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보인 두 작품에서 임시완은 하나의 송곳이었다. 영화 <변호인>에서 그는 민주화 항쟁 끝자락에서 권력의 억압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대학생이었고, 드라마 <미생>에선 고졸에 낙하산 출신으로 대기업 조직에서 자신을 증명해냈던 신입사원이었다. 모두 기성 시스템이 반기지는 않는 인물이다.

 

오는 21일 개봉할 영화 <오빠 생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맡은 역할은 한국전쟁 중 아동 합창단을 이끌며 전쟁터를 누빈 한상렬 소위. 음악을 좋아하고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오빠였던 그가 만약 전시가 아닌 평시를 살았다면 훌륭한 청년이 됐겠지만, 시대적 비극이 이 청년을 우울한 기운이 가득한 사람으로 만들어 놨다. 그럼에도 자신을 놓지 않고 아이들과 하나가 된 이 캐릭터는 인간성을 상실하기 쉬운 현대를 향한 송곳이 될 만하다.

 

지켜준다, 책임진다

 

공교롭게 그가 출연한 두 영화 모두 시대극이다. 근현대를 연기해야 했던 임시완에게 주어진 과제는 시대에 대한 고증. <변호인> 때 그는 민주화 투쟁 경험이 있는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해 캐릭터를 완성했고, <오빠 생각>에선 사진 한 장을 고증을 위한 결정적 단서로 삼았다.

 

"전쟁 당시 여러 사진을 찾아보던 중 하늘을 찍은 사진 하나가 있더라고요. 굉장히 맑은 하늘이 인상적이었어요. 하늘은 맑고 들판이 푸른데, 전쟁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가 없었죠. 그 아이러니한 느낌을 담아보려 했어요. 맑은 하늘은 곧 전쟁으로 고아가 됐지만 심성이 착한 아이들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참하고 어두운 현실에서도 순수함은 존재하고, 그 순수함만큼은 꼭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한상렬이 어느 순간부터 한 거죠."

 

'지켜준다'라는 단어는 동시에 책임을 동반한다. 어쩌면 한상렬 또한 전쟁 속에서 상처 입은 존재겠지만 임시완은 "누군가를 지켜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 또한 치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작품으로 혹여나 임시완 역시 권위와 기성 시스템에 대한 반항기 가득한 사람이 아닐지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물으니 "시스템에 너무도 잘 순응하고 순종적인데, 왜 이런 작품을 하게 되는지 잘은 모르겠다"며 웃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간관계에서 조화를 추구해요. 제 성향 자체가 뭔가 갈등을 잘 못 견디거든요. 다만 이런 (어두운 시대를 다룬) 작품을 통해 제가 소홀하게 생각했던 과거에 대해 심도 있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지금 (나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제 입장을 전하기 좀 예민한 지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겐 좋게 작용한 작품들이에요."

 

죄책감이라는 동력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지난 2010년 데뷔한 후 어느덧 5년차가 됐다. 음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그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의 어린 허염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미생>을 통해 급부상했다.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대목에서 오히려 임시완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대중이 어떻게 날 생각하든 그 수준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말 그대로 전 연예계에 똑 하고 떨어진 사람이에요. 여전히 적응 중이죠. 제 모습을 두고 절실하다고 봐주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적어도 무얼 하든 뭐 하나 허투루 하고 싶진 않다는 거예요. 연기에 있어선 특히 남들보다 쉽게 기회를 잡았잖아요. 지금 역시 쉽게 가는 것처럼 보이고요.

상대적으로 저보다 준비를 훨씬 많이 한 분들, 연기를 전공한 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기에 늘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 죄송함을 조금이라도 상쇄시키기 위해, 그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절대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분명 많은 분들에 제 실력보다 절 높게 평가해주시고 계세요. 언젠가 까발려질 수도 있죠. 단, 그렇더라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밑져야 본전 정신이 곧 연기와 음악에 대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엔지니어인 아버지 뜻에 따라 그가 처음 택한 학과는 기계공학. 그러다 지금은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그간 언론에 밝혔듯 그는 "고등학교 4학년인지 대학교 1학년인지 구분이 안 갔던 스무 살 무렵을 방황"했다. 대학만 가면 자유가 있을 거라는 어른들의 말만 믿고 달려왔기에 배신감이 더욱 컸던 터였다.

 

"공부를 놓으려 잡았던 수학 책이었는데 대학에 가니 더 심도 있게 배우더라고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겠구나 하던 차에 가요제에 나갔고, 그때 지금의 회사 관계자를 만나 데뷔를 했어요. 음악과 연기는 적성에 맞는 거 같더라고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해가는 게 아닌 뭔가 한 가지를 깊게 판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음악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이 모든 게 전 창작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잡힌 생각이죠. 예전엔 현장에서 다른 선배들을 보며 모방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드라마 <트라이앵글> 때였는데, 유일무이한 악역이었든요. <변호인>에서 곽도원 선배가 했던 그 경감이 나쁜 캐릭터니까 그걸 생각하며 따라해 봤는데 결국 내면이 충족되지 않더라고요. 알맹이 없는 연기였던 거죠."

 

그런 이유로 임시완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작품을 애써 찾아보지 않게 됐다. 본의 아니게 특정 연기 패턴을 기억하게 될까봐서다. 어찌 보면 독특한 자세다. 과한 결벽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임시완은 "누군가와 연기가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건 깨야할 벽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잘하고 싶어요. 연기도 음악도요. 작곡을 할 줄 안다고 음악을 잘 하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지만 좋아함과 잘함은 분명 다르니까요. 결국 밑져야 본전입니다. '난 근본이 없던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러니 무언가를 해서 밑천이 드러나도 본전이다' 이 마음이 절 버티게 하고 한결 편하게 해줘요."




원문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5416

  • profile
    사랑해 2016.01.16 18:05

    기사좋네요. 원문출처 클릭하셔서 기사 제일 밑에 점수주기에 점수도 주세요.

  • profile
    HJ 2016.01.16 18:27
    시완이는 그냥 무턱대고 겸손한게 아니라 나름 합리적인 생각을 딱 정립하고 있는 게 보여서 더 현명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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