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클리셰를 조금만 비틀었을 뿐인데 속이 시원했다.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이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자극적인 설정과 극적인 서사 탓이 아니었다. 클리셰를 비트는 연출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부르고 있었던 것.

 

그저 사회에서 지켜야 할 사회적 매너와 행동을 짧은 찰나에 그렸을 뿐인데 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런 온'에서는 "얼평(얼굴 평가)안해서? '엄마 닮아서 예쁘네' 그딴 거 안 해서 좋다고" 혹은 "대한민국 워킹 맘 참 엿 같다, 그렇지?" 등과 같은 일명 '사이다'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여러 번 전달됐다.

 

이어 우는 아이에게 과자를 건넬 때 보호자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장면과 '고아'란 단어를 '보호종료아동'으로 대체한 대사는 인상적이었다. 오랜 시간 외면해온 민감하고 불편한 진실을 신랄하게 꼬집었기 때문. '런 온'은 미디어에서 흔히 그려지는 장면과 무심코 지나칠 법한 우리 일상의 사소한 문제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를 통해 그 문제들을 조곤조곤 꼬집고 풀어나갔다.

 

더불어 성별을 반전시킨 '역(易)클리셰'도 눈에 띈다.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속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바뀐 것이다. '런 온'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리드하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를 리드한다.

 

오미주(신세경 분)는 기선겸(임시완 분) 인생에 스며들며 그의 일상을 바꾸고 그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게 이끌어간다. 수동적인 남자가 능동적인 여자를 만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능동적인 여자와 수동적인 남자의 그림은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그림이기에 신선할 수밖에. 진부한 연출에 피로함을 느꼈던 시청자들에게는 시원한 사이다와 같았다.

 

클리셰를 잘못 비틀 때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과 같기에 '런 온'의 연출은 더욱 용기 있고 파격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보편적인 감정과 공감을 위해서는 드라마에서 클리셰적인 부분은 필수였고 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그럼에도 '런 온'은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런 온'은 그 어떤 '소란 없이' 드라마 속 인물의 서사를 물 흐르듯 풀어나가며 눈앞에 놓인 숙제를 해결했다. 매너 있는 '런 온'답게 배려 있는 대사와 행동으로 부드러운 방식의 '클리셰 비틀기'을 선보인 것. 자연스러운 몸짓과 대사 등 섬세한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와 닿았다. 더불어 새로운 '열린 시각'을 주며 사이다와 함께 신선함을 자아냈다. 



원문출처 :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10107073757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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