그런 점에서 기대할 부분이 있다고 여겼어요. 21일 개봉을 하게 되면 아마 많은 분들이 <오빠생각>의 ‘오빠’가 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실 거예요.(웃음) 그냥 그 인물을 따라가기에 바빴다고 봐야죠.”

 

한상렬은 극 초반 전쟁의 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순화되고, 정화됨을 느낀다. 그 마음은 전쟁통 거치촌에서 아이들을 등쳐먹고 사는 갈고리(이희준)에게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렬하다. 그는 군인 역할을 위해서 몸도 만들고, 거친 액션도 소화하는 등 변신을 꾀했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아이들이 합창을 하는 모습이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잔상에 많이 남았어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순수한 존재라고 느껴지는 거죠. 같은 전쟁을 겪었지만 갈고리는 변질됐고 스스로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반면에 한상렬은 끝까지 지켜야할 신념을 알았거든요.”

 

임시완에게도 신념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 <변호인> <미생> <트라이앵글> 등의 작품을 거치면서 지킨 이미지가 있다. 바로 반듯한 청년의 이미지다. 그는 심지어 <적도의 남자>나 <트라이앵글> 등에서는 비뚤어진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그의 반듯한 모습은 시청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거기에 <변호인> <미생>을 통해 파생된 신념을 가진 청년의 이미지는 그를 ‘2010년대를 대표하는 청년’으로 여기게 했다.

 

“생각보다 ‘장그래’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해주셨어요. 사소한 부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부분도 대한민국 20대의 절대다수인 ‘장그래’들에게는 큰 의미로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미생>을 찍으면서도 그런 부분이 부담스러웠고요. 그래서 그 분들의 ‘장그래’를 함부로 망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일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의 제 행동 하나가 큰 파급력을 일으켰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하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노동개혁’ 관련 캠페인 광고에 출연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전했다. 배우가 정부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 내용이 ‘비정규직의 설움’을 절절하게 겪었던 그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의 홍보를 앞장섰다는 것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가 가진 무게는 이렇게 컸다. 앞으로 그의 경험이 제약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는 계속 책임감을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임시완이 책임감을 안고 가겠다고 말한 부분은 유심히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세심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그는 기자와의 <변호인> 인터뷰 당시에 ‘20대가 불의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며칠을 숙고한 끝에 대답을 내놨으며, <미생> 제작발표회장에서는 극중 어머니가 구해주신 양복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바지 기장이 펄럭이는 유행과 안 맞는 옷을 기꺼이 입었다. 그의 그런 부분은 많은 선배들의 말, 특히 송강호나 이성민처럼 베테랑 배우들의 조언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송강호 선배를 처음 본 이후로 연기에 대한 이상은 높아졌어요. 정말 다행인 건 연기에 대해서 적어도 자만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이성민 선배가 그러셨죠. ‘소위 잘 되고 이러면 지금보다 더 겸손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잘 됐는데 전과 같이 겸손하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라고요.”

 

그는 양경모 감독의 영화 <원라인>(가제)로 2016년 연기활동의 포문을 연다. 물론 배역은 대출전문 사기꾼, 얄미운 역할이다. 하지만 그가 하기 때문에 나름 진실해보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원문출처 :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601201621303&sec_id=54010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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