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이 저를 홀려보세요. 저한테 무엇을 파실 수 있으세요?”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 배우 임시완이 한 마지막 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극 초반 열정만 있던 장그래가 오 차장(이성민)에게 들었던 말이기도 합니다. 눈웃음을 치며 이 대사를 하는 임시완의 모습에서 그의 성장이 보였습니다. 배우 임시완(26)은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입니다. 얼굴은 귀공자처럼 생겼지만 멤버들보다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이었습니다. 노래를 빼어나게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또는 끼가 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돋보이기 시작했던 것은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부터였습니다. 그는 극중 허염의 아역을 연기했습니다. 이마를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도포를 입으니 꽃다운 얼굴의 선비가 탄생했습니다. 그를 알던 사람들조차 임시완의 새로운 매력을 봤습니다.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도훈 PD의 당시 표현도 그랬습니다. “그냥 아는 소속사 대표에게 연기 소질 있는 친구를 셋 정도 보내라고 했는데, 그 중 임시완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고 말입니다.

임시완의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의 키가 너무 작았던 겁니다. 게다가 그의 좁은 어깨와 하얀 얼굴에서는 여린 소년 이상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를 탐냈던 많은 프로듀서들도 “아… 조금만 키가 더 컸다면…”하면서 입맛을 다셨습니다.

한계가 보이자 임시완은 장그래가 그러하듯 신중하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해 영화 <변호인>에 출연을 결정한 겁니다. 배역은 쉽지 않았습니다. 극중 부산대학교 학생으로 일명 ‘통닭구이’로 불리는 고문장면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변호인>이 개봉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지금의 20대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라는 제 질문에 임시완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아이돌그룹의 가수로서, 젊은 배우로서, 정치적인 사안이 담긴 영화의 출연도 어려웠을 텐데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웠겠죠.

결국 나중에 대답을 듣기로 하고 인터뷰를 파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던 임시완의 문자가 왔습니다. “정당하지 않거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20대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임시완은 그렇게 제 질문에 며칠을 고민했던 겁니다. <미생>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 다리에 헐렁하고 품이 큰 정장을 입고 나왔습니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나온 다른 배우들과 달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역할에 맞게 입고 싶었다. 장그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이번 <미생>의 성공에는 임시완이 온몸으로 보여준 장그래의 고단함이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장그래의 왜소한 몸과 힘없는 어깨에서 현실에 짓눌리는 20대의 모습을 봤고, 수시로 빨개지는 그의 귓불에서 부끄러움을 참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 안에는 임시완 나름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단점에 고민과 진정성을 덧붙여 어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매력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그의 연기는 때론 어색하고, 힘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임시완은 충분히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됐습니다. 고단한 청춘의 얼굴과 어깨와 그 고민이 어린 눈동자가 필요할 때는 이제 누구나 망설임 없이 그를 떠올릴 테니까요.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CWLyw6CMBBFv2ZYktIWbBddKI+VO79g0hkDMRQsqOHvbXUyyZx7Jvf54ng46FuwPRidwVzAtj9jkyn2Y2UX+LMVDz6clyhqtkrXqAUpQebEjUSqyTKjp2KMfHfjvq+gziCHtLlbBnxzLP0yJzHjFNKJjFSGMYAa5oUYVHe9dSCbeaLEG/vE20RVCpVQKSy/h1CZ8c95pDFafwGqFBUtyA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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