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제작발표회장에 등장한 임시완의 바지는 유독 헐렁했다. '사실 제대로 안 맞아 보였다'는 취재진의 농담에 임시완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한다는 걸 알리는 자리인데 너무 역할과 이질적이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잘 맞는 걸 입고 오려니 오글거리더라. 그래서 극중 입는 걸 그대로 입고 왔다"고 털어놨다. 

이 '헐렁한 바지' 에피소드 외에도,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할 정도로 임시완의 <미생> 사랑은 각별하다. 앞서 포털 사이트에서 공개됐던 <미생 프리퀄>에서도 장그래로 분했던 그다. 

하지만 임시완은 "<미생 프리퀄>과 드라마 <미생>을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미생 프리퀄>은 <미생 프리퀄>이고, <미생>은 <미생>이다. 그냥 장그래의 정서와 감정을 최대한 표현해야겠다는 각오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촬영장서 보여준 진짜 내 모습, 벌거벗은 기분 같아 부끄러웠다"

<미생> 속 장그래는 프로바둑기사의 꿈이 좌절된 후 종합상사 인턴이 된 남자다. 인턴이 되기 전 부랴부랴 따 놓은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 외엔 그 흔한 '스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낙하산'이다. 그래서 원작 웹툰 속 장그래나, 드라마 속 장그래는 모두 회사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채 허둥댄다. 

임시완은 이 장그래의 모습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지금까지 연기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장그래에게) 내 실제 모습을 많이 대입했다"는 임시완은 "장그래가 입사한 뒤 '내가 여기서 뭘 해야 하나'라고 헤매는 부분이 나를 정말 많이 꺼낸 부분이다"라며 "촬영장에서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많이 부끄러웠다. 나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것도 좀 개인적인 이야기라 부끄러운데…제 연습생 시절, 그리고 가수 생활을 할 때의 모습이 (장그래와) 닮아 있더라고요. 물론 장그래의 직업은 회사원이고, 저는 가수지만 크게 봐서 다를 게 없었어요. 

장그래는 본인이 있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와서 환대받지 못하는 친구잖아요. 저 역시 제가 몸담는 곳에서 환대받지 못했고 사회를 구성하는 데 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장그래에 애착이 갔고, 꼭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화려한 무대 생활을 거쳐 이제는 촉망받는 연기자로 발돋움한 임시완으로부터 뜻밖에 듣게 된 '진심'이었다. 일순 취재진의 분위기도 숙연해졌다. 갑자기 변한 공기에 "내가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도, 임시완의 토로는 이어졌다. 임시완은 <미생>의 장그래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복기'하는 중이라고 했다. 

"연습생 때보다 가수가 됐을 때 그런 느낌을 더 많이 받았어요. 연습생 땐 데뷔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장그래에게 입사가 끝이 아니고 시작이었듯, 데뷔도 그게 시작이었던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사회 구성원이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에 있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러면서도 임시완은 장그래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치유'받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드라마로부터) 얻어가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건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임시완은 "일단 장그래를 잘 표현하는 게 먼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생겼다는 정도인 것 같다"는 임시완의 장그래가 기대되는 건 이 때문이다. '한때 장그래였던 남자' 임시완은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카메라 앞에 자신의 '진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미생>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라는 임시완은 "보는 분들이 맥주 한 잔 하면서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한편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장하늘, 김대명, 변요한 등이 출연하는 <미생>은 오는 17일 오후 8시 40분에 첫 방송된다. 

원문출처 : http://openapi.naver.com/l?AAACWLSw6DMAxET2OWyCThkwWLls+qu54gil2BKgINtBW3r6GSpXnzRn69Oe41dA3YDipzQHUF25zGikm2feE68HdNnrzXXjnM2WqTO4OkkaqSC+UoJ8vsPCVD5Ec9bNsC+gKqlzt+0+A+HFM/TyImNwaJyI7SMATQ/TQTg25v9xZUMY0kvLIXXkfKpGRYSJnPAU0p7P6MqLDErFA/pSwAxMg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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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 2014.10.07 11:00
    단순히 말을 겸손하게 한다 잘한다가 아니라, 진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혹은 깊이 생각해왔다는 점이 문장을 통해 드러나서 시완이의 인터뷰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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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2014.10.08 09:43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인터뷰에 깊이가 있어요. 얼굴로 입덕하고 멘탈로 출구 봉쇄된다는게 딱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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