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영민한 연기는 각 배우의 탁월한 포지셔닝에서 비롯된다. 영화 전면에 나서는 원톱 주연일지라도 각 장면과 시퀀스에서 감독이 의도한 바를 구현해내기 위해 각 배우들과 자리 선정을 고심해야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감독의 연출과 작품의 의도, 그리고 시나리오의 깊이를 헤아릴 때 비로소 작품도 빛나는 것은 물론, 배우 스스로의 진가가 발휘된다는 사실은 대체로 알고 있으면서도 연기자에겐 쉽지 않은 실천이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제작비 100억대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은 임시완의 포지셔닝으로 작품의 가치가 한층 더 돋보였다. 지난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데뷔 이후 첫 스크린 주연 도전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던 만큼, 역량에 대한 평가가 시험대에 올랐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고 오롯이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휴머니즘 영화가 주는 감동과 웃음, 그리고 메시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오빠생각'의 의외의 복병은 아역배우 정준원과 이레라고 할 정도로, 두 아역배우들은 임시완과 함께 서사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을 담당한다. 이들이 각각 연기한 남매 동구와 순이가 한상렬(임시완 분)이 관리자로 있는 선린 보육원의 어린이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쟁 속, 아이들의 합창을 통해 이뤄지는 화합의 메시지가 발현되는 지점인 셈이다. 

 

임시완이 연기하는 한상렬은 전쟁 중에 가족은 물론, 사랑하는 동료들까지 잃고 마음을 닫아버린 인물. 그런 그는 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특기를 살려 동구, 순이 남매와 전쟁 고아들에게 합창을 가르치게 되면서 점차 상처를 치유해간다. 전쟁으로 온 나라가 아비규환이 돼버렸지만 그럼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아이들의 동심에 점차 동화되고 삭막했던 마음에 온기를 되찾아간 것. 

 

그런 까닭에 어린이 합창단은 한상렬은 물론이고 이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동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했다. 임시완은 합창단을 이끌며 지휘를 해야 하는 중심 역할이기도 했지만, 이들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우선으로 둔 연기로 영화의 존재 이유를 각인시키고 외려 스스로의 가치를 높였다. 주연이 돋보여야 한다는, 스크린에서의 과잉 연기나 기조를 떨쳐내고 극의 각 상황에 입각해 연기한 덕분이다. 

 

한상렬이 극 초반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장면도 있었고, 갈고리(이희준 분)와의 긴장감 넘치는 신경전과 격렬한 액션신도 있었지만, 이와 같은 강렬한 연기 보다 아이들과의 감동적인 장면들이 관객들의 가슴에 더욱 녹아들고, 기억을 지배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휴먼 감동 드라마라는 장르와 밸런스에 어우러지는, 배우의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연기였다. 

 

이는 좋은 연기를 위해서 대본에 우선 가장 충실하고자 한다는 임시완의 평소 지론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1일 '오빠생각' 관련 인터뷰에서 "연기하면서 크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연기를 하면서 한상렬이 지닌 어른의 정서를 최대한 찾으려 노력했다. 그걸 느끼지 못했는데 느낀 척 연기를 하는 건 제대로 된 연기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한상렬이 지닌 어른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실제로도 아역배우들과 호흡이 중시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덕에 어린이들의 합창이 절망 한 가운데서 어떻게 화합과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그려지고, 노래가 가진 작지만 강력한 힘이 역설될 수밖에 없었다. "주연, 조연의 구분보다 작품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는 바람직한 생각으로 커가는 이제 4년차인 배우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오는 21일 개봉.




원문출처 : http://news1.kr/articles/?25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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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J 2016.01.12 16:43
    기사 내용이 참 좋아요. 시완이는 라이징하는 배우의 조급함도 안 보이고 연기에 대한 고민과 작품 전체의 큰 그림을 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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