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장그래' 임시완입니다."

'장그래' 임시완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넉넉한 사이즈의 회사원 양복을 벗고 활짝 웃었다.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신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몸에 꼭 맞는 검은색 팬츠와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휴가 덕분일까. '미생'에서 처연하게만 보였던 그는 한층 밝은 모습이었다. 이후 한 시간가량 진행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27세 청년 임시완은 장그래를 닮은 듯, 진중하고 또 성숙했다.

"드라마에 공감한 모든 시청자가 장그래"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해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종합상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러브라인 없이 직장인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드라마는 "과연 될까?"라는 우려를 보란 듯이 떨치고 사회 전반에 '미생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은 '갑'의 세계에 들어간 '이방인'을 실감 나게 연기해 호평받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래가 맨몸으로 현실에 부딪히는 장면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복사기조차 다루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 남의 잘못을 억울하게 뒤집어쓴 모습, '고졸 계약직 사원'이라고 무시당하는 장면은 '너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얘기'였다. 장그래를 보노라면 눈물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미생'을 찍으면서 저는 제가 장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의 행동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내가 장그래라서 공감을 얻은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장그래여서 공감한 거라고 깨달았죠. 제가 장그래라고 말하기 죄송할 정도예요. 장그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울었던 시청자들입니다."

실제 장그래와 닮은 점을 묻자 임시완은 데뷔 초를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할 때 바둑에서 '필요하지 않은 돌'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죠. '내가 연예계에 있어도 되나?'라는 의문도 품었고요. 이 점이 장그래와 가장 닮았고, 싱크로율은 80% 정도예요. 제 경험을 십분 살려 연기했습니다"

"'미생' 통해 직장인 애환 느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쟁터에 내쳐진 20대 계약직 사원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래가 사업을 진행하던 도중 계약직 사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좌절하는 모습에선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무시와 핍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일을 해냈지만 안 되는 게 존재했다. 열심히 해도 넘을 수 없는, 두드려도 꿈쩍 않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했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직장을 포함해 사회생활도 마찬가지고요. 때론 정의를 외면한 채 일해야 할 때도 있고, 눈치를 봐야 할 때도 있고요. 연습생 땐 제 전공(기계공학)을 살려서 회사에 들어갈까 고민도 했었죠. 근데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 연기할 수 있는 이 상황이 감사합니다.(웃음)

'미생'에서 직장인을 몸소 체험한 임시완은 "직장인의 애환을 느끼면서 이들이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제가 직장인의 삶을 공감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미생'은 사회의 진짜 모습,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생각할 수 있었던 드라마"라고 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거래처를 상대로 술 접대를 하다 들은 대사를 꼽았다. 변부장이 오과장에게 "나는 먹고 싶을 때 마시지만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시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아버지가 떠올랐다.

"가슴 아프게 들린 대사였어요. 밤마다 술에 취해서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어요. 그땐 아버지가 달갑지 않았는데, 이 대사를 듣고 나선 문득 '당시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라고 궁금했어요."

극 중 장그래는 참 선하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법을 모른다. 오히려 진심으로 다가간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없다. 임시완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오차장 역의 이성민은 임시완에 대해 "착한 아이가 장그래 역을 맡았다고 생각했다"며 "탁월한 캐스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임시완은 "선배의 칭찬이 감사하다"며 "선배가 저를 인성적으로 좋게 봐주셨다"고 쑥스러워했다. 이어 "'미생'은 평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며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 같지 않은 평범한 저를 원했던 것 같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연기 통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4개월간 장그래로 산 임시완은 캐릭터에 애착이 커 보였다. "장그래의 삶을 살았다"는 이유에서다. "'미생'은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컸던 작품이에요. 의무감이랄까요? 시청률이 낮았더라도 장그래를 맡은 것만으로도 만족했을 드라마예요."

지난해 영화 '변호인'으로 가수 출신 연기자의 꼬리표를 뗀 임시완은 이번 작품으로 '진짜 배우'로 발돋움하게 됐다. 많은 시나리오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필요한 바둑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외의 대답이다.

"가수로 데뷔했을 때보다 '할 수 있는 게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어요. 예나 지금이나 전 그냥 '필요하지 않은 바둑돌'이라고 느껴요. 연예계에서 저를 원하지 않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또 그런 준비를 계속 하고 있죠."

'미생'에서 경험한 연기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연기에 미쳐 있는 분들이셨어요. '최선'을 뛰어넘는 열정과 어떤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이죠. 이런 분위기에서 저 자신을 채찍질했어요."

장그래를 표현하는 게 처음에는 즐거움의 연속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며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책임감이 컸어요. 버티는 삶의 연속이었죠."

그렇게 참고 버틴 그는 이제 '미생'이 아니라 '완생'이 됐다. 임시완하면 장그래가 떠오를 정도. 높은 인기에도 그는 자만해 하지 않고,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미생'을 통해 제가 인정받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제 연기의 밑천이 드러난 작품이죠. 극 중반부턴 한계를 많이 느껴서 아등바등 연기했어요. 처음엔 '즐기면서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하게 다가가면 안되는 드라마였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배우로서 전 여전히 '미생'이에요."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B2LSw6DMAxET2OWyEkgJQsWLZ9Vdz1BFLsCVQQaaCtuX4Nkad68kd8fTnsNXQOug6o4oLqBa07jxGTbvnAd+bdmL97roD2W7ExR+gLJIFUXttpTSY7ZB8qGxM962LYFzBV0L3f85tF/OeVhnkRMfowSiT3lcYhg+mkmBtPeHy1oO40kvHIQXkdSUhRaKfM5KOWE/cmIqLG06NQf2a8LB8g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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